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쫄지마 陣짜서 포위망 뚫어봐
By mywank
    2009년 10월 01일 03: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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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저녁 성균관대에서 열린 출간기념 강연회에 참석한 우석훈 박사 (사진=손기영 기자)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가 그 후속편인『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를 가지고, 다시 20대들 앞에 나섰다. 그와 독자들 간의 만남은 30일 저녁 성균관대 경영관 원형극장에서 열린 출간기념 강연회에서 이뤄졌다.

"혁명 좋아하는 사람 손 들어봐요"

이날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우 박사의 모습은 그 자신이 마치 20대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88만원 세대』가 나온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정말 20대들을 많이 만났다”며 “저는 한국에서 20대를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인 것 같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강연회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20대 대학생들이었지만, 자신을 ‘고졸 비정규직 출신’이라고 소개한 20대 남성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88만원 세대’의 문제가 학교를 다니는 젊은이들에게는 걱정거리로, 사회초년병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었다.  

   
  ▲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 표지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100여석 규모의 원형극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우 박사 특유의 소탈하고 재치있는 화법은 간간히 강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우 박사가 이날 강연에서 꺼내든 화두는 ‘혁명’이었다. 그가 불쑥 물었다. “혁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봐요." 몇몇이 손을 들었지만, 주변을 돌아본 뒤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손을 내렸다. 혁명은 아직 20대들에게 생소하고 부담스러운 단어였다.

아직은 낯설고 부담스런 혁명

“요즘 (한국의) 20대들에게 혁명이라는 단어가 잊혀진 것 같다. 그래서 이 단어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변화에 대한 에너지가 가장 강한 게 혁명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변화가 왔고, 자민당 집권체제를 바꿔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일본의 20~30대들이 만든 성과이다.”

우 박사는 20~30대의 성과라는 대목에 대해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처럼 보이자 △극우성향의 밴드 활동을 하던 중 좌파 영화감독과 영화를 찍으면서, 빈곤 운동의 선두주자가 된 여성 보칼리스트 아마미야 카린 △도쿄대 법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지만 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반빈곤네트워크’ 결성을 주도했던 유아사 마코토 등 일본의 대표적인 20~30대 당사자 운동가의 활동과 성과를 사례로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 한국의 20대 개개인들에게 ‘사는 게 힘드나’고 질문을 하면, 일본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국은 ‘좋은 학교에 다니고 집안에 돈도 많고 토플점수도 높다’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고 지적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우 박사는 혁명보다 경쟁에 익숙해져있고, 노동자가 되기에 앞서 CEO를 선망하고 있는 요즘 20대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당사자 운동’을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 리더와 ‘진(陣) 짜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리더와 ‘진 짜기’의 중요성

“지금 대학등록금이 천만 원이 된 것은, 자기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학생운동은 ‘대리 운동’이었다. 대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언급하면, ‘치사하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노동자 농민만 이야기했다. 결국 ‘당사자 운동’으로 바뀌지 못했고, 20대들은 자신들의 대변자나 함께 할 조직이 없었다.

쫄지 않으려면 ‘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 운동과 유니온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20대들은 리더와 ‘진’도 없이 포위된 상황이다. 강의석 씨는 영웅은 맞는데, 20대들이 너무 싫어한다. 리더는 일도 잘하고 사람들이 좋아해야 한다. 또 10만 명의 20대들이 단체를 만들어, 한 달의 1만원씩 내면 어떨까.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큰 운동단체가 될 것이다.”

우 박사는 이 밖에도 지역적인 ‘진 짜기’의 방법으로 편의점․주유소 알바노조 등을 제안했다. "샤넬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샤넬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어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독자들은 학문적인 궁금증부터 개인적인 근황까지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다. 한편, 이날 강연회는 저녁 7시 30분부터 약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우 박사의 이번 강연은 신간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88만원 세대 새판짜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이 책에는 20대 권리선언 제안문과 20대의 기초의원 진출에서 알바노조 건설에 이르기까지 ‘당사자 운동’의 다양한 사례들이 제안되고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우석훈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는 독자들 (사진=손기영 기자) 

참석자1 =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널을 뛰는 등, 안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우석훈 = “미학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웃음) 한국 사람들은 ‘미감(美感)’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마디로 아무리 잘해도 못 생기면 싫다는 이야기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전략은 TV토론회에 나가지 않은 것이었다.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하는 걸 보면 ‘이건’ 아닌 것 같다.” 

참석자2 = 요즘 20대들은 자기만 잘난 줄 안다. 친구들에게 집회에 같이 가자면 ‘과제를 해야 한다’, ‘학점을 잘 따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거절한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연대를 해야 한다. 그냥 조용히만 있으면 혁명이 안 될 같은데?

우석훈 =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에 20대들이 참기 어려운 순간이 올 것이다. 혁명을 상상할 때 움직일 수 있다. 아직 에너지가 충만하지 않을 것이다.”

참석자3 = 현재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하이에크의 경제이론이 무너지고 있는데, 다시 ‘케인스주의’로 갈 건지 아니면 다른 경제이론이 주도할지 궁금하다.

우석훈 = “자본주의가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지만, 저는 칼 폴라니의 생각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시 ‘케인스주의’로 가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원유 등 자원사용의 제약 같은 게 없었다. 하지만 21세기는 희소성의 시대다.”  

   
  ▲강연이 끝난 뒤 독자들이 우석훈 박사의 사인을 받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참석자4 = 우석훈 박사께서 곧 시골에 내려가서, 우리 밀을 기르고 술을 내리면서 살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우석훈 = “낙향은 내년 3월 정도에 생각하고 있다.(웃음)”

참석자5 = 오늘 강연에서 20대들의 ‘당사자 운동’을 제안했는데, 나중에 30~40대가 되면 어떻게 운동을 해야 되나?

우석훈 = “20대에 ‘당사자 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던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여러 문제점들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석자6 = 20대들이 집회에 참여할 때 ‘간지 나는’ 각오로 나서지만, 전경들이 진압에 들어오는 등 막상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것이 무너지는 것 같은데, 대책은?

우석훈 =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학생들의 집회시위 방식이 80년대에 썼던 것 그대로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바뀌었다. 스크럼을 짜는 등 간지가 나는 방법도 좋지만, 다른 방식을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참석자7 = “우리나라에서 20대 ‘당사자 운동’의 리더가 나올 가능성은 있는가?

우석훈 = “당연히 리더가 나올 것으로 본다. 한국도 거리에서 ‘영웅’을 많이 만드는 사회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가 리더로 적합할지는 잘 모르겠다.”  

   
  ▲캠퍼스에 이날 강연회를 알리는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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