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1위 조선소, 안전은 세계 최악
    By 나난
        2009년 10월 15일 11: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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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의 노사자율안전 관리 정책이 조선업체들의 산재은폐도구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노사자율 안전수준평가’에서 노동자 대표가 배제되는가 하면, 세계 1위의 조선소라 인정받는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10일과 13일 잇따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금속노조가 함께 분석한 ‘조선업 노사 자율안전관리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업의 재해율은 1.76%로, 전 사업 재해율 0.71%보다 무려 2.4배나 높게 나왔다.

       
      

    실제로,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소지공장에서 민 아무개 노동자가 고소차 붐대에 협착해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3일에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고 아무개씨가 가스 폭발로 사망했다.

    고 씨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으로, 현장을 목격한 한 노동자는 하청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큰 폭발음과 함께 작업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며 “업체 관리자들은 (현장을) 목격하던 수십 명의 작업자들에 ‘빨리 제 작업장으로 돌아가 일하라’며 제촉할 뿐 주변에 서서 전화만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람 죽어도… "일해라"

    이에 노동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일하다 사람이 죽었다면 당연히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 권리가 우리 노동자에게 있다”면서 “그러나 작업중지권은 머나먼 소리고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은 곧바로 깨끗이 치워지고 사고는 은폐축소되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커녕 문제해결도 되지 않은 채 장례만 치루면 상황이 끝나버리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이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부는 ‘조선업 사업장 노사 자율안전관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에 기반해 노동부는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노사가 함께 평가하도록 하며, 우수업체로 선정될 경우 안전보건 감독을 면제해 왔다.

    하지만 자율안전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 홍 의원에 따르면 ‘노사자율 안전수준평가’에서 노동자 대표를 배제하고 이루어진 경우가 무려 86.7%에 달했다. 또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노조 측 참여자로 기재된 이들의 대다수는 부장, 차장 등 회사의 관리자 또는 사용자 대리인인 경우가 다수다.

    또한 조선업체들은 노조 측 대표가 상부조직인 금속노조의 방침으로 불참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실제 확인결과 금속노조는 그런 방침을 전달한 바 없으며, 회사로부터 평가참여 요청조차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에서 2004년에 제명된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의 방침으로 2008년에 평가를 거부했다고 허위기재하기도 했다.

    노동자 배제, 노조 불참 조작, 평가는 마음대로

    또한 사측이 마음대로 조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결과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홍 의원에 따르면 사측의 자체평가로는 918점이 나왔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경우 노동부 평가확인팀의 점수에서는 876점, 노조 측이 같은 기준으로 검증했을 경우는 522점에 그쳤다. 

    홍희덕 의원은 “사측이 노조를 배제하고 마음대로 허위사실을 기록하는 지금의 제도는 거의 무용지물”이라며 “조선업 노동안전관리를 전면 재검토하고 허위로 평가를 기재한 업체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 박세민 국장은 “자율안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안전보건 감독이 면제된 사업장엔 사실상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들어갈 수 없어 무법천지나 다름이 없다”며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사업장에 대한 안전을 ‘규제’로 인식하며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계 1등의 조선소라 하지만 생산과 자본의 이윤추구에서는 1등일지 몰라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안정은 세계 최악의 조선소”라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이 강화되어야 하며 노조와 노동자 대표가 안전부분 관련 업무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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