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자 임금 법으로 금지 국가 없다"
    By 나난
        2009년 10월 13일 04: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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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놓고 노정 간에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양대 노총이 외국 사례 발표, 국제심포지움 개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한국노총은 13일 ILO 등 국제협약을 들어 정부의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나섰으며, 민주노총은 11월말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외국 사례를 들어 입법화의 문제점을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노사자율에 맡겨야"

    정부는 그 동안 “사용자에 의한 전임자 임금 지급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되지 않기에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총(ITUC),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OECD-TUAC) 등은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규정은 입법적 관여 사항이 아니므로 관련규정을 폐지하고 노사 자율교섭에 맡길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돼있다. 

       
      ▲ 한국노총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및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강제 반대 투쟁을 선포했다 (사진=한국노총)

    ILO도 1971년에 채택된 협약 제135호에서 “근로자 대표가 그 직무를 신속하고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고 제143호에서는 “근로자 대표에게 그 업무수행에 있어 근로자 대표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임금이나 사회적 또는 부가적 급여의 손실 없이 근로제공 의무를 면하고 필요한 시간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전임자 임금과 관련해 ILO 2002년 결사의 자유위원회, 제327차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입법적 관여 사항이 아니므로 현행 노조법 상의 관련 규정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ITUC의 ‘한국의 국제노동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간부에 대한 임금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간의 교섭결과로 지급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조합법상 관련 규정(제24조 2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 2년 이하 징역 등 벌칙

    하지만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24조)은 ‘노조 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은 또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81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90조)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강충호 대변인은 “보편적 타당성을 바탕으로 한 ILO 권고사항이 지켜져야 함에도 한국에서는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전시 노동법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노사자율 원칙에 입각해 시행하고 있다”며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노사자율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한국과 같이 기업별 노조가 운영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전임자에 대한 임금은 노동조합의 재정으로 충당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시금 등의 지급을 단체협약으로 규정한 경우에는 이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노동조합법 제7조 3호(부당노동행위)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 운영하는 것에 개입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을 위한 경비 지불에 대하여 경리 상의 원조를 주는 것. 다만 노동자가 근무시간 중에 시간 또는 임금의 손실 없이 사용자와 협의하거나 교섭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현재 정부는 미국의 경우 노조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규제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해당 사업장의 노사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한하여 노사 간의 협약에 의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본 전시노동법에서만 입법

    한편, 민주노총은 11월 중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해외 사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8일 국제노총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제노총 및 OCED 노동자문위원회 핵심 인사들과 만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관한 국제심포지엄 개최를 협의했다.

       
      ▲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을 찾은 임태희 노동부 장관에게 "장관 명함만 내보이지 말고 노동부장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이명익기자)

    민주노총에 따르면 OECD TUAC(노조자문위원회) 롤랜드 슈나이더 정책전문위원은 "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며 심포지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노총 가이라이더 사무총장도 국제노총 위원장 및 각 국의 노조들을 대상으로 11월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해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의 문제점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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