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현실 성찰과 새로운 전망 모색을
        2009년 09월 30일 08:5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 선거가 종결되자마자 보수언론이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그들은 현대차 선거에 대해 “중도실용주의의 승리”로, 금속노조의 선거에 대해 “완성차 조합원의 무관심과 불신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완성차 조합원들이 기존의 민주파 집행부가 보여준 투쟁 일변도의 활동에 실망하여 실리주의를 주장하는 후보를 선택하였고,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수천 표에 이르는 무효표를 부각시키면서 금속노조의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조 운동 위기 본질 직시해야

    이번 선거평가에 대한 보수언론의 의도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던 현대차지부의 근간을 뒤흔들고 이를 통해 금속노조의 활동과 교섭을 초기에 무력화시키는데 그 일차적 목표가 있을 것이다.

       
      ▲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임시 대의원대회 (사진=현대차지부)

    이러한 의도는 이미 올해 초부터 보수언론의 지면을 장식한 일부 노조들의 민주노총 탈퇴에 대한 하염없는 예찬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일부 지하철노조들과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계기로 하여 조성되기 시작한 반민주노총 분위기를 이번 기회를 통해 완전히 고착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단지 몇몇 노조집행부의 성향 문제로, 아니면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민주노조운동의 현실과 전망을 되짚어보면, 답하기가 그리 간단치 않다.

    이미 민주노동조합운동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현상적 측면을 넘어서 본질적 문제까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노동조합은 항상 존재론적 딜레마에 봉착해 왔다.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의 축적된 성과에 대한 분배투쟁을 주도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체제를 넘어서 대안체제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노동조합의 존재론적 딜레마와 위기 논쟁

    이러한 존재론적 딜레마로 인해 노동조합의 위기 논쟁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노동조합운동의 역사는 위기에 봉착하여 이를 극복하거나 좌절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얻은 교훈은 구조환경적 조건변화에 대한 능동적 주체세력으로서 반성적 성찰과 새로운 모색을 하지 못한다면, 기득권의 유지에 급급하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민주노동조합운동이 봉착하고 있는 위기는 한국노동체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환경적 조건의 근본적 변화, 이에 대한 노동운동진영의 대안 부재,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 요구에 조응할 수 있는 사회적 주체세력으로서의 역할 상실, 관성의 함정과 가치의 혼란에 빠진 조합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민주노동조합운동의 주체적 성찰과 새로운 전망을 모색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만고의 진리에 걸맞게 기존 노동운동의 조직과 활동 속에서 굳어진 과거의 유산과 병폐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주객관적 도전에 대한 분석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과연 그렇다면 민주노조운동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민주노조운동은 국가와 자본과의 대항과정은 물론, 내부 설득과 동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기정체성을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구조환경적 조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주체전략의 반성과 평가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운동으로서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적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변혁의 상을 분명히 해야

    둘째, 민주노조운동이 지향하는 사회변혁의 상을 분명히 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사회연대전략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조합원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로서 본연의 위상과 역할을 재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사회적 고립을 극복할 수 있으며, 사회적 인정을 통한 대자적 계급운동으로 다시 설 수 있다.

    셋째, 다른 나라 노동조합운동의 재활성화전략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민주노조운동의 조직, 활동과 교섭에 있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경제적 사안을 중심으로 한 이익집단적 속성을 제어하는 동시에, 사회개혁의 주체로서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을 복원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넷째, 민주노조운동은 기존 조합주의논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의 역사적 교훈을 기반으로 사회민중운동의 중심세력으로서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조합원, 활동가간부와 지도부의 조직적 응집력은 물론, 소통을 통한 실천이라는 조합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