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병원, 국민들에게 재앙이다"
        2009년 10월 15일 03: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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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가족부가 백기를 들었다. 영리법인 병원 허용에 대한 자본과 핵심권력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제주도에 영리법인 병원의 도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심의가 이루어질 것이며,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상임위 구성으로 볼 때 이 법률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그 동안 영리법인 병원의 도입이 국가의료제도의 거시적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민생의 입장에서 보면, 영리법인 병원의 도입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의 정도는 미디어 법을 강행 처리하여 보수 언론에 방송을 상납한 폭거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을 민간보험회사와 거대 자본에 팔아먹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 사진=보건의료 노조

    영리법인 병원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 금융자본과 의료자본 등의 극소수를 위한 이윤 창출의 대가로 대다수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요구하는 참 나쁜 제도 유형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장주의 의료제도가 초래하는 고통과 참상을 금융자본에 포획된 미국 의료제도의 사례에서 잘 보고 있다.

    가격은 높아지고 서비스는 낮아지고

    영리법인 병원이 도입될 경우, 의료서비스의 가격은 높아질 것이 확실한 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1980년 이후 각급 병원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149개의 연구들에 따르면, 비영리병원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높다는 결과가 88%나 된다. 일부 영리병원이 질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영리병원들이 중증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기피하기 때문에 30일 이내의 단기 사망률이 낮아져서 도출된 제한된 결과일 뿐이다.

    영리병원 도입 문제는 기존의 민자 고속도로와 공공 부문에서 건설한 일반 고속도로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국도나 지방도는 국민이 통행하는 데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는다. 일부 고속도로의 경우 비용을 받는 곳도 있으나, 민자 고속도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확실하다. 서울에서 춘천을 거쳐 속초까지 가는데 예전에는 미시령 터널을 통과할 때 2,800원만 내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춘천 간의 민자 고속도로가 생겼는데, 그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홍천까지 7,300원을 추가로 내고, 다시 미시령에서 2,800원을 더 내어 총 10,100원을 내게 되었다. 같은 곳을 가는데, 민자 고속도로가 특별히 더 안전하거나 더 빠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은 더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현상이 의료부문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인데, 고속도로는 이용하지 않거나 돌아가도 되지만, 의료의 경우는 선택의 여지없이 생존과 건강을 위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수재이고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영리법인 병원이 도입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국민의료비가 6조 원 정도 증가하고, 당연지정제를 폐지할 경우에는 23.7조 원이나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보장되는 건 병원 수익성 뿐

    유일하게 영리병원이 우수한 평가를 받는 것은, 병원의 수익성 부분 뿐이다. 당연히, 영리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투자자들에게 이익 배당을 해야하므로 환자들에게 고가의 비보험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게 된다. 결국,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즉, 동일한 의료서비스에 대해서 “영리”라는 이름이 붙으면, 환자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급증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크게 발전해있다. 의료기술 수준도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화와 발전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병원과 의료 인력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자본시장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현 정부의 발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미국의 시장주의 의료제도에서 그러한 방식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고 있다. 즉, 영리법인 병원의 도입과 이에 연동된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우리의 길이 아니다. 유럽 주요 선진국들이 해오고 있는 정부 재정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건강분야의 공적 투자를 크게 활성화해야 한다. 이것이 의료민영화의 고통과 부작용 없이 우리나라 의료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가장 확실하게 입증된 방책이기 때문이다.

    2009년 10월 8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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