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끄러운 한국언론” 반성문 왜
    2009년 10월 01일 1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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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9월30일 청와대 특별기자회견은 TV에서 흔히 접하는 기업 홍보 광고를 연상하게 했다. 기업 광고가 성과와 실적을 홍보하는 내용이라면 청와대 기자회견은 이명박 대통령 업적을 알리는 자리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업 광고는 주요 방송국이 생중계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점이고, 청와대 기자회견은 주요 방송사가 동시에 생중계하고 TV를 켠 국민은 좋던 싫던 그 장면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은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국민은 G20 유치배경에 대해 소상하게 알지 못한다. 청와대 일방홍보는 국민 의문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이 대통령 특별기자회견에서 또 하나의 의문은 핵심 현안인 세종시에 대한 질문이 빠졌다는 점이다.

다음은 1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신문 <"과거엔 따라다녔지만 이젠 우리가 북핵주도">
국민일보 <"지자체 46개를 18대로 36곳, 통합 건의서 제출">
동아일보 <“주민 60% 찬성 땐 투표 없이 시군 통합”>
서울신문 <"선거·행정구역개편 서둘러야">
세계일보 <"남북관계·국제이슈 주도할 때">
조선일보 <인도네시아 강진 수천명 매몰>
중앙일보 <‘짐승’을 다스리지 못한 나라>
한겨레 <"세종시 수정" "당론은 원안"…여권 이중행태>
한국일보 <"북핵문제 주도할 때 됐다>

언론, 이명박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1면 머리기사로

   
  ▲ 한국일보 10월1일자 1면.  
 

이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은 주요 아침신문의 1면 머리기사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이 앞으로는 우리가 북핵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한 점과 선거제도 행정구역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가 핵심으로 다뤄졌다.

한국일보는 1면 <"북핵문제 주도할 때 됐다">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이제 남북문제는 물론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의 비전과 해법을 내놓고 주도하는 노력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종합면 기사와 사설로 G20 한국유치의 의미와 과제에 대한 해설 기사를 내보냈다.

세계일보는 3면 <변방에서 세계중심으로…’위대한 대한민국’ 역설>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신문은 <G20으로 다져야 할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사설에서 “경술국치 100년 만에 지구상의 최빈국에서 세계 경제의 중심국으로 도약한 나라에 걸맞은 국격(國格)을 갖추고 일궈 나가야 할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강조했듯 세계의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의 일원으로서 면모를 갖추고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 한국 G20 개최는 운?

   
  ▲ 중앙일보 10월1일자 38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으로 섰다” “국운이 활짝 피게 됐다”고 정부 업적을 자화자찬 하는 모습은 생각해 볼 일이다. 언론은 청와대 모범답안을 옮겨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은 권력의 행보에 허점은 없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 궁금증을 풀어주는 게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 30일자 칼럼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38면 김종수 논설위원의 <운을 실력으로 바꾸는 법>이라는 칼럼은 일반인은 잘 모르는 G20 한국유치 배경이 소상하게 나와 있다. 김종수 논설위원은 “G7의 결성이 전후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유럽 국가들의 물 타기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G20의 태동은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린 미국이 유럽 국가들의 거센 도전을 신흥국을 대거 참여시켜 무마하려는 의도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미국의 막후 움직임은 한국이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종수 논설위원은 “중국의 견제로 일본이 후보에서 탈락한 후 호주와 차기 G8 개최지인 캐나다의 반발을 기술적으로 따돌린 것도 결국은 미국이었다. 이같이 미묘한 국제무대의 역학관계가 한국이 개최지로 확정되는 데 모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두 번째 운이다. 물론 이런 운을 잡아챌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와 끈질긴 노력이었다. 다만 한국이 실력만으로 G20 정상회의 개최지가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기자 질문 사전조율, 세종시 빠져

   
  ▲ 경향신문 10월1일자 3면.  
 

9월30일 특별기자회견은 최근 청와대 일방홍보 논란과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 기자회견은 언론인은 누구나 알고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TV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은 기자들이 현안을 질의하고 대통령이 적절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지만, 실상은 사전에 조율된 질문과 준비된 답변을 TV 생중계 형식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게 된다.

청와대와 기자들의 사전 협의 과정은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다. 9월30일 청와대 기자회견에서는 핵심 현안에 대한 질문이 빠졌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청와대는 이날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대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를 ‘기본적으로 G20 관련 회견이고, 세종시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은 데다 회견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이유로 질문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3면 <‘뜨거운 감자’ 세종시는 뺐다>라는 별도 기사에서 “관례에 따라 회견에 앞서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세종시 관련 질문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세종시 문제가 질문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이라며 “청와대가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릴 게 아니라 국민이 듣기를 원하는 내용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7개 방송사 생중계한 기자회견, 하고 싶은 말만…"

   
  ▲ 한겨레 10월1일자 5면.  
 

한겨레도 5면 <G20엔 거침없이, 현안엔 원론만>이라는 기사에서 “7개 방송사가 동시에 생중계한 모처럼의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민감한 현안은 피해갔다. 최대 정치현안인 세종시 문제는 청와대가 난색을 표해 질문에서 배제됐고, 개헌에 대한 답변도 짤막한 원론적 언급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한겨레와 함께 동아일보도 4면에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는 <청와대, 세종시 문제 난색…거론 안돼>라는 기사에서 “이날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이 답변에 난색을 표해 문답이 오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경향 한겨레 동아가 청와대 요청에 따라 세종시 문제가 질문에서 빠졌다는 것을 전했다면 조선일보는 언론의 직무유기에 대한 ‘반성문’을 전했다.

조선일보 "부끄러운 언론…한국 언론 소임 다하지 못해" 

   
  ▲ 조선일보 10월1일자 사설.  
 

조선은 <변방서 중심국 된 대한민국, 그리고 부끄러운 언론>이라는 사설에서 “대통령 회견은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말하는 자리인 동시에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 하는 것을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물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것이 언론사 기자들의 소임(소임)이다. 그러나 청와대 기자들, 바로 한국 언론은 이날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청와대는 회견에 앞서 ‘대통령에게 세종시 관련 질문을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세종시 문제로 G20 회의 유치의 의미가 희석될까 봐 걱정한 듯하다”면서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고 해서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물어보아야 할 기자들이 청와대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민 모두가 궁금해 하는 세종시 문제를 대통령에게 단 하나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언론직무의 포기였다. 조선일보도 그 잘못된 한국 언론 속에 포함된다”고 반성했다.

조선일보는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일화도 소개했다.

“과거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폴란드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그 자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국 기자들은 모든 질문을 르윈스키와의 불륜스캔들에만 집중했다. 그것이 언론의 정도(정도)인 것도 아니고 언론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유세계의 언론이란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을 대통령에게 대신 물어야 하는 법이다. 기자회견이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껄끄러운 이슈라도 국민에게 설명해야"

   
  ▲ 조선일보 10월1일자 27면.  
 

조선일보는 “대통령은 기쁜 소식은 소식대로 전하고 언론은 국민이 묻고 싶은 걸 물어 대통령이 그건 그것대로 대답했더라면 이날 회견이 국민이 보기에 마치 무언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고 이상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인선 조선일보 차장대우는 <대통령에게 껄끄러운 질문>이라는 27면 칼럼에서 "대통령은 말하기 껄끄러운 이슈라 해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고, 기자들은 국민이 궁금해 할 질문은 반드시 해줘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여기 끼어들어 특정질문 자제를 요청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인선 차장대우는 “이 대통령 말대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는 인식의 전환을 하려면, 그 첫걸음은 청와대 기자회견의 이 같은 낡은 방식부터 바꾸는 것이 첫 출발점이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가 세종시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한 청와대를 질책한 이유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세종시 문제를 본격적인 쟁점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이 깨진 데 따른 반발일 수도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세종시 문제가 다뤄졌을 경우 본래 의도했던 홍보 계획은 무산되고 모든 언론이 이 대통령의 세종시 입장에 관심을 집중하는 상황을 경계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세종시 문제 공론화 시점을 둘러싼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인식 차이가 논란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조선일보의 사설과 칼럼은 자체로 경청할 얘기이다. 조선일보가 앞으로도 청와대 일방홍보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줄 것인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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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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