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대우차 하청 폐업…기획 파산 의혹
By 나난
    2009년 09월 30일 02: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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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 하청업체의 잇단 폐업신고로 비정규직 노동자 131명이 해고된 가운데 "비정규직 해고․조합원 탄압"을 목적으로 한 원청에 의한 기획 파산이란 의혹이 일고 있다.

   
  ▲ 유진기업 폐업공고.(자료=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엔진공장에서 물류와 조립, 소재 부분을 담당하던 유진기업이 지난 24일 “생산물량 감소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회사 경영상 사업의 유지가 더 이상 불가한 실정”이라며 “10월 24일자로 폐업하게 됨을 알린다”는 내용의 폐업 공고문을 아산공장에 붙였다.

이에 아산엔진공장에서 근무하던 유진기업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71명이 해고를 당했다. 금속노조 조합원이 아닌 3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직서를 제출한 사태로, 30일 현재 조합원 32명을 포함해 총 34명이 ‘폐업을 빌미로 한 비정규직 우선해고’에 맞서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김준규 사무장은 “유진기업이 엔진1공장에서 생산하는 엔진은 상황이 바뀜에 따라 물량이 감소했고, 올해 말이면 단종 될 상황”이라며 “2008~2009년을 거치며 물량이 감소하자 현대차는 야간조 강제휴업에 들어갔고 주간조도 일주일에 3~4일 정도 불규칙적으로 일을 시켜왔다”고 말했다.

원청인 현대차는 지난 2월 ‘2007년 9만대를 유지, 생산한다’는 델타엔진 관련 노사 합의를 뒤엎고 물량 감소안 제시, 후속물량에 대한 계획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물량부족을 이유로 ‘주간조로 돌리겠다’는 말을 흘리며 근무조를 한 개조로 축소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사무장은 “주간조가 될 경우 2개조로 나눠진 정규직 역시 인원이 남아 고용불안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근무조 축소 계획에 업무 예행연습까지

여기에 <레디앙>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근무조 축소를 위해 △유진기업 조립(소재포함), 물류 중 조립라인 32명(조합원) 정리해고 방안과 △유진기업 폐업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알렸다. 금속노조 조합원에 따르면 현대차 직원이 하청업체 사장을 방문해 ‘조합원들이 파업하게 되면 그와 관련된 모든 조치(과장급 공정 투입, 노측 물리력 유발과 저지)를 해주겠다’는 뜻도 밝혔다.

실제로, 유진기업 소속 비조합원 34명이 사직서를 쓰자 현대차는 과장급 정규직 비조합원들을 물류자재 업무에 투입했다. 김 사무장에 따르면 현대차는 유진기업이 폐업공고를 내기 전 주말을 이용해 과장급 비조합원을 상대로 물류업무자재공급 업무를 예행연습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진기업은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이 가장 많고,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홍영교 전 지회장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는 “앞으로 조합원 유무나 비정규직들의 저항을 막론하고 자본의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을 마구잡이로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차 정규직 노사는 지난 4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에서 비정규직 68명에 대해 “업체 발생된 여유인원에 대해 소요처 발생시까지 해당 업체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약관계를 유지토록하며 업체가 고용유지 한다”는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유진기업 소속 비정규직이 빠진 자리엔 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입된 상황로, 현대차는 유진기업의 폐업과 관련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 현대차, GM대우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자료=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1조립공장에서 자동차 조립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60명도 지난 25일 등기로 근로계약단절통보서를 받았다. GM대우차 하청업체 대일실업과 GI테크는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을 한다며 “9월 30일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하지만 ‘경영상’의 이유라던 하청업체의 폐업 뒤에는 “노동조합 말살, 조합원 숙청”이라는 목적이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박성현 조합원은 “GM에서 ‘더 이상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하청에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두 업체 모두 금속노조 조합원이 소속된 업체로 우리는 지난 5월부터 무급휴직 상태에서 순환근무를 요구하다 이번에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GM대우차는 계약해지 한 달 전에 업체 평가를 통해 계약해지를 결정한다고 했지만 제가 볼 때 평가와는 상관없다”며 “지난 5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에서 회사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해 지난 6~7월 비조합원에 대해 우선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우차, 노조원 선별 해고

여기에 하청업체 사장은 당시 ‘조합원들이 희망퇴직해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조합원 때문에 업체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 원청의 압박을 시사하기도 했다.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이영수 사무장은 “지난해부터 정규직 복지축소, 비정규직 희망퇴직, 임금동결 등의 일련의 과정으로 볼 때 남아있는 비정규직과 노동조합을 선별적으로 해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새 하청업체에서는 비조합원 12명에 대해 고용승계를 했지만 조합원 9명에 대해서는 고용승계를 논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GM대우차는 지난 3월 20일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해 1,000여명에 육박하는 1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급순환휴직 시켰다. 5월부터는 300만원의 위로금을 담보로 무급순환휴직 대상자들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결국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강제 사직서를 쓰고 공장을 떠났다.

이에 이번 하청업체의 폐업으로 인한 비정규직 해고는 GM대우차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사무장은 “현재 비정규직이 300여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희망퇴직, 계약해지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분위기를 공장에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속노조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사내하청지회는 향후 ‘구조조정 중단, 고용승계 보장, 비정규직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 역시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를 강행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총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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