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뚝이 같은 거인들과 함께
    By mywank
        2009년 10월 13일 03: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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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래시장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사진=진보신당)

    “당 활동을 시작한 이래 재래시장에서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은 처음”

    지난 9일 민생대장정 전북지역 연설회에 대한 윤난실 부대표의 말이다. 토끼와 고양이 새끼들이 우리 안에서 잠을 자며 새 주인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5일장이었던 익산 북부시장에서였다. ‘진보신당’이라면 ‘이회창당이냐?’고 되묻는 노령층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열렬한 반응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호남지역 정서 때문인가? 이유에 대한 의문은 이내 자활센터에서 있었던 노회찬 대표 간담회에서 풀렸다. 지역마다 구축된 자활후견기관에 참여하는 주민들 50여명이 노회찬 대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오기주 익산시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간담회에서는 사회적 기업, 일자리 정책, 선거구 개편 등 질문도 다양했다.

    전북의 열렬한 반응

    사실 지역에서 낮시간에, 그것도 당원이 아닌 주민들과의 대규모 간담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간담회가 대부분인 민생대장정 일정에서 이 날의 자활 참여자들과의 간담회는 전북도당이 얼마나 대주민 접촉면이 다양하고 넓은지 보여주었다.

    이 날 간담회에서 윤난실 부대표는 “4대강 사업 같은 곳에 헛돈을 안 쓰면 집집마다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청년실업자들에게 1년 동안 취업 지원금 70만원씩 줄 수 있다”며 “저희 마음과 여러분 마음이 같다. 국가 예산은 그 정권의 철학이 드러나는 일”이라는 말로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는 노회찬 대표가 “MB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인턴제와 희망근로제에 반대한다”며 “둘 다 전시행정효과만 노릴 뿐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아니기에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들어가기 쉬운데”

    현대차 전주공장. 4.29 재보선 당시 노조 지도부의 반대로 정문 앞 선거운동조차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던 곳이다. 지난 4월의 안타까운 상황을 돌아보자. 민주노총 초대 전북본부장으로 시작해 8년간 본부장으로 활동한 염경석 후보가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으로 인해 민주노총의 지지후보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염경석 후보를 지지하는 개인 노동자 234인의 지지선언으로 만족해야 했던 당시, 어느 누가 염 후보의 눈물을 잊을 수 있겠는가.

       
      ▲ 사진=진보신당

    그랬던 현대차 전주공장 안으로 노회찬 대표와 염경석 전북도당 위원장이 노조 지도부를 만나러 갔다. 김규화 전주시당 부위원장은 “재선거 땐 주차도 못하게 하던 곳을 이렇게 쉽게 들어간다”며 복잡한 마음을 전했다.

    노회찬 대표는 지난 9월 선거 당선된 이동기 의장 등 지도부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노조 강만석 부의장은 “4월 재보선 때 무척 죄송했다”며 “당시 노조 지도부에 문제제기도 많이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마음을 전했다.

    우아동, 인후동 주민들과 간담회가 있었던 저녁 시간, 간담회 장소 근처에는 서윤근 전주시의원의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 주변 상가 1층에, 큼지막한 의원사진과 함께 민원사무실 간판이 보인다.

    당원들에게 주민접근성이 탁월한 곳에 사무실을 연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하자 서 의원은 “당원들에게 있어 보이면 안 되는데”라며 너스레를 떤다. 뭔가 불쌍해(?)보여야 선거시기 당원들의 자발적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 사무실에는 음료 등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염경섭 “2010선거, 15~20명의 후보 낼 것”

    염경석 전북도당 위원장은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5명에서 20명의 시도의원 후보를 출마시킬 예정”이라며 “반드시 당선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거점 정당이라는 기득권 연합에 대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오뚝이처럼 일어 설 때, 염 위원장의 발언은 그대로 실현되리라 믿는다.

       
      ▲ 진보신당 민생대장정 전북순회 기자회견 (사진=진보신당)

    “아, 이제 전국 어디든 시장 사진이 다를 게 없어요. 상인들이 하는 말도 문장 끝만 빼고는 거의 같다니까요?”

    전국순회 민생대장정에 결합하는 한 당직자의 푸념이다. 사실 그렇다. 전국순회가 한 달을 넘어서다 보니 우리가 하는 말이 크게 다르지 않고 판박이인 전국 도시들의 풍경과 겹쳐 특별한 내용이 나올 수가 없는 이유에서다.

    지역 사업, 중앙당 함께 고민해야

    울산, 대구, 경북, 강원 등 지역 순회를 함께한 중앙당 J 모 국장은 “지역은 너무 열악한 상황이 많아 민생대장정이라도 안 했으면 할 것이 별로 없다”며 “지역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사업거리를 중앙당이 함께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느꼈다”고 말을 꺼냈다.

    J국장은 순회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로 대구시당의 담대한 스케일을 꼽았다. 대구시당은 자체 방송차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광역시도당이다. J국장은 “지역 상황이 안 좋더라도 무언가를 계속 하려고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J국장은 시민들을 만나 가장 반응이 좋은 주제로 “재래시장에서 대형마트 규제 이야기를 할 때”를 꼽았다. 덧붙여 “노인들이 많은 재래시장 등 지역에서 4대강 사업할 돈으로 틀니 건강보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향 노인들에게도 우리 내용은 호응 있다

    현재 민생대장정을 총괄하고 있는 H모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에서, 그것도 우리의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노인층에게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해악적인지 연설하면 박수가 나온다”며 “우리의 메시지가 얼마나 호흡가능한 내용인지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지금 당의 상황에서 지방선거 출마는 희생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당의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 상황은 나아지기 힘들다. 막힌 곳, 안 풀리는 곳에 대해 당이 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시장 상인과 대화를 나누는 노회찬 대표 (사진=진보신당)

    대부분 지역순회는 지방기자들과의 간담회로부터 시작된다. 10월 7일 충북지역 순회 또한 충북도청 기자회견으로 시작됐다.

    기자회견에서 노회찬 대표는 “경제가 변하려면 정치가 변해야 하는데, 지역거점 정당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며 “3김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3김의 정당이 여전히 낡은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며 지역거점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11시경 청주방송 라디오 <박은선PD의 라디오 매거진> 생방송 대담에서 청주와의 인연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회찬 대표는 청주교도소 수감 생활을 말한다. 사회자는 4대강 사업, 세종시, 신종플루 대책 등과 관련한 질문을 마치고 정책연구소 이름이 <미래상상>인 것이 매우 특이하고 신선하다며 질문했다.

    노대표는 “깡통에 든 음식같이 묵혀두다 선거 때만 꺼내 쓰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정책을 지향한다”며 “정치가 이런 데까지 관심이 가지나?라는 이야기를 듣는 정책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거라서 왔나보지?"

    12시 경 노회찬 대표는 충북경실련에서 상인단체 등 충북경제살리기운동 대표자들과 SSM 저지 투쟁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충북지역은 SSM문제의 백화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SSM에 대해 문제제기한 곳”이라고 밝힌 충북 참여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다행히 지역 공조체제가 있어서 사업 조정 신청 등 (여러 각도로)대응 중이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는 “SSM문제는 입법으로만 해결이 가능하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주 육거리 시장은 노회찬 대표를 보고 상인들이 “선거라서 왔나보지?”라고 말할 정도로 선거 때마다 주요 정치인들이 빈번히 들렀다 가는 곳이다. 노대표는 “저는 선거라서 온 것도 아니고 사진 찍으러 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4대강 사업이다, 부자감세다 해서 나라 살림이 무척 어려운데,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왔다”고 말을 꺼냈다.

       
      ▲ 휴대폰 요금인하 요구 피켓을 든 진보신당 당직자 (사진=진보신당)

    연설회는 이후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으로 이어졌다. 젊은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휴대폰 요금인하는 역시 반응이 뜨겁다.

    충북도교육청도 역시 일제고사, 시국선언 징계 건 등으로 투쟁하는 교사들이 넘쳐났다. 이날 열린 교육주체 결의대회에서 노회찬 대표는 “시국선언이 교사의 본분을 넘어선 것이라면 유관순 열사는 학생 본분을 잊어버린 것으로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시국선언이 있다면 선언의 주체가 아니라 선언의 대상이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월 7일, 전국순회 민생대장정 한 달 째 충북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9일 전북 14일 제주, 15일 경남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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