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 기업 지부 해소하겠다"
    2009년 10월 06일 10: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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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박유기(44) 위원장 당선자에 대한 노동계 안팎의 기대가 높다. 그 가운데 금속연맹의 산별노조 전환 시기 그가 보여줬던 ‘리더십’이 어려움에 빠진 금속산별노조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장 크다.

지난 2006년 6월 현대자동차 노조가 해체되고 지부가 되면서 금속산별노조 탄생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박유기 신임 위원장은 “(산별노조가 출범한) 2006년 당시 현장 노동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되찾는 게 향후 2년의 과제”라고 말했다.

   
  ▲ 박유기 금속노조 6기 위원장 당선자.(자료=금속노조)

또한 그는 금속노조가 10월 1일부로 지역지부 전환에 들어가야 함에도 실질적으로 기업지부가 존재하는 상황에 대해 “최소한 11월 안에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기업지부 해소 방안’ 규약에 대한 부분을 보완하고 지역지부장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의 “기업지부로의 교섭권․단체행동권․체결권 위임” 발언과 관련해 “권한과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며 “금속노조 규약에서 ‘기업단위에는 교섭권을 위임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음으로 규약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발생하고 있는 민주노총 정치방침 논란과 관련해 "지켜지지도 않는 것은 방침이라고 해 봐야 내부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노동조합에 강제력을 발휘하는 정치방침은 무리로, 정치사업에 대한 폭을 넓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유기 위원장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지난 1일 오전 11시경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 당선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 책임감이 무겁다. 당선된 게 기쁘다는 것보다 늘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을 이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 선거 유세기간 현장 조합원들을 20일 가까이 만났다. 현장에서는 금속노조에 대한 실망과 불신, 심지어 분노까지 표현되고 있다. ‘이것이 금속노조의 현주소구나’ 깨달았다.

‘조합원들의 마음을 신뢰와 희망으로 돌려세우려면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조합원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2년의 과제가 무엇인지’, 가장 큰 책임감이며 고민이다.

기아차 무더기 무효표는 금속노조에 대한 불만 표시

– 선거 결과를 어떻게 진단하나.

= 1차 투표 당시, 기아차에서 무효표가 3,600표 나왔다고 했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기아차 화성, 소하리, 광주 현장을 직접 순회했다. 조합원들이 느끼는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결국 투표용지를 통해 나타난 거다. 정치적인 수사 필요 없다. 이것이 바로 조합원의 정서다.

현대차, 기아차 등 특히 대공장 사업장에 들어가 보면 금속노조에 대한 실망감이 굉장히 크다. 2차 투표에서 투표율이 저조한 것도 연장선상이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무효표와 반대표가 많았다는 것은 조합원들이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과의 갈등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현장 조합원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갑득 위원장이 15만 금속노조의 초대위원장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만 현장 조합원이 느끼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때문에 ‘제발 다르게 해봤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특별히 무엇을 달리해야 하는지 아직은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단, 가능하면 현장을 자주 다니며 현장의 정서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대공장이든 중소사업장이든 서로의 간격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하려 한다.

부단하게 뛰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버린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15만 조합원 중 일부, 즉 쌍용차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탈퇴를 시도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곳은 없다.

이제 마지막 기대를 안고 산별노조운동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산별노조를 세워보자’는 게 현장의 지배적인 요구다.

기아차 조합원, "쌍용차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한 게 뭐냐"

– 현장의 분노의 원인은 무엇으로 진단하나. 

= 기아차 유세 당시 한 조합원이 내게 ‘고용은 기업단위에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의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떠든 사람이 당신 아니냐’며 ‘하지만 쌍용차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물었다. 중요한 것은 쌍용차 투쟁에서 조합원들이 실망이 상당히 컸다는 사실이다.

또 대공장의 경우 현대차지부 지도부가 중도 사퇴하며 대표지회장 선거를 하느냐, (기업지부) 지부장 선거를 하느냐 논란이 많았다. 기아차는 실제로 지난 9월까지 지부장 임기가 종료됐으나 ‘대표지회장을 뽑아야 하나’, ‘지부장을 뽑아야 하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현장 조합원들 속에서는 ‘금속노조 때문에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금속노조 때문에 임단협이 안 되고 있다’는 식의 논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지부 재편 역시 관성적으로 왜곡돼 ‘지역지부 전환=기업지부 해체’라는 등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현장에서는 금속노조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

– 금속노조의 향후 핵심과제는 무엇인가.

= 조직, 교섭, 운영 체계를 잡는 것이다. 조직체계를 지역지부로 정리해야 하는데 현재는 실제로 기업지부 지부장이 선출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열린 79차 중앙위원회에서 ‘대표지회장 선출 방식은 해당 기업단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기업지부 해소 방안을 결정한 바 있다.

때문에 기업지부의 지부장 선출에 대한 금속노조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위에서 대표지회장 선출방식을 기업지부에 맡겼고, 현재 그에 기초해 기업지부 지부장이 선출되고 있다.

하지만 10월 1일부로 ‘모든 게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지부 지부장 선출했으니 그대로 가라’고 할 수도 없다. 최소한 11월 안에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기업지부 해소 방안’ 규약에 대한 부분을 보완하고 지역지부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지부장 선출단위와 현장 활동가들, 지역지부 동지들의 의견을 들어 중집과 중앙위를 거쳐 대의원대회에 안을 상정할 것이다. 늦어도 연말 내에는 조직체계를 지역지부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기업지부 해소안 11월 대의원대회 상정

조급하지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조직체계나 운영체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기업지부와 지역지부를 공존시키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 또한 교섭체계는 선거과정에서 ‘중앙교섭 포기하느냐’는 말이 있었는데 결코 아니다. 중앙교섭은 해야 한다.

다만 중앙교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교섭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실례로, 완성사와 공업협회, 협동조합과 부품사 간 정책토론이나 협의, 또는 교섭이든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부품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자기 산업에 대한 전망을 충분히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의제가 도출되면 그것을 다시 교섭의제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너무 기계적으로 중앙교섭, 지역교섭, 지부․지회 교섭으로 나누는 것을 무리다.

–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 당선자가 “교섭권․단체행동권․체결권을 위임받겠다”고 했다. 향후 산별노조운동에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다.

= 현대차지부에 교섭권, 단체행동권, 체결권을 다 위임한다는 것은 현대차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금속노조 산하에는 240여 사업장이 있다. 이 사업장 모두에 그런 권한들을 위임한다면 금속노조가 노조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과거 연맹 시절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단일노동조합 체계에서 각 사업장으로 위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때문에 금속노조 규약에서 ‘기업 단위에는 교섭권을 위임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규약이 바뀌지 않는 이상 현재의 규약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기업 단위가 전국의 사업장에 걸쳐져 있는 문제와, 각 단위의 문제, 또 기업 내 임단협 문제 등을 놓고 터놓고 이야기 해봐야 한다.

이 문제는 권력이나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문제이고 기본 원칙의 문제이다. 당장 ‘예스’, ‘노’로 답하기는 어렵다. 기업지부가 달라고 해서 규약이 있는데 규약을 넘어 권한을 줄 수는 없다. 규약에 기초해 원칙 안에서 현대차지부와 논의해야 한다.

현대차는 현대중공업과 다르다

– 현대차지부의 이경훈 지부장 당선으로 금속노조와의 갈등, 현장 투쟁 저하 등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이경훈 지부장은 52%의 지지로 당선됐다. 투표율이 낮아서라기보다는 이는 결국 ‘지부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현장이 급격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20년 가까이 투쟁과 파업을 해왔다. 근본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전망’과 ‘실리의 문제’를 놓고 볼 때 노사협조적인 측면에서만 실리를 따질 수 없다는 걸 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사용자 또는 자본에 대항해 투쟁하는 조직으로 나가지 않으면 노동자의 권익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경훈 지부장 역시 이 같은 노동운동의 기본정신을 망각하거나 내팽개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차는 현대중공업과 다르다. 현대차지부가 자본에 협조적인 자세로 대항하지 못하면 장기근속자는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중공업은 직무에 대한 숙련공이 대부분이라 숙련공을 해고하면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1년에 1,000여 명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해도 이들을 다시 자회사에 취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에는 숙련공의 개념이 없다. 장기근속자를 해고하고 아르바이트생을 투입시켜도 작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비용이 3~4배나 많이 드는 장기근속자를 굳이 쓰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회사에 대항하지 못하는 집행부가 선출된다면 고령계층부터 권고사직, 희망퇴직의 대상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경훈 집행부가 급격하게 현대중공업 노조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대운영위가 있고 대의원대회 등 의결기관이 있고, 공식적으로 7개 정도의 현장 조직이 있다. 다수의 의견을 모은다면 충분히 자본에 대항하는 민주노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산별운동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산별운동의 전망을 다시 써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 2006년 산별로 전환할 당시 조합원들의 열망은 굉장히 컸다. 선거 유세 당시 "앞으로 2년의 임기 동안 3년 전 조합원들의 희망과 기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를 통해서 조합원들이 자기 삶에 대한 미래와 아이들의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별 특화하겠다

– 공약으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별 맞춤사업’을 강조했다. 

= 금속노조를 만들고 3년이 지났지만 자동차, 조선, 철강의 업종분과 사업이 ‘제대로 됐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적다. 금속노조 중앙위에서조차 자동차업종끼리 싸우다 보니 조선업종에 대한 의견을 나눌 여건이 안 된다. 또 쌍용차 사태가 결코 쌍용차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GM대우의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각 업종별 분과에서 현 상황에 대한 연구와 조합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산업별 노조를 만들었으면 각 산업에 대한 자기 성격이 강해야 한다. 자동차, 조선, 철강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완성사와 부품사, 판매와 정비로 세분화시켜 자기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판매 정비는 지역지부로 편제되면 공중분해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 정비야 말로 기업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판매 딜러가 경쟁체계로 돌입된 상태에서 시장질서에 대한 종합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때문에 업종별 분과산업을 강화해 각 분과가 사용주와 정책을 논의하고, 각 지부의 교섭위원회와 중앙의 단체교섭실을 상설적으로 운영해 다양한 교섭이 열리도록 할 방침이다.

–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 비정규직 문제는 인식의 문제가 상당히 크다. 비정규직 사업은 금속노조가 적극적으로 안고 가야 한다. 조직 확대의 첫 번째 대상 역시 사내 비정규직이다. 다만 비정규직 문제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나가는 과정에서 정규직 활동가와 비정규직 활동가 안의 갈등과 오해가 있다.

또 비정규직 간 차이 역시 심각한 문제다. 현대차 사내 비정규직은 하청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높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해서 실제 그들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유인책이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정규직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1사1조직이라고 해서 맡겨 놓을 게 아니라 비정규직 사업 담당자와 정규직, 비정규직 간부의 공동 간담회 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장기투쟁사업장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문제다. ‘인력동원, 사회적 이슈 생산’ 등의 여러 방안을 놓고 금속노조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 노동조합의 특성은 조합원의 정서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정규직의 정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 역시 지도부의 의무다. 한국에서는 ‘나는 정규직이지만 나의 아이는 비정규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뛰어넘는 사회적 관점이 중요하다.

–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내년부터 노조운동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민주노조 진영, 그리고 금속노조의 대책이나 대응방안은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는가.

= 현장 내 조합원들과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복수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 법 개악 과정에서 현장 내에서 대정부-대자본과의 싸움이 한 판 벌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 복수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금속노조 단체협약과 대치돼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다.

금속노조 단체협약의 사업장 협약 중 ‘유일교섭단체’가 있다. 현재 각 지회가 노사관계에서 유일교섭단체로 돼 있는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정부는 이 조항에 손을 대려 할 것이다. 지키려는 쪽과 무너뜨리려는 쪽간의 싸움이 될 것이다.

– 민주노조운동이 서민 대중들의 신뢰나 희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화되는 것 같다. 보수 언론과 기득권층의 공격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그것은 상수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금속노조 위원장으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보나. 

정규직의 자식은 비정규직…

= 한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자계급이 주체적으로, 소위 말해 주권국민으로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의 자각과 서로 간 단결이 필요하다. 여기에 노동조합은 기본적인 속성으로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 스스로의 자각과 단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이 될까’라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노동조합이 사회적 의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조합원 개개인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조직된 노동조합’과, ‘조직된 정규직’의 이익만 추구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서 사회적으로 노동계급이 고립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과제가 필요하다. 노동진영의 의제나 방식을 달리 고민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정규직 장년층의 측면에서 보면 본인은 정규직이지만 자식이 비정규직이 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바람은 ‘내 아이를 정규직으로만 채용시켜 준다면 지금 당장 나는 그만둬도 된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시대를 직접 지켜보는 정규직 아버지세대의 고통이 바로 이런 것이다.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에 우리가 어떤 전망을 낼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문제를 조합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아래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상투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조합원들의 공감대를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민주노동당이 둘로 갈라진 이후, 정치 방침을 놓고 민주노총 내부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이 있다. 금속노조 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나갈 생각인가.

=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 적지지를 유지하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의 방침이라는 것이 ‘지켜질 때’ 방침인 것이다. ‘지켜지지도 않는’ 것은 방침이라고 해 봐야 내부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실제로 현대차지부에서는 한나라당 당직을 가지고 공직에 나가 선출돼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 대해 노동조합에서 징계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방침을 강요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동조를 이끌어 내지 못할 뿐이다.

민주노동당이 갈라설 때 배타적 지지 방침을 철회했었다면 현장 내에서 정치 사업이 좀 더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보신당으로 가자’는 것 역시 무리다. 진보신당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에 ‘함께 하자’고 제안한 적 없다. 문제는 정치 사업에 대해 좀 더 폭을 열어 놓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 노동조합에 강제력을 발휘하는 정치방침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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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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