• 인권은 국가의 의무
        2009년 10월 18일 07: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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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미네르바의 구속, 국정원의 개인사찰의혹,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까지 정부와 가까운 인사를 내세우고 있는 이 정부가 ‘국가’를 빌미로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인권의 문제는 국가와 개인간의 문제 뿐이 아니다. 기업과 개인,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전문가 샌드라 프레드먼이 귀한 참고서를 내놓았다. 『인권의 대전환』(샌드라 프리드먼, 조효제, 교양인, 29,000원)이 그것이다.

       
      ▲책 표지 

    저자는 이 책에서 인권 실천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의무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규명함으로써 인권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인권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단임을 입증한다.

    또한 전통적인 인권 담론에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국가’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국가는 인권의 주체로서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권 실현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사법부가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정치 과정에서 주변화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며 시민들의 온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위한 물질적·사회적 전제 조건을 보장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심의민주주의의 촉매 기구로 기능하는 역할 등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저자의 지적은 권력과 이해관계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와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권은 시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그의 지적은 현 정부에서 왜 인권의 위기가 닥쳐왔는지 깨닫게 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형성하고 그것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적극적인 인권 보호 의무를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권은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의 적극적 인권 보호 의무는 모든 민주주의 이론의 핵심인 ‘시민의 참여’를 달성하는 데 본질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또한 인권으로부터 발생하는 국가의 적극적 의무는 더는 무시될 수 없으며, 그것이 각종 권리의 범주를 나눈 인위적인 구분 뒤에 은폐되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권의 의무’라는 개념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책에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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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샌드라 프리드먼

    영국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교수이자 같은 대학 엑시터 칼리지의 펠로이며, 영국학술원 정회원이다. 인권, 헌법, 평등, 차별, 노동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유럽연합, 북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정부를 위해 인권, 평등, 노동 정책 자문역을 수행하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으며, 요하네스버그의 비츠 대학에서 철학과 수학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잠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인종 차별 정권에서 벌어진 통행법, 강제 철거 문제 등을 취재하였다.

    1979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법학으로 전공을 바꾼 데에는 남아공에서 인종 차별의 현실과 직면해야 했던 경험을 살려 평등과 인권을 공부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2000년에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정교수가 되었다. 여성을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정교수로 임용한 것은 옥스퍼드 대학이 12세기에 법학을 개설한 이래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의 결정은 세계 법학계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프레드먼의 학문적 역량이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프레드먼은 인권 분야에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인권의 밑바탕에 깔린 기본 가치를 중시하는 법학자이다. 특히 법학과 철학 두 영역을 포괄하는 시야를 확보하고서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차가운 열정과 치밀한 논리로 파헤치는 것이 그의 학문의 특징이다.

    프레드먼은 학문과 실천을 겸비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도 유명하다. 고용 차별, 의료 과실, 환경 및 보건 등 공익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익 로펌 ‘올드 스퀘어 체임버스(Old Square Chambers)’의 소송 변호사를 겸임하면서 여러 건의 공익 소송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대표 저서 및 편저로 『고용주로서 국가』(1988), 『영국의 노동법과 노사 관계』(1992), 『여성과 법』(1997), 『차별과 인권』(2001), 『차별법』(2002), 『연령의 평등 문제』(2003) 등이 있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에서 비교 인권법, 노동법, 헌법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사회적 권력의 불평등 문제를 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옮긴이 죠효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겸 NGO대학원 교수로 있다. 연구 분야는 인권, 시민사회, 엔지오(NGO), 세계 발전 등이며, 개인적으로 정치 이론과 사회 사상을 공부하고 싶어한다.

    저서로 《인권의 문법》, 《Human Rights and Civic Activism in Korea》가 있고, 편·역서로 《직접행동》, 《세계인권사상사》, 《전지구적 변환》, 《머튼의 평화론》, 《NGO의 시대》 등이 있다. 국제 앰네스티에서 활동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준비기획단 위원을 역임했다. 옥스퍼드대학교 비교사회학 석사, 런던정경대학교(LSE) 사회정책학 박사이며,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인권 펠로를 지냈다. 취미는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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