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국선언 교사 징계' 갈등 고조
    By 나난
        2009년 10월 09일 0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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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시국선언을 이유로 전교조 사무실과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지도부 소환 등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역시 법적 대응을 밝히며 10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전교조 간 갈등이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유호근)가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 등 지도부 6명을 소환해 시국선언을 주도한 배경과 의도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이에 앞서 경찰은 1, 2차 시국선언 당시 고발된 전교조 교사 각각 89명과 83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시국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 전교조 본부 및 지부 전임자 74명을 최근 징계위에 회부한 바 있다.

       
      ▲ 전교조는 9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안 검찰의 별건수사와 인권침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진=교육희망)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간부를 비롯한 172(중복 포함)명을 고발했다. 전교조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는 6월 1차 때 1만7,000명 7월 2차 때 2만8,600명이다.

    3년치 개인메일까지 압수수색

    이에 경찰은 시국선언을 이유로 전교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2001년부터의 전교조 자료 압수, 전교조 간부의 3년치 개인메일 압수, 전화통화내역 압수, 전교조 본부와 지부 간부 등의 계좌까지 추적하며 저인망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정 위원장을 비롯해 교과부와 교육청이 고발한 전교조 간부 등 100여 명 전원의 금융계좌에 대해 지난달 29일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입출금 명세를 파악하고 있다”며 “노조 설립 취지를 벗어나 정치활동인 시국선언을 했기 때문에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교조는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시국선언이 교육당국이나 공안당국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치활동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검찰이 약식기소를 하더라도 정식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정 위원장은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은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입을 막겠다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검찰의 계좌추척과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저인망 수사에 대해 "어느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다른 사건과 연계시키기 위한 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검찰도 안 하기로 한 별건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전고검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를 통해 ‘수사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하며 별건수사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별건수사란 본래 수사대상이 된 사건의 혐의 입증이 곤란할 경우 피의자를 압박하기 위해 별도의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김 총장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에 대한 사실상 별건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전교조는 "검찰이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우니 일단 뒤지고 보자는 낡은 관행을 다시 한 번 되풀이 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검찰이 시국선언과 계좌추적의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검찰총장이 밝힌 별건수사 근절 입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무리한 수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현기본권에 대한 탄압"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 역시 전교조에 대한 검찰의 계좌추적에 대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며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정부가 비판의견을 잠재우기 위해 헌법적 권리를 짓밟으며 범죄적 월권을 일삼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 정진후 위원장이 검찰의 별건수사에 항의하며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사진=교육희망)

    이어 그는 “해당사건의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경우 다른 혐의라도 찾아 볼 속셈으로 인권침해를 일삼으며 마구잡이로 수사를 확대하는 범죄행위”라며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정권의 안위를 위해 발버둥치는 권력과 그 하수인의 작태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징계와 고발에 법률 전문가들 역시 "무리수"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8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시국선언 관련 교사들의 징계 여부에 대해 9명의 변호사와 법학교수를 상대로 경기도교육청이 한 법률자문서를 공개하며 “시국선언 교사 징계 부당”을 알렸다.

    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9명의 법률가 중 7명이 ‘징계사유가 되지 않아 징계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가들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예로 들어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 행위가 △집단행위 금지 △정치운동 금지 △성실의무 위반 △복종의무 위반 등 교과부가 밝힌 징계 사유에 어느 것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률전문가 의견서에 따르면 한 변호사는 “시국선언 및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이 어떤 법적 위반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것을 이유로 관련자들에 대하여 해임 또는 징계 혹은 경고, 주의 등의 행정처분 등을 행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전교조와 경남교육연대는 “시국선언을 이유로 징계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비민주적인 처사”라며 경남도교육청 앞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전교조, 10일 교육주체결의대회

    한편, 전교조와 정부의 갈등은 오는 13~14일에 실시되는 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평가에서 또 한 번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강원도교육청은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미진학생을 지원하기 위해선 성취도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생에 대해 무단결석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제 유출 또는 관리소홀, 성적을 부풀리는 행위 등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지침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교육과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유도하는 등 시험 거부를 조장하는 교원에 대해 관련법에 의거 징계 조치할 방침이다.

    이에 전교조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일제고사’로 규정하고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참교육학부모회 역시 집단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는 오는 10일,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징계에 대항해 서울역에서 ‘시국선언 탄압 규탄과 이명박 교육정책 심판’을 주제로 교육주체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전교조는 집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했거나 주도했던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을 징계한 데 대해 비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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