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도지사는 리틀 이명박"
        2009년 10월 01일 05: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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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와 전라북도 의회의 농정정책에 항의하며 지난달 9일부터 21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여온 오은미 전북도 의원은 29일 주변의 강력한 권유로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현재 미음으로 회복 중에 있다.

    자신이 발의해 통과시킨 농업지원조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소속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조례시행을 미뤄왔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쌀과 밭작물에 대한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오 의원은 “도가 기업투자 유치에 매달리며 농정을 무시해 더 어려워져 가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오 의원은 “대책도 없이 있는 조례까지 시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지만 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단식 농성 해제와 관련 “김완주 도지사가 대책이라고 내놓았지만 내가 보기엔 설렁 넘어가려는 것에 불과하다”며 “도지사는 믿지 못하지만 동지들의 투쟁의지를 믿고 단식을 풀었다”고 말했다.

    오 의원과의 인터뷰는 회복 2일 째인 1일, 전화로 30여분 간 이어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 21일 째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 어제부터 회복을 시작했다. 현재 아침저녁으로 미음을 먹고 있다.

    – 단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지난 3년 넘는 의정활동 동안 전라북도가 지역 기업투자유치만을 도정의 목표로 삼아온 것을 봐왔다. 우리 전라북도는 농도이고, 농업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높아져 가는데 이에 대한 대책 없고 계획 없고 한 방향으로 치달아 도가 더 어려워 졌다. 전북의 농업정책은 마치 이명박 정부처럼 버리고 가는 기조이다.

    더욱이 최근 쌀값문제로 농민들이 시름에 젖어있는 상황에서 전북이 정부 정책만 바라보고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작년에 만들어진 논밭작물 지원조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다돼가도록 시행의지가 없다. 이대로는 안된다.

    그런데 전북은 이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소중하게 지키고 가꾸어 가야 할 것은 농업이다. 그래서 의정활동 통해 계속 강조하고 요구하고 경고도 했는데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농민들을 현장에서 만나보면 망연자실 그 자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이 겹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단식) 뿐 이었다.

    – 종합적인 이유로 단식을 결심했는다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나?

    = 지난 해 통과된 쌀과 밭작물 직불금에 대한 조례를 시행하라고 올 초부터 전북도에 촉구를 했었는데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시행 의지는 없었다. 농민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조례가 있는 만큼 예산에 반영되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도가 의지가 없는 것이다.

       
      ▲단식 중인 오은미 의원(사진=민주노동당 전북도당) 

    농민들은 쌀 값 폭락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현장에 가면 내가 할 말도 없고, 눈물만 났다. 연세드신 분들은 그 분들대로, 젊은 분들은 또 미래가 막막하고, 심지어 너무 암담한 상황 때문에 지난 8월 말 경 자살한 분도 있었다.

    이런저런 현실이 너무 어렵고 국가와 지자체는 고통과 희생만 강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런 가교 역할을 내가 할 수 밖에 없었다. 의회는 내년 선거 준비하는데 정신 없지 않나?

    – 대북지원중단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올해 쌀값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들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가?

    = 생산비를 다 합하면 1가마(80㎏) 기준, 시중가로 23만원 받아도 모자라다. 그런데 현재 농민들이 받고 있는 금액은 12만원대 까지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심리도 있다. 농민들은 농사만 지으라 해놓고 정부나 지자체는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 지난해 전북에서 통과한 논밭작물 지원조례를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 쌀 직불금을 국가에서도 주고 도에서도 준다. 헥타르(㏊)당 국비․도비․시군비를 합하면 100여 만원 정도가 나오는데 이중 도비는 4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도가 이나마 없애려고 했었다. 때문에 이에 대해 폭로도 하고 비판도 해 근근이 유지되어왔다.

    때문에 조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직불금 제도가 조례로 만들어지면 도지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여기에 농민들의 주요 소득작물인 밭에 대해서도 직불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가 많기 때문에 이를 포함해 지난해 10월에 만들었다. 그런데 도지사가 이를 시행하지 않고 계속 유보해 온 것이다.

    – 조례로 만들어진 것을 도지사 자의로 유보할 수 있나?

    = 직무유기다. 농민들이 서명까지 받았고, 조례에 근거해 시행함에도 안한 것이 사실이다.

    – 김완주 전라북도 도지사도 그렇고, 도의원도 그렇고 대부분 민주당 출신이다. 전북 지방정부에서는 민주당이 여당인 셈인데, 이들이 한나라당과 차이점이 있나?

    = 도지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같다. 그래서 내가 도지사를 ‘리틀 이명박’이라 부르면 다 수긍한다.(웃음) 지역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똑같다. 내가 항상 의회에 나가 어떤 요구사항을 말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한나라당과 다를 바 뭐냐?”, 그렇게 말하면 저들도 할 말이 없다.

    전북은 나와 무소속 의원 1명을 빼고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다. 이들과 싸울 때 나는 “한나라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라. 농민들의 요구 하나 못 들어주는것이 무슨 민주당이냐”는 비판을 많이 한다.

    – 29일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 중단의 계기는 무엇인가?

    = 그날 농민집회가 있었는데 도지사가 “염려 말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결국 세운 것이 조례시행 한 달 보류였다. 나는 구체적으로 예산을 얼마나 수립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이에 대한 답변은 없고 한 달 후 중앙에서 교부금이 내려오면 주겠다고만 말한다.

    이것을 어떻게 믿나? 도지사에게 못 믿겠다 하니 “못 믿으면 어쩌겠냐”고 하더라(웃음) 때문에 나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고 설렁설렁 넘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했다. 그래서 계속 단식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역 농민회 회원들과 당에서 건강을 우선 생각하라고 만류했다. 도지사가 약속 안 지키면 집단으로, 지금보다 더 큰 싸움 준비하면서 결의할 것이니 자신들을 믿고 단식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혼자 고집피울 수 없더라. 더욱이 추석을 앞두고 동지들에게 짐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도지사 말은 못 믿겠는데, 동지들의 결의는 믿고 단식을 풀겠다”고 했다. 만약 우리가 만만히 보여 저들이 그냥 넘어가도 되게 해서는 안된다. 더 큰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단결로, 투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단식은 해 본 적이 있나? 21일 동안 어려움은 없었나?

    = 건강단식은 해봤는데 투쟁을 위한, 이렇게 긴 단식은 처음해 봤다. 처음에는 절박함으로 시작했지는데 도는 무반응이고 언론은 무관심이었다. 오히려 무시하고 냉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투쟁의지가 불살라졌다.

    여기에 많은 농민들이 격려도 해주고, 여성동지들은 단식농성장에서 같이 잠들었다. 그러다보니 사실 21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동지들과 많은 시민들, 농민들이 격려 방문해주어 21일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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