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생, 컵라면 먹고 야자…‘놀토’ 등교
    By mywank
        2009년 10월 12일 09: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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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일선 학교에서 벌어진 일제고사 파행 사례가 공개됐다. 이는 ‘평가 결과를 공개해 그 책임을 묻겠다’는 교육당국의 방침에 각 교육청과 학교장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수 올리기 경쟁을 벌이면서 발생된 것들이어서, 일제고사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청소년 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 폐지 전국시민모임(시민모임)’이 12일 공개한 파행 사례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일제고사 대비 0교시, 강제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실시 △사설문제집 구입 및 모의고사 실시 △일제고사 준비로 인한 교과과정 변칙적 운영 등의 문제가 발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북 지역 파행사례 두드려져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10월 학업성취도평가 및 수능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던 충북과 충남지역의 파행사례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특히 충북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습부진 학생을 특수학급에 편성 △축구부 학생을 평가 대상자에 넣지 않기 위해, 예정에 없던 학교 간 경기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왼쪽)이 체험학습 참여 지역의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우선 충북과 충남지역의 상당수 초등학교에서는 이번 일제고사에 대비해, 0교시, 강제보충 수업,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의 모 초등학교는 점심시간에도 학교에서 구입한 문제집을 푸는 보충수업을, 충복의 모 초등학교는 학업 부진 학생에게 컵라면을 제공하며 저녁 8시까지 야간 학습을 실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지역의 학생들은 방학과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서, 일제고사 준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의 모 초등학교는 6학년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내내 8시간씩 보충수업을,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초등학교는 ‘놀토(토요 휴무일)’에도 보충수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운동회 소풍도 일제고사 이후로

    일제고사를 대비한 사설문제집 구입 및 모의고사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충남의 모 초등학교는 여름방학 중 보충수업을 실시하면서 전 학생에게 1만원씩을 일괄적으로 걷어 문제집을 구입하고 문제풀이식 수업을 벌였으며, 충북 옥천교육청은 올해 일제고사 대비 자체 모의고사를 3회 실시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별 대책수립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충북의 모 초등학교는 운동회 소풍 등의 행사를 일제고사 이후로 연기했으며,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초등학교는 일제고사 전 예체능 수업을 대폭 줄이는 대신 국영수 등 주요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교과과정을 변칙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한편 전남 경북 경남 강원 인천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파행사례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생들이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하는 OMR카드 형태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모임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한 성적 경쟁, 학교 간 경쟁으로 결국 죽어나는 것은 우리아이들”이라며 “교육이라고 부르기조차 낯 뜨거운 교육현실에 놓여있는 우리 아이들이 안쓰럽고, 학부모 교사로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그저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일제고사가 부진아를 판별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인적 물적 준비 및 지원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문제풀이식 나머지 공부 형태의 방안은 학습 의욕을 상실한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일제고사, 부진아 판별위한 것?

    시민모임은 이날 △반교육적인 0교시, 강제 보충, 야간 학습, 휴일 방학 중 강제수업 중단 △일제고사 폐지 및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학교(별) 성적 공개 재검토 △일제고사 해직교사들의 원상복직 등을 교육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 한 전누리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SAY NO’ 활동가는 “지금 학생들은 0교시 등 일제고사에 대한 학교 측의 압박, 늘어 가는 시험, 일제고사 거부에 따른 학교 측의 탄압에 점점 위축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입장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1시부터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약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모임 측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러지는 13~14일 "전국의 14개 지역에서 600여명이 체험학습에 참여한다"고 밝혔으며, 서울지역의 경우 13일 초등학생 및 이들의 학부모들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로 생태학습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 시민모임의 ‘일제고사 반대 행동’은 기존의 서울시교육청 앞 대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로 옮겨진 점도 눈에 뛴다. 이들은 일제고사를 거부한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13일 대학로에서 △진중권과 함께하는 강연 △영화 <시선 1318>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뮤지컬 <그 놈을 찾아라> 공연 △’청소년들만의 시간’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전국 14개 지역 600여명, 체험학습 떠나

    또 14일에도 대학로 일대에서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팽귄> 관람 △‘청소년에게도 인권은 있다’라는 주제의 청소년 인권교육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의 이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6 중3 고1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에 대한 평가가 치러진다. 평가 결과는 ‘보통 이상’, ‘기초’, ‘기초 미달’ 등 3단계로 표기되며, 초중학생의 경우 지역교육청별로 고등학생의 시도교육청별로 일괄적으로 공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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