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이 내 유서가 되어도 좋다"
        2009년 10월 10일 02:3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을 베끼게 하셨습니다. 베끼고 난 후 성과가 있으셨나요? (정채희 / 아주대 사학과)

    아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인지 어쩐지 아내도 그걸 다 베끼게 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느낌을 얼핏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에 단호하게 대처했습니다.

    “내가 『아리랑』하고 『한강』까지 베끼게 하지 않은 것을 고마워해야 해”

    젊은이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성실하게 노력해라’ ‘꾸준하게 노력하라’는 말이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태백산맥』 베끼기를 택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베끼기를 다 끝냈을 때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매일 매일 지치지 않고 미련하게 하는 노력이 얼마나 큰 성과를 나타내는지 절절히 깨달았으리라 믿습니다. (본문 중에서)

                                                      * * *

       
      ▲ 책 표지

    올해로 작가 생활 40년째를 맞이하는 작가 조정래가 현대사 3부작 대하소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시사IN북. 1만2천원)을 펴냈다.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씌어졌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 240여 명에게서 ‘평소 조정래 선생에게 궁금했던 질문’ 500여 개를 받았고, 이들 질문 가운데 84개 질문을 추려 그에 답하는 형식이다.

    작가는 서문을 통해 “그 84가지 질문은 대충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 그 응답들을 형식을 달리한 나의 자전 소설로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책의 초반은 40년 글쓰기 체험을 바탕으로 문학론과 창작실기론을 풀어놓았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수많은 인물을 창조해낸 비결까지 그의 소설을 읽고 문학을 꿈꾸는 청년이라면 한번쯤 떠올렸을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심지어 ‘몸짱 조정래’에 대한 이야기와 실체(사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조정래의 현대사 3부작을 읽은 독자라면 그가 밝힌 현대사 3부작에 얽힌 비화와 제작 노트를 흥미롭게 읽을 듯하다. 또 그동안 현대사 3부작에서 독자들이 스쳐 지나갔던 ‘인간 조정래’의 편린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가는 “『태백산맥』의 독자들이 이번 자전 에세이를 읽으면 보물찾기나 퍼즐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라며 “『태백산맥』에는 작가 조정래의 분신이 들어 있는데, 지금까지 그걸 찾아낸 독자가 몇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일은 온 몸을 쥐어짜는 것 같이 피를 말리는 일이지만 그 성취감은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만족감”이라며 “그것이 바로 감옥은 감옥이되 황홀한 만족감을 주는 감옥인 이유”라고 자신의 글쓰기 인생을 책제목에 비유했다. 

    그는 또 “만일 지금 내가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이번 글이 내 인생을 정리한 유서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내 아들에게도 못한 얘기를 이번에 다 썼다”라고 말했다. 『황홀한 글감옥』에는 40년 동안 글을 써온 큰 작가의 ‘인생론’이 담겨있다. 

                                                          * * *

    지은이 조정래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자신의 일생을 문학에 온전히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조정래 작가 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은 1980년대 출간 이후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널리 읽힌다. 또한 2002년 완간된 <한강>은 <태백산맥>과 <아리랑>에 이어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을 완성하며, 1천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恨), 그 그늘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가 있고, 이러한 조정래 전반기 문학은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으로도 출간되었다.

    최근 장편소설 <인간연습> <오 하느님> 등을 발표하면서 시대와 사회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번역 출간되었고(중국어, 영어 번역중), 영화와 만화로 만들어졌으며, TV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