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 협상하자” vs “안을 제출하라”
        2009년 10월 16일 0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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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 간 후보단일화 협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안산상록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임종인 후보 측의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라는 틀에 합의해 놓고도 협상과정의 기본적인 원칙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양 측이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임종인 후보 측이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김영환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에 치중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고, 임 후보 측은 김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하고 단일화를 거부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고 민주당도 협상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 무소속 임종인 후보와 민주당 김영환 후보 (사진=손기영 기자, 김 후보 홈페이지)

    실질적인 첫 협상 테이블이었던 15일 밤 10시 4차 실무협상 자리가 마련된 과정도 이와 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임 후보 측이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원칙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실무협상이 개시되지 않고 있다가 이에 대한 논의가 오가던 중,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이 임 후보 측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민주당 "임종인 측 조건 달기, 생트집 중" 

    당시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협상에 앞서 임 후보 측에 대해 “실질협상은 하지도 않으면서 조건 달기에만 여념이 없다”며 “자신으로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없어지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며 생트집을 잡고 있다”며 맹공을 가한 바 있다.

    이에 김종철 임종인 후보 측 공동대변인은 “실무회담 자체가 진행되지 않아 우리가 시민단체를 통해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이 비난을 쏟아내 당혹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임 후보 측 관계자도 "민주당이 자신의 안을 내놓지 않은 채 우리가 소극적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 후보 측은 이날 협상과정에서 △임 후보 측과 민주당 중앙당의 직접협상 △공개적인 협상 진행 △야4당 대표회담과 실무교섭 동시 진행 등 3개 항을 제안했다. 협상과정을 공개하면서 대표회담을 통해 선 단일화 선언 후 교섭을 진행하자는 방식이다. 그리고 임 후보 측은 16일, 우위영 대변인을 통해 협상과정을 공개했다.

    그러자 민주당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곧바로 브리핑을 통해 “(협상과정을 공개한 것은)일차적으로 유감”이라며 “오늘 논의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또 오늘 오후에 있을 단일화 협상의 시한까지 공개했다. 이는 약속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을 몇 사람이 밀실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당 대 당 형식의 공식적 협상”이라며 “게다가 단일화 협상은 비공개로 원만하게 진행해야지 공개적으로 진행되면 상호비방이 가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표회담 거부와 관련해 “실무적으로 진행되야 하는 협상에서 대표회담을 통해 먼저 단일화를 선언하고 안하고는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이미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합의된 상황에서 임 후보 측이 구체적인 여론조사 방식과 내용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이런저런 정치공세를 할 때가 아니라 항목과 날자 방식을 합의해야 할 때로, 우리는 임 후보 측이 구체적 안을 제안해 달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종인 측 "민주당 단일화 의지 있는가?"

    그러나 이에 대해 임종인 후보 측 고영국 공보실장은 “민주당이 단일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 실장은 “협상의 기본적 원칙이 합의가 되어야 여론조사 안을 제출할 것 아니냐”며 “공개협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유사시 민주당이 판을 접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히 임 후보 측은 김영환 후보의 단일화 의지에 의구심을 강하게 품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후보 개인 성명을 통해 후보단일화에 의지를 보이면서도 “나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며 “후보단일화는 2위 후보와 마이너 후보가 연대하거나 또는 마이너 후보들이 연대하여 승리할 수 있을 때 모색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이미 김 후보 측은 후보단일화의 모든 권한을 당에 위임한 상황”이라며 “김 후보의 개인발언은 단일화 협상과 관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임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 따로, 당 따로 라는 것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양 측은 오후 2시부터 여의도에서 5차 실무접촉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임종인 후보 측은 공개협상-대표회담에 대한 민주당의 수용을 계속 촉구할 예정이고 민주당 측은 ‘구체적 여론조사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여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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