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조 1천억원이 껌값입니까?
        2009년 10월 15일 09:53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비정규직 노동자 신현창(34). GM대우차 부평공장에서 2003년부터 7년 동안 칼로스 문짝을 조립했던 그는 지난 추석연휴 바로 직전인 9월 30일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번에 해고된 19명을 포함해 GM대우는 경제위기 이후에 비정규직 노동자 1천여명을 공장에서 쫓아냈다.

    GM대우를 찾아 억울함을 외치고, ‘정규직 형님’들과 노동조합을 찾아 연대를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중 세계 1위 기업이라는 GM의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0월 14일 그는 프리츠 핸더슨 회장을 보기 위해 산업은행으로 달려왔다.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대량해고 원상회복 촉구 결의대회 모습

    금속노조 인천지부와 GM대우비정규직지회는 14일 오후 2시 산업은행 앞에서 ‘지엠대우비정규직 원상회복 및 총고용보장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인천지역의 간부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80여명이 함께 했다.

    공장은 잘 돌아가는데, 비정규직을 쫓아낸 이유 

    그보다 먼저 해고됐던 그의 동료들은 핸더슨 회장이 묵고 있다는 신라호텔로 찾아가 1인 시위를 벌였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를 복직시켜라’는 요구를 영어로 번역해 만든 피켓을 들고 넓디넓은 호텔 주차장에서 혹시나 하며 핸더슨 회장을 기다렸지만 끝내 그를 만나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신현창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후 대우는 정말 ‘잘 나갔다’. 자동차 라인을 팽팽 돌아갔고, 그는 매일 잔업을 했으며, 주말이면 쉬지도 못하고 특근을 해야 했다. 그렇게 GM대우는 떼돈을 벌었다.

       
      ▲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가 신라호텔 주차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GM대우비정규직지회)

    그런데 며칠 전 국정감사에서 GM대우가 파생상품거래로 3조729억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번 돈을 놀음으로 날려버렸다면 당연히 그 책임은 GM회사와 경영진이 져야 할 텐데, 저들은 노동자들, 그것도 가장 힘이 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웠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경영진이 3조 1천억을 날렸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을 동결당하고, 복지를 축소당했다. 사무직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을 강요당하고 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1천명은 말 한마디 못하고 쫓겨났다.

    사측, 놀음 손실로 노동자 임금 동결, 복지 축소

    그래서 그는 GM 핸더슨 회장을 만나 말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투기로 날린 돈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합니까?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쫓겨나야 합니까?

    오후 3시 집회를 마치고 그와 동료들은 산업은행 정문과 후문으로 나눠 그를 기다렸다. 4시에 온다는 핸더슨 회장은 정확히 4시 52분에 산업은행 정문으로 들어왔다. 그의 차를 막았다. 그리고 그에게 알아듣지 못할 말을 큰 소리로 떠들었다.

    핸더슨 회장은 산업은행에 1조원을 달라고 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내주려는 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신현창이 7년 동안 일하면서 낸 세금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의 생각은 단순하다.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그 잘못을 힘없는 비정규직에게 떠넘긴 정말 못된 GM경영진에게 다시 노름판 뒷돈을 대줘서는 안 된다. 노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노동자들의 희생을 원상복귀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든 일터로 돌려보낸다고 해야 한다.

    핸더슨 회장은 유유히 노동자들 틈을 빠져나가 산업은행으로 들어갔다. 비정규직 노동자 신현창은 멀리서 그에게 소리쳤다. 3조 1천억이 껌값이냐고. 왜 비정규직이 책임을 져야 하냐고.

    자동차 세계 1위 기업 GM의 핸더슨 회장은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신현창의 절규를 들었을까?

       
      ▲14일 오후 4시 50분 산업은행으로 들어가는 GM 핸더슨 회장이 탄 차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