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도 돈 벌어와요"
    By mywank
        2009년 10월 08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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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되고 있는 일제고사가 오는 13~14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치러질 예정이다. 앞서 몇 차례의 일제고사과정에서 벌어진 교사해직문제 등 부작용이 명백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 측은 일제고사를 강행하려 하고 이에 대한 교육운동진영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 ‘Say-No’는 학생과 학교 간의 경쟁을 가속화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제고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3회에 걸쳐 기고 연재한다. 그 첫 순서로 인천의 중3학생의 글을, 이후 학부모와 일제고사로 인해 해직당한 교사의 글을 연재할 계획이다.

    ‘Say-No’ 등 교육운동진영은 릴레이 기고 외에도 일제고사에 맞춰 등교거부 / 체험학습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연재는 <프레시안>에도 공동 게재된다. – 편집자 주

    지난 3월 우리아이들은 학교의 무단결석 협박에도 시험성적으로 줄 세우기 위한 일제고사를 반대하고 체험학습을 떠났었다. 모처럼 엄마와 야외 학습에 나선 두 녀석들의 밝은 모습에서 내심 동심으로 돌아가 남한강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체험을 했던 시간이었다.

    오는 10월 13일 초등 6학년 중3, 그리고 고1 학생들이 말 많고 탈도 많은 일제고사를 또 치르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일제고사를 반대했던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아 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던 양심적인 교사들을 파면, 중징계 했고 소신껏 일제고사를 거부했던 학생들에게도 체험학습 불허와 무단 결석처리 등 반교육적 탄압을 했었다.

    내 아이에게도 불이익 올까봐

    아마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중징계에 협박으로 밀어붙이니 잘못된 일제고사에 문제를 느끼면서도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미친 교육정책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부익부빈익빈의 교육 불평등은 극에 달하고 공교육은 사교육에 무너진 지 오래다. 이제 교육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 사진=손기영 기자

    과거 정부가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으로 대입제도를 바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국가는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드는 역할을 하고 대입제도는 궁극적으로 대학자율에 맡기겠다는 시장주의 원칙을 제시했다.

    더구나 대통령 취임 후 100일도 되지 않아 시작된 우열반 편성, 0교시 부활, 영어 몰입식 교육, 대학자율화 교육정책 실행과 최근 2009 교육과정 개편인 미래형교육과정은 교육현장은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이제는 유아나 유치원 때부터 입시경쟁의 무한경쟁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잘 사는 집이나 못 사는 집이나

    현재 초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인 내 아이들의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잘사는 강남에 비해 덜하다고는 하나 학교에서 수시로 보는 수행평가나 시험, 일제고사는 불안한 부모들의 심리를 한껏 부풀려 아이들을 능력 있다는 쪽집게 학원으로, 과외로 뺑뺑 돌린다. 잘사는 집의 아이들은 양질의 사교육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게 될 것이고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사교육은 고사하고 대학을 가기도 어려울 것이라 본다.

    10평 남짓한 작은 월세 집에서 어렵게 살고 있지만 중 3아들, 고3 딸을 둔 친구가 있다. 딸 아이 대학 보내려고 맞벌이는 기본이고 몇 년 째 옷 한 벌 못 사 입고 생활비 외에는 학원비로 다 쓴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엔 관심 없고 족집게 학원 스타 강사나 과외 정보에 바쁘다.

    이 집은 딸이 공부를 꽤 잘해 엄마가 더 고생한다. 문제집, 참고서, 학원, 논술, 영, 수 과외 등 요구가 많다. 혹여 아이가 나중에 원망할까 부모는 전전긍긍 사교육비 마련에 등골 빠지는 거다. 좀 먹고 살만하다는 집도 아이가 고교생 되거나 고3이 되면 그 수준에 맞게 남들보다 더 사교육비를 지출하니 정말 끝이 없는 경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들은 개미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사교육비를 마련해야 좋은 부모 노릇하는 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어와 한자 학습지 외에는 학원 안 다녀도 잘 컸던 우리 집 큰 아이도 요즘엔 “엄마도 돈 벌어요.” 한다.

    "엄마도 돈 벌어요"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하는 녀석이 입시미술학원 보내 달라 해도 “돈 없어” 했던지라 불만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 엄마가 돈 한 푼 못 버는데도 일하느라 바쁜 게 이상했는지)

    그러나 학원비가 생활비 절반을 뚝 자를 정도니 서민부모 벌이로는 감당하기 벅차다. 서점에서 데생, 수채화 책을 사다 독학하라고 주고 겨울에 알바해서 좀 싼 곳을 찾겠노라 약속하고 말았다. 착하게도 아이는 긴가민가하면서도 넘어갔다.

    초등 1학년인 작은 아이는 조금 공부하고 노느라 바쁘지만 수행평가가 성적에 들어가고 일제고사로 인해 상당수 반 친구들은 이미 보습학원에, 특기적성에, 영어 공부에 바쁘다.

    아이들이 시험지옥에서 벗어나 행복해 하고 부모들은 사교육비를 따로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정책이 절실하다.

    4대강 예산이면 무상교육 충분

    이명박 정부, 반서민적 교육정책 뿐 아니라 부자감세를 하더니 4대강 사업으로 쏟아 붓겠다는 돈은 22조원이나 된다. 이 돈이면 교육복지로 취학 전 아동 무상교육비 9조원, 고교 무상교육 3조원, 반값 등록금으로 5조원, 친환경 무상급식실시 및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조 2천억 등 민생에 투입할 수 있는 정도의 엄청난 금액이다. 참, 이상한 대한민국이다. 국민의 혈세를 누구를 위해 쓰겠다는 건지 !

    오늘 다시 두 아이의 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을 신청하면서 이제는 정말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모두 나서서 싸웠으면 한다. 자식 낳기도 힘들지만 키우기는 더 힘든 세상에서 우리의 침묵과 비겁함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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