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아동성폭행범 언급, 포퓰리즘 전형”
        2009년 10월 06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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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아동성폭행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이 같이 비판한 것은 “대중이 완전히 공분한 상태에서 범인을 향해 극단적인 언사를 늘어놓음으로써 쉽게 인기를 얻는 구조”라는 것이다.

    진 교수는 “(이런 언사들을) 대통령이 할 필요가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우리가 꼼꼼하게 법 자체의 문제인지, 법의 운영에 문제가 있는 건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라면 어린이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지 일어난 범죄를 처벌하는 건 사법부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술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는 게 법원에서 참작해줘야 정상이냐”며 “여기에 대한 대중의 정당한 분노로, 그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고, 만약에 제가 피해자의 부모였다면 범인을 정말 죽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적 거세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화학적 거세’형벌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신체형은 근대적 법 관념과는 거리가 멀고 화학적 거세 자체도 따져봐야 할 게 많다”며 “한 번 주사를 놓기 시작하면 평생 놓아야 하고, 신체 여성화도 진행되는데다 도중에 중단하면 오히려 남성 호르몬이 갑자기 강해져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의 문제는 화학적 거세에 반대하는 것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단순 논리가 너무 쉽게 횡행하는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범죄자 스스로 성욕을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변명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그런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또한 “이 재판이 이미 세 번 이뤄졌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다가 <KBS>에서 보도를 하니 뒤늦게 난리를 치는 셈”이라며 “언론이 다른 언론이 설정한 의제라도 따라갈 필요는 있으나 이번 경우는 <KBS>보도에 반응하는 대중에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 제 역할 하고 있나

    즉 “심층 취재로 이성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닌 지금 분노의 표층에서 표절을 경쟁적으로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을 떠나 범죄자와 사회의 관계에서 ‘인권을 무시하는 놈의 인권을 우리도 무시하자’는 경우, 범인과 사회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성폭행범, 유아 성폭행범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라며 “법의 허점들을 이용해 성폭행범들이 어떻게 처벌을 피해가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아이들에게도 교육을 시켜줘야 하는데 과연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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