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동 "웃음은 혁명이다"
    By 나난
        2009년 10월 09일 10: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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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을 깨는 것이 유머의 출발점이고, 우리 생활의 혁명이다. 거창한 정치적인 혁명 모른다. 다만 우리 생활에서 좀 웃자는 거다.”

       
      ▲ 강연 포스터

    8일 유명 방송MC 김제동씨의 특강이 열린 서울북부고용지원센터 10층 대강당은 500여 명의 사람들도 가득 찼다. 자리가 없어 서거나 바닥에 앉아 특강을 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마들연구소(이사장 노회찬)의 ‘명사 초청 특강’은 노원지역 ‘밖’에서도 찾아오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폭소와 감탄의 100분

     마들연구소의 ‘명사 초청 특강’ 14번째 강사로 나선 방송인 김제동의 말 솜씨는 명불허전, "역시 김제동이구나"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자리였다. ‘웃기면서 감동을 주는’ 그만의 웃음코드에 참석한 사람들은 1시간 40여분 동안 폭소와 감탄사를 연거푸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그를 소개하며서 “김제동은 직업 앞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이라며 “‘국민MC’, ‘국민 사회자’라 부르는데 그 누구도 이견을 보이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며 김제동을 소개했다.

    김제동은 이날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법’을 이야기했다. 그는 “웃음 속에는 혁명이 있다”며 “앎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제외한 모든 기득권의 틀을 깰 때 모두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만큼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 없다. 여자들은 세계 최강이다. 우리 누나들은 친구랑 3시간 통화해 놓고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 한다. 누나 5명에 엄마까지 여자 6명 모여 여자 탤런트 한 명 죽이는 데 한 시간이면 된다”면서도  “마이크 잡고 이야기하라 하면 두려움에 떨며 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를 두고 ‘갈대밭’이라 표현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기’라고 말할 수 있는 갈대밭”이라는 것. “그간 마이크는 늘 힘 있는 자들만 들고 있어 힘없는 자들은 팔뚝질 밖에 할 수 없었다”며 “이제 깨어 있는 시민이 자신들의 의견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는 ‘갈대밭’

    그는 “마이크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야 한다”며 “모든 두려움은 모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두렵고, 어두운 골목길에서 모르는 뒷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무섭다. 하지만 수심이 몇 미터인지 알고 물에 뛰어들 때는 무섭지 않다. 낯익은 발자국 소리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웃음과 감동이 묻어나오는 그이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됐다. “우리 집 옆에 누가 사는지를 알 때와 모를 때의 불안감은 엄청난 차이다. 안다는 것은 모든 두려움을 없애준다. 마이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를 켜고 끄는 걸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면 이제 마이크의 생사여탈권은 내가 쥐게 되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인 선, 빨간 불일 때 건너지 말고, 사람을 보면 때리지 말고, 약한 사람 있으면 도와주고,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 있으면 좋아하고. 저는 독재도 반독재도 모른다. 상식밖에 모른다. 적어도 누가 죽었으면 최대한 예의를 표하고, 선덕여왕에 나온 것처럼 ‘먹고 살기 힘들어서 들고 있어난 것은 폭동이 아니고 절규며, 국민은 계몽과 협박의 대상이 아니라 희망을 줘서 같이 살아가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상식이다.”

    그는 두려움을 극복한 소통의 시작을 ‘유머’에서 찾았다.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머란 사람이 사람을 웃기는 것, 바로 대화며, 대화는 말과 말이 오고가는 것”이라는 것. “눈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고 말은 영혼을 옮기는 수레다. 수레에 내 영혼을 실어 다른 사람의 영혼에 갖다 보여주고, 내 영혼의 반을 거기에 두고 다른 사람의 영혼을 가져올 때 친구가 되는 것이다.” 

    철학적 유머론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되 틀리다고 이야기하기 않는 게 대화”라며 “틀리다고 할 때는 대화는 사라지고 싸움만 남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간의 어떠한 딱딱한 마음도 돌려세울 수 있는 게 바로 유머다.”

    "사람을 웃기기 위해서는 자기가 바보가 되거나 남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남을 바보로 만들어 웃길 때는 반드시 그 대상에 보상이 따라야 하며, 중요한 것은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웃기는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사진=마들 연구소

    그의 유머론 강의에는 철학이 배어있다.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웃기는 사람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바보가 바보흉내로 사람들을 웃길 수 없다. 바보는 그냥 바보다. 바보의 순수한 면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의 바보흉내가 웃음의 포인트다. 기존의 틀을 깨지 않으면 절대 사람들을 웃길 수 없다.”

    “어린아이가 넘어지면 웃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이 넘어지면 웃긴다. 거기에 가발 하나 떨어지면 정말 웃긴다. 왜? ‘격식’, ‘틀’, 우리가 흔히 동경하는 권력, 학력, 돈, 지식 등 기득권이 무너질 때 유머는 발생한다.” 

    진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상식적이면서 참신하다. “틀을 깰 때 세상은 진보하고 앞으로 나간다. 상식적이지 않을 때 가장 웃긴다. 그래서 요즘 얼마나 웃기는 게 많지 않느냐? 그래서 상식은 좋은 것임과 동시에 위험한 것이다.”

    웃기는 데는 좌우가 없다

    “아이들은 상식이 아니라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위대하고 창조적이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되냐’는 질문에 어른의 99%는 ‘물이 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봄이 된다’, ‘개구리가 된다’고 답한다. 고정화된 상식을 지워가는 것. ‘어리고 약한 어린이를 괴롭히면 안 된다’, ‘강자는 약자를 무조건 힘으로 누르면 안 된다’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는 싹 바꿔야 한다. 그래야 웃을 수 있다.” 

    웃음에 대한 그의 생각도 경청할 만하다. “웃음은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가장 원초적인 증거며 웃음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그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웃음에는 기술이 없다. 진심만 있으면 된다.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을 인정한다’, ‘언제든 당신의 눈높이와 맞추겠다’, ‘사람이 사람에게는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유머다.”

    그의 정치적 색깔은? “나는 어떤 정치적 색깔도 없다. 웃기는 데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 다 웃어야 한다. 새도 왼쪽 오른 쪽 날개를 다 퍼덕여야 난다. 다만 상식, 우리 아이들이 빨리 뛰지 말고, 산에 가서 신발 벗고 천천히 걷길 바란다. 천천히 걸으면 보게 된다. 보면 안다. 알면 느낀다. 느끼면 실천한다.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멋진 특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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