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문제, 이제 교회도 나서야"
    By 나난
        2009년 10월 16일 04: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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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년 IMF 이후 급속도로 증가한 비정규직이 지난해 세계경제위기를 거치며 87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대다수의 노사문제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는 상황이며, ‘경제’ 활동에 뛰어든 종교재단 역시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6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에수회 사도직 센터에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사회 연대 실현을 위한 성찰과 실천 과제 – 사회와 교회의 역할’ 토론회는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비정규직 문제와 교회의 역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소위 2 대 8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교회가 사회 주변부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방관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며, ‘노동하는 인간’이라는 인간의 조건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날 발제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성희 소장과 성 골롬반 외반선교회 오기백 신부가 맡았다. 김 소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상시적인 일은 정규직에게, 임시 일시직 일만 비정규직에게’ 라는 상식에 기반 한 고용원칙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며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체의 재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6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최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사회 연대 실현을 위한 성찰과 실천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이은영 기자)

    김 소장은 “가톨릭 재단도 간접고용과 차별의 문화에서 예외가 아니”라며 강남성모병원의 사례를 들었다.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파견기간 2년이라는 법조항 하에서 업체만 바꾸어 재고용하거나 다른 업체로 바꾸면서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며 “과거 직접 고용된 상시 업무임에도 파견형태의 간접고용으로 전환해 신분의 불안정성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 재단의 병원이기에 인간적 대우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만, 이는 배신감으로 귀결되고 만다”며 “종교재단도 비정규 활용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 노동자들은 교회 재단이 교회의 이념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김 소장은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주저할 뿐 아니라, 비정규직 투쟁방식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며 “처지의 차이에서 출발해 갈등이 증폭되는 국면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성모병원 정규직 노조도 오랜 노사갈등을 겪었으며, 그 과정에서 파견도입에 합의를 한 원죄가 있다”며 “결국 노동조합은 병원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데 면죄부를 부여하게 되고, 그 대신 정규직 조합원들은 고용 안정성이나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오기백 신부는 ‘비정규직 문제와 천주교회의 성찰’이란 주제를 통해 “1970~80년대 교회가 노동운동에 적극 개입에 온 반면 현재는 그러한 과제를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에 맡기며 직접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오늘날 같은 업종의 대학 및 병원들과 경쟁하며 사회 주요 기관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포함해 사회 일반 단체의 노동 관행을 도입하며 교회에 새로운 도전을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대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강하게 이야기하고 노동자들의 연대를 지지하면, 정부와 대립적인 관계를 맺게 될 뿐만 아니라 교회 내에서 큰 힘을 갖고 있는 그룹 및 권력자들과 대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회 정규직 전환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는 “지난해 2월 주교회 정의평화위원회는 비정규직 보호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성명서의 내용은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와 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차별을 없애고, 교회 내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 신부는 “(정평위가 발표한)성명서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으로 인하여 한 직장 안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임금차별을 받게 된 구조는 불공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재산의 소유는 그 재산을 공동선을 위한 일에 써야 한다는 책임을 수반하는데, 이는 지상의 모든 재화는 지구상에서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기 재산을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며 “정부가 공동선을 위해 개입할 의무가 있다”며 “교회 역시 이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노동사목뿐만 아니라 국내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사목에 투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강문대 변호사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홍보이상, 한국노총 이상원 부위원장, 민주노총 김경란 정책국장, 천주교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양운기 수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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