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한 산별 건설 현장 요구 결과"
    By 나난
        2009년 10월 02일 03: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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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6기 임원선거가 ‘조용히’ 치러졌다. 박유기 위원장 당선자는 명실상부한 금속산별 건설의 과제를 앞에 놓고 안팎의 기대를 받으며 금속호의 새로운 선장이 됐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은 쪽들도 다수가 무늬만 산별이 아닌, 실질적인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그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07년 산별 전환 이후 치러진 첫 번째 임원선거가 5개 후보 진영이 각축을 벌이며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받던 것과는 비교가 되는 모습이었다. 현장 조합원의 관심 역시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별 건설과정의 ‘리더십’ 기대

    지난 달 21~23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에서 투표 참여율은 75.5%이었으며, 28~30일까지 진행된 2차 결선 찬반투표 참여율은 63.9%를 기록했다. 지난 2007년 투표율은 1차 82.1%, 2차가 80.5%로 이번 투표율은 그때보다 7~16%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에 대해 금속노조 대우차 지부 한 관계자는 "금속노조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관심 부족과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유기 당선자(현대자동차, 1차 투표 49.39% 득표)와 낙선한 김창한 후보(만도기계, 43.40%)가 박빙 승부를 펼치긴 했으나, 두 후보 사이에 공약의 차이가 눈에 띄지 않은 것도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데 한 원인으로 꼽혔다.

    두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 및 임금체계 개선’, ‘산별노조 강화’, ‘비정규/미조직 사업 강화’ 등 금속노조 내 현안에 대해서 거의 동일한 내용의 공약을 내놓았다.

    금속노조 안팎에서는 박유기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 대해 그의 산별건설 운동에 대한 기여와 역량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금속노조 사무처장을 지낸 진보신당 심상정 전 공동대표는 “금속산별운동이 일정한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일관되게 산별운동의 전망과 방향을 제시해 왔던 박유기 후보의 확고한 신념을 조합원들이 믿고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별운동의 확고한 신념 선택

    민주노총 핵심 간부 가운데 한 사람도 “박유기 당선자가 현대자동차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산별 전환을 완성시킨 인물”이라는 점이 당선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돈문 교수(가톨릭대)는 “박유기 당선자에게 기업별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제대로 된 산별노조를 만들어 보라는 주문으로 보인다”며 “기업별노조의 경계를 허물고 산별노조에 대한 요구가 훨씬 강하고 보편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별운동 후퇴’ 등 기존 정갑득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실망도 박유기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갑득 지도부는 넓은 의미에서 김창한 후보와 함께 ‘국민파’로 분류된다. 조돈문 교수는 “박유기 후보의 당선은 명실상부한 산별노조 이행을 기대한 결과이며 동시에 산별노조 후퇴에 대한 지난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였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박 후보의 ‘출신’ 역시 표심을 모으는 데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현대차지부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면도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대차지부에서는 ‘조직의 훼손’을 이유로 지역지부 전환 방침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판매본부를 제외한 8개 본부에서 박유기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박유기 체제가 산별 건설 등 당면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는 지역지부 전환에 대한 대공장 반발 등 예상되는 어려움을 “박유기 당선자가 걸어가야 할 가시밭길”이라고 표현했다.

    가시밭길 위의 장애물들

    금속노조는 지난 2007년 산별노조 전환 이후 ‘기업지부의 한시적 유예’를 허용하고 올해 조직체계를 전환할 방침이었다. 이에 10월 1일 실제로 지역지부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대, 기아, 대우, 쌍용차 등 완성 4사와 만도 등은 여전히 기업지부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지부의 이경훈 지부장 당선자가 “교섭권과 체결권, 단결권”을 요구하며 사실상 기업지부 존속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역지부 전환을 강조해 온 박 당선자와 현대차지부 사이의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조돈문 교수는 “개별노조(기업별 노조)는 금속노조의 힘을 키우는 데 자기들은 기여하지 않고 혜택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완벽한 산별노조로 가기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의 틀을 넘지 않고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개별사업장들 극복해야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한석호 조직실장은 “기업지부 문제는 굉장히 혼란스럽겠지만 해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내부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박점규 부장은 "규약에 의해 지역지부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규약과 현실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있다"며 "이를 모아내고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조한 투표율에서 드러나듯 금속노조에 대한 현장의 무관심과 반감, 실망을 모아내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 내부 문제는 물론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동법 개악 등 노동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선봉 산별노조’로서 박유기 당선자가 금속을 넘어선 노동 현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노동계 현안 투쟁에도 리더십 발휘해야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장 동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조직 내부적으로는 산별노조 준비 태세와 현장의 불신 회복, 2010년 임단협 성공을, 외부적으로는 노동현안에 맞는 투쟁이 필요하다"며 "2010년이 박유기 당선자에 대한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박유기 위원장은 금속산별노조를 바로 세우고 탄탄한 기반을 닦아 가는데 있어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대중조직이라는 것이 단지 ‘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심 전대표는 "무엇보다 조합원들과 지회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와 함께 "대기업 노조들과 큰 방향에 있어 의견통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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