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늘도 웃으면서 운다"
    싱그러운 꿈 사라지고 빚과 경쟁만
        2009년 10월 16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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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나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아침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이힐에 발을 구겨 넣고 학교로 향한다. 전철 안. 내 무게를 가느다란 힐로 버티는 발이 아프다고 난리다. 고통을 못 견뎌 앞에 앉아서 자고 있는 어떤 사람을 흘긴다. ‘나보다 힘들지도 않으면서.’ 속 좁은 말을 속으로 중얼거린다. 옛 중국의 여성들이 겪었던 전족의 고통과 지금 내가 하이힐을 신어 겪는 고통이 비슷했으리라는 우스운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등록금을 미처 마련하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학교를 다닌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내 이름으로 된 대출금만 1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휴학을 해야 하나. 교수님께 제발 장학금 좀 받게 해 달라고 사정해 볼까.

    이런 생각들이 정점에 이르면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그러다가도 나 하나 죽는다고 해서 등록금이 내려갈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살도 또 쉽게 단념하고 만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과외를 아무리 해도, 이쪽저쪽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해 봐도, 손에 겨우 움켜쥔 돈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워낙 푼돈이다 보니 차곡차곡 저축을 해 보려 해도 잘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쓸데없이 돈을 많이 써서일 거라는 자책만 늘었다. 분식집, 베이커리, 헬스클럽, 카페 알바를 거쳐거쳐 일을 해 보아도 남는 것은 ‘웃으면서 울기’라는 스킬뿐이다. 스펙 하나 없이, 토익 점수 하나 없이 말이다. 능력도 쥐뿔 없는 것이 감히 취직을 생각하다니!

    빚이 ‘빛’을 앗아갈 때

    친구들은 내게 쉴 새 없이 취업 얘기를 늘어놓는다. 굳이 취업이 아니어도, 누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면 자기도 연결해 달라고, 한번 알아봐 달라고 사정한다. 우리는 서로가 그리워도 쉽게 만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립다. 언제 날 잡아서 만나자.” 이 말로 겨우 만나고픈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전해졌을까. “우리 도대체 언제 만나니?”라는 나의 말에 친구는 “실은… 내가 돈이 없어서 만나기가 좀 그래.” 하며 그제야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어딜 가나 돈이 숭숭 빠져 나간다. 사실 만날 시간도 부족하다. 결국은 “나도 그래.”라고 말할밖에.

    캠퍼스 안은 나와 다른 세계를 사는 애들로 가득차 있는 것 같다. 상대적 박탈감에 목이 조여 온다. 허술한 나의 옷차림이, 뚱뚱한 내 팔다리들이 저주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구차하게 허덕이는 건 내 탓이 아니라고 애써 위로도 해 본다. ‘내 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자’는 캠퍼스 안의 구인광고가 날 실컷 비웃는다. 비웃으려면 비웃어 보라지.

    집마저도 숨 쉴 공기가 부족한 것 같다. 공기마저 모두 돈으로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집은 제1금융권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를 하겠다는 압박에 밀려 제2금융권에 손을 뻗었다. 제1금융권의 빌린 돈을 못 갚아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어떤 종교는 인간의 몸과 영혼은 신의 것이기 때문에 매일 헌신하고 바쳐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던데. 제2금융권이시여, 우리 가족을 구원하소서.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그 광포한 빗줄기에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아스팔트가 깊이 패일 것만 같다. 근데 우산이 없다. 엄마더러 우산 갖고 마중 나와 달라고 하고 싶지만, 핸드폰은 정지됐다. ‘미납요금… 미납요금… 미납요금시 수신이 정지될 수도 있사오니….’

    퍼뜩 우스운 생각이 든다. 최근 어느 통신사에 인턴을 지원했었다. 결과는 ‘함께하고 싶었으나, 정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였다. 정말,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을까? 혹시 내 미납요금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건 아닌가요? 참으로 낭만스럽게, 나는 여름비를 흠뻑 맞고 집에 돌아왔다.

    남자친구에게 나의 고민을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우리집… 사채까지 빌렸어….” 남자친구는 “그럼 과외 자리라도 알아봐 줄까? 학교에서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해 준다던데 그거 신청해 봐. 교수님한테 당장 가서 말하고….”라는 말을 쉴 새 없이 쏟아 낸다.

       
      ▲필자.

    나를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인 건 알겠는데, 그 말마저 나를 코너로 몰아세우는 기분이다. 눈에는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데도 입은 웃고 있다.

    “고마워… 알았어….” 그러자 남자친구는 나에게 좋은 정보를 알아냈다며 달뜬 목소리로 금융계에 취직할 때 필요한 ‘금융3종 자격증’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내 꿈이 뭐였는지 기억이나 할까?

    빚도 경쟁도 ‘뿅’ 사라진다면

    내 동생은 어딜 가나 자신만만하고 생기발랄했다. 공부도 무척 잘해서 졸업할 때 경기도 도지사상도 받을 정도였다. 조금 약삭빠른 면도 있지만, 천생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 리더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동생에게도 스무 살의 삶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동생에게 크게 기대하셨다. 어수룩한 나보다는 총기 가득한 눈망울을 가진 동생이 당연히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부모님 노후도 보장해 주리라 기대하셨던 것 같다. 근데 웬걸,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고, 동생 또한 간절히 바랐던 서울대학교에서 동생을 똑 떨어뜨린 것이다. 아버지의 실망감과 동생의 좌절감이 한동안 집안 구석구석에 음습하게 떠돌았다.

    차선책으로 동생은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지방 교대에 입학했다. 아무리 국립대라도 등록금은 문제였다. 동생은 학자금과 함께 생활비도 100만 원 대출을 받았다. 생활비 100만 원은 집 빚의 이자를 갚는 데 쓰였고, 동생은 거의 빈손으로 춘천으로 내려갔다.

    한동안 동생은 기숙사에 있으면서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다. 뽀얗던 얼굴이 핼쑥해져서 까슬해 보일 정도였다. 동생은 교대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내가 봐도 교대와 동생은 어울리지 않았다.

    동생은 영화나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봐도 매번 새롭다고 말할 정도로 텔레비전을 무척 좋아했다. 프로그램이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과정을 신기해 했다. 그렇지만 공무원 중에서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최고라고 여기는 아버지 앞에선 말 잘 듣는 착한 딸일 뿐이었다.

    그러나 동생의 대학 생활은 겨우 한 달 만에 끝나고 말았다. 동생은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도 없었고, 적응하기도 싫었던 것 같다. 시든 꽃마냥 생기가 사라져 가는 동생의 얼굴을 보면서 부모님도 더는 어쩌지 못했다. 결국 동생은 다시 수능을 준비하게 되었다.

    돈이 없어 학원에 다니지는 못하지만 동생은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종일 공부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시금 시들어 가는 스무 살 청춘을 나는 그저 안타깝게 지켜본다. 동생은 나중에 대기업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벌겠노라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가 고이 간직했던 10대의 꿈을 잊은 듯해 슬프다.

    가끔 동생과 나란히 누워 컴컴한 천장을 바라보며 꽤나 다정하게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다. 이때 금기시되는 화제가 있는데, 바로 ‘돈’ 얘기다. 얘기해 봤자 서로 맘만 아프다는 걸 이젠 안다.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잠잘 시간이다.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내일 또다시 아침이 오는 것은 너무나 괴롭다. 타고난 생기발랄한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동생은 내게 어서 자라며 귀여운 한마디를 던진다. “뿅!” 그 순간, 우리를 힘들게 하는 빚, 경쟁도 모두 ‘뿅’ 하고 사라졌으면.

    “사시 되면 다 해결돼!”

    연애. 쉽지 않았다. 한때 경제적으로 힘든 것이 너무 짜증이 나, 돈 많고 학벌 좋은 남자도 만나 보려고 했다. 우습게도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나. 남자친구네 집 사정도 그리 좋지 못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남자친구 별명은 ‘거지’였으니까. 나는 ‘빈대.’

    우리는 학교에서만 만난다. 그나마 학교 안에선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을 수도 있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벤치도 있으니까…. 밖에 나가면 우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야기를 나눌 장소를 소비해야 하고, 음료를 소비하는 것을 매일 할 수는 없으니까. 아, 370만 원을 내고 학교라는 공간을 소비했다 치면 되는구나. 학생증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지?

    남자친구는 내게 어서 취직하라는 말과 동시에 자기도 어서 취직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야 날 데리고 살지 않겠느냐고. 그런 말에 남자친구가 믿음직스럽고 고마웠던 걸 보면 내가 얼마나 자립적인 여성이라는 이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것 같다.

    스물네 살이라는 나이가 연애하기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정말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이 나이에 연애하기 어렵게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건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나와 남자친구는 취업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하다.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감이 부족한 편이다. 종종 남자친구는 내게 말한다. “조금만 우리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도서관에서 종일 토익 공부, 취업 공부 하느라 6개월 남짓 되는 연애 기간 동안 영화관 데이트도 두 번밖에 못했다. 물론 돈이 없는 것도 이유였겠지만, 우리 둘 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주말마저도 우리에겐 주말이 아니었고, 공부하기 고달프다는 하소연만 주고받는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밥을 먹게 되었을 때 연애에 대해 수다스럽게 얘기를 했다. 나와 친구들은 새롭게 연애를 막 시작한 한 친구의 설렘을 무척 부러워했다. 연애가 주는 설렘을 잊어버린 지 너무 오래된 거 같다.

    어떤 친구는 자신에게 사귀자고 하는 선배의 제안이 너무 황당했다고 했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고백이 아니라, ‘제안’이라고 표현했다. 오랫동안 친구를 봐 왔던 선배는 직장을 잡고선 친구에게 연애를 제안했다. “나는 직장을 잡았고… 그만큼 안정되어 가고… 그러니 오랫동안 봐 왔던 네가 나와 연애한다면 이 ‘안정’이 더 안정될 것 같다.” 뭐, 이런 식이었다고 한다.

    친구는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안정적인 그 삶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것 같다며. 친구는 스물네 살의 연애가 이렇게 낭만도 없고 설렘도 없는 거냐면서 하소연했다. 가끔 나도 설레던 연애를 그리워한다. 그렇지만 그건 과거일 뿐이다. 현실은 내게 또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어른들의 연애가 다 그런 건가.

    어느 날,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친구들을 호프집에서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중에 실연을 당한 남자친구의 후배도 있었다. 술이 취하자 남자친구 후배는 슬픔에 취해 눈시울을 붉혔는데, 이를 본 남자친구의 또 다른 친구들이 이상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사시 되면 다 해결돼.”

    법대생인 남자친구의 친구들은 오직 ‘사시’에 목을 매는 것 같다. 사법연수원생인 선배는 후배들에게 이런 자랑을 한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도 안 했는데, 가입하라고 알아서 전화가 오더라고….” 그러니까, 실연당했을 때는 사시에 붙으면 슬픔도 사라지는 거구나, 사랑과 사시는 같은 ‘사’ 자니까. 등가교환이 가능한가요?

    남자친구가 나와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 친구들이 말렸다고 했다. 공부하면서 연애를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남자친구는 조금이라도 내가 여유를 보이면 다그치곤 했다. 그러다가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이렇게 말했다. “나도 4학년이고 너도 4학년이어서 당연히 여유 안 부리고 함께 열심히 공부할 줄 알고 사귄 건데….” 자기가 아는 커플들이 얼마나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줄 아느냐면서.

    아무런 스펙이 없어 취직은 어려울 것 같아서 결혼을 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요즘에도 가끔 돈 때문에 짜증이 밀려오면 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면 나는 과연 몇 등급으로 나올까. 비정규직 물리치료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하는 말로는 ‘물리치료사는 B등급’이라 한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좋은 물’에서 놀라고 하는데….

    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좋은 물’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2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선’이라는 세계에 뛰어들면 경쟁력은 있단다. 돈 많고 안정적인 아저씨에게 통한다고 한다.

    우연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대학 동기와 마주친 일이 있었는데, 생글생글 잘 웃는 그녀에게 남자친구와 연애는 잘되고 있는지 안부를 건넸다. 나이 차가 꽤 나는 남자친구를 둔 언니는 여유가 만만했다. 여유도 있고 뭐든지 야무지게 잘 해내는 모습이 부럽다고 하니까 언니는 꽤나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남자친구 앞날이 창창하다 보니까, 나도 많이 안정된 것 같아.”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남자친군 창창, 내 인생도 반짝?

    친구야, 괜찮아

    아버지는 늘 내게 "네 주제에 맞게 살아라"라고 말씀하신다. 내 주제가 뭔지 난 아직 잘 모르겠다. 한때 내겐 꿈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한테는 입도 벙긋하기 싫었다. 또 "네 주제에…."라는 말이 튀어나올까 봐. 그런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공무원과 결혼하는 게 제일이라고 하셨다. 나더러도 9급이든 10급이든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라고 하셨다.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공무원과 결혼하고, 또 평범하게 애를 낳으면서 살라고 재차 말씀하신다.

    내가 평범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내 주제를 잘 몰라서 그런지 나는 아버지 눈에는 한심한 첫째 딸이다. 살림 밑천이 되기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첫째 딸. 어쨌든 나는 절대 물려받을 유산 따윈 없다. 아, 있구나. 빚이라는 유산. 학자금도 대출받았으니까, 결혼 자금도 대출받으려나. 무이자였으면 좋겠군요.

    술 취한 아버지의 평범해지라는 말이 너무 듣기 싫어서 무작정 동네 놀이터로 뛰쳐나갔다. 나의 오래된 동네 친구는 캔 맥주와 담배를 건네며 위로를 한다. “우린 잡초 같으니까, 마구 짓밟혀도 금방 일어설 거야. 그러니까 힘내자.”

    나는 친구에게 나의 꿈에 대해 말하면서 하소연했다. 하지만 친구도 역시 그 꿈을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얘기한다. 우리한테는 서포트해 줄 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현실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하고, 지금은 당장 벌어진 경제위기를 모면하는 게 꿈보다는 우선이지 않겠느냐고.

    그래, 우리는 잡초니까 잘할 거야. 하하하.
    나에게도 싱그러운 꿈이 있고, 마음껏 웃고 떠들었던 20대의 단편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즐거웠고, 스펙 따윈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그 시절은 어디로 날아가 버린 걸까. 그건 또 왜지?  

       
      ▲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표지

    먼저 졸업을 앞둔 한 친구는 내게 이런 푸념을 했다.
    “나는 정말 소소한 즐거움에 행복해 하면서 살았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런 게 야망도 없고 정신없이 노는, 현실에 대해 전혀 무감각한 철부지 같은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진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수업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 배운 것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처럼 되어 버렸어.  

    배우고 싶지도 않던, 그 있잖아 물건을 어떻게 잘 팔 것인가 궁리하는 마케팅 뭐 그런 거, 나를 어떻게 상품화할지를 가르치는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지 못한 게 참 바보스럽게 되어 버렸고.

    취직하기가 어려우니까. 다들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복수 전공한 사람들을 선호하잖아. 어쨌든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데에 시간을 낭비해 버린, 토익 점수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나는 얼빠진 애가 돼 버린 거야.”

    친구야, 괜찮아. 너의 마음속에 있는 그 그리움을 나도 갖고 있어. 그러니까, 함께하자.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고, 소소한 즐거움에 행복해 했던 그 시간들을 다시 불러내면 돼. 할 수 있어. 우리를 조여 왔던 끈들을 하나씩 녹여 버리자. 우리의 간절함으로.

                                                      * * *

    * 이 글은 우석훈 박사가 최근에 『88만원 세대』후속작으로 펴낸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에 실린  글이다.  『혁명은…』에는 ‘대학생들의 20대 관찰기’라는 장에서 7명의 대학생들이 쓴 88만원 세대들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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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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