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사회 같은 잣대로 평가는 무리
        2009년 09월 29일 04: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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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진영 내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견해와 관점이다. 워낙 다툼이 많았고 그와 관련된 서로간의 감정도 악화되어 있다 보니 다른 문제로 부딪치다가도 곧 바로 북한 문제로 옮아가기 일쑤다. 마치 큰 부부싸움이 일어나면 과거 한 맺혔던 사건이 다시 들춰내지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민주노동당 분열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패권주의 문제로 다툼이 일었으나 곧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로 까지 옮아 붙었다. 어떻게 보면 처음 논점외의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쪽이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이런 감정적 싸움에서 페어플레이를 기대하는 게 애당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관점 문제를 두고 진보 진영 내에 서로 다른 두 경향 NL, PD 진영이 대립하는 것을 보면 서로 너무 맹렬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어서 꼭 마주 달려 먼저 핸들을 꺾으면 지는 치킨 게임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보통의 치킨게임에서는 부딪칠 듯이 맹렬히 달려오다가도 마지막 순간에는 조금 배짱이 작은 쪽이 핸들을 틀어 승부를 가릴 뿐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 북한 문제를 둘러싼 양진영의 싸움은 도무지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을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핸들을 꺾어 봤자 옆에는 낭떠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부딪치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편의 양보를 고집하면서 그냥 내달리는 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양 진영은 서로 너무 많은 말들을 했고, 싸웠으며, 감정이 격앙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의 주장을 접기도 힘들거니와 설사 접으려 한다고 해도 그러면 자기의 운동적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한 의견들은 대개 거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빤한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 외에는 찾기 힘들다. 당면한 현안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북한은 나쁘다거나 옳다거나 둘 중 하나를 전제해 놓고 출발하기 때문에 결론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혹 누군가 어떤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시도를 하려 해도 어느 한 주장의 아류로 공격만 받을 뿐 특별한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한다. 그래서 진보진영 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통일된 입장 구축에 대한 전망은 솔직히 매우 비관적이다. 어쩌면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이라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나마 정리된다면 진보진영의 통일은 반 이상은 된 셈일 수 있다!

    남북한 사회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는 무리

    남한과 북한은 해방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남한은 식민지적 잔재를 남긴 채 빠르게 자본주의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북한은 그것을 사회주의라 부르든 국가사회주의라 부르든 어쨌든 남한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가치의식의 변화도 동반했다.

    남한사회에서는 자본주의화와 함께 전통적 가치의식이 빠른 속도로 붕괴되면서 개인주의적 가치의식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개인의 권리의식에 기반한 서구의 시민 민주주의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지식층을 중심으로 전 사회계층으로 확대되었다. 4.19혁명이나 87년 민주대항쟁도 국민의 민주적 제 권리를 억압당한데 대한 지식층의 주도로 발발했다.

    북한은 서구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길, 즉 그 때 까지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사회주의라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북한은 항일세력이 권력의 주체가 된 까닭에 식민지 잔재는 일찍 청산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봉건적 유제를 포함한 전통적 가치 의식의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한 가치의식의 변화는 오히려 남한 보다 훨씬 더디게 이루어진 것 같다.

    북한이 자본주의 국가와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회주의권과도 달리 지도자 개인에 대해 특별한 권능과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고대사회 이래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 가치의식이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임을 말해 준다.

    남한의 자본주의화와 근대적 서구민주주의의 도입이 공동체 의식을 해체하고 이기주의, 경쟁적 가치의식 등 부정적 측면과 함께 개인의 권리에 대한 자주적, 민주적 지향을 높인 것에 비해 북한에서는 집단의 가치를 중요시하면서 개인의 자주적(북한에서 말하는 자주성, 자주 의식은 개인적 측면보다는 외세에 대한 민족국가의 집단적 대응이라는 측면이 주요), 민주적 제 권리에 대한 의미 부여는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과의 첨예한 대결이라는 정치, 군사적 상황은 이를 더욱 강화시켰다.

    이렇듯 북한과 남한은 서로 다른 사회체제를 지향하면서 변화의 길을 걸었고 거기에 따라 가치의식의 변화도 다르게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체제나 가치 모든 측면에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거나 어느 한쪽의 가치로 다른 한쪽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보적 성향의 자유주의적 지식인 들 중에는 서구 민주주의적 가치의식에 기초하여 북한 체제를 남한에 비해 후진적이고 열등하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을 긍정하자고 하면서 북한을 절대적으로 부정하여 대등한 차원에서 비교 평가하는 것 자체를 용인하지 않는 주대환부터 서구적 시민 민주주의적 입장에서 북한을 전근대적 전체주의 국가로 보는 진중권 등 진보진영내의 PD계열 성향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

    어떤 PD 인사는 여기에 덧 붙여 북한에 대해 ‘촌스럽다’고 평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적 가치의식을 노골적으로 결합시켜 표현한 것이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우리 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집단 즉, 백인이 아닌 동남아인이나 흑인, 심지어는 같은 동포를 두고도 유럽이나 미국 거주자가 아닌 조선족 동포에 대한 태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의식 구조이다.

    체제 성립 시기부터 외세와의 첨예한 대결이라는 상황에서 비롯된 측면도 작용하겠지만 어쨌든 북한사회는 외세에 대한 강고한 저항에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 반면 개인의 자주성, 민주적 제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썩 발전된 것 같지 않다.

    사실 남한 내에서도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PD진영이나 진보적 성향의 자유주의 인사들이 황우석 사태나 최근 재범 사태 등 애국을 내건 국가주의, 그리고 집단내의 성폭력 등 개인적 권리의 침해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데 비해 NL진영은 침묵하거나 매우 혼란스러운 경향을 보이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남북한 어느 사회도 다른 사회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사회의 지향점이 바로 다른 사회가 될 수는 없다. 또한 각각의 사회가 당면한 주객관적 상황이 다르므로 한쪽 사회의 가치로 다른 사회를 쉽게 재단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반제 투쟁의 세계 민중적 의미와 함께 내부적 민주화 양면성 통찰해야

    북 아프리카에서 어떤 주민을 만났더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힘이 센 나라 국민이라며 자기를 추켜세우고 악수를 청하더라는 해외파견 노동자의 이야기를 한 다리 건너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그 아랍인은 아마 남북한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기를 북한 사람으로 잘못 안 모양이며 미국이 세계에서 최강인데 그런 미국과 맞대결하니 북한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힘이 센 나라라는 논지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결하는 것이 자기 체제를 위한 방편일 뿐이지 그게 다른 나라, 특히 다른 나라 민중들의 이익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부시 정권 초기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초강경정책을 폈다. 이에 대해 북한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앉고 초 강경책으로 맞대응을 했다.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남한 내에서 우파들은 물론 진보진영 내 PD성향의 인사들도 북한의 강경책에 대해 비난했다. 한반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6자회담을 제안하며 물러섰다. 진보진영 내의 NL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탁월한 능력을 찬탄했다.

    그런데 오로지 북한지도자의 탁월한 능력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부시정권으로 하여금 뒤로 한발 물러나도록 했을까? 이는 사실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의 발목이 묶였기 때문이었다.

    정권만 무너뜨리면 쉽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미국의 오판이었다. 오마르와 후세인을 몰아냈지만 탈레반을 비롯한 민족주의 성향의 이슬람세력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미국은 계속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기만 했다. 미국은 더 이상 북한에 공세를 벌이면서 한반도에 까지 전쟁을 확장할 할 여력이 없어졌다. 만약 미국이 물러서게 한 것을 꼭 북한 지도자의 능력이라고 친다면 이런 판을 정확하게 읽은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아프간과 이라크에서의 민중적 저항이 실제로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즉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민중들의 저항과 희생이 한반도에서 전쟁과 우리 민중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게 한 셈이다.

    북 아프리카의 그 주민도 어쨌든 북한의 대미 저항이 가지는 의미를 감으로 느꼈을지 모른다. NL진영이 어떤 집단이나 국가의 반제국주의적 성향을 진보나 적과 아를 구별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보는데 비해 PD진영은 그것이 가지는 민중적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탈레반은 국가 내부적으로 민중들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민주적인 정치세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들 반제적 성향의 이슬람 민족주의 세력의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통찰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일전에 내가 반제전선에서는 봉건 세력과 연대, 동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니까 이에 대해 제국주의는 봉건세력보다 진보적인 세력이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마 보다 진보한 남한과 미국이 동맹해서 봉건세력인 북한을 멸망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서인 것 같았다. 북한이 미국과 대결하면서 가지는 부담은 경제력에 비해 엄청난 군비 등 감당하기 벅찰 만큼 크다.

    그리고 미국에 저항한 아랍민중들의 행동이 한반도에서 그랬듯 북한의 대미 대결은 세계 반제세력에서의 의미가 크다. 한반도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볼 때 한편으로는 반제운동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가지는 진보적 의미를 충분히 부여해야 하며 동시에 반제적 경향성만으로 내부의 사회적 문제를 천착하지 않고 그 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로 확대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북한 수뇌부는 이념집단이기보다 실질적 통치 집단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북한 수뇌부는 특별한 이념집단이기에 앞서서 한 나라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나가는 정치권력집단이다. 남한의 NL, PD와는 다르다. 그런데 NL, PD 모두 북한의 통치세력을 이념세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념 세력은 무엇보다 자기 이념의 정체성을 올곧게 주장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잡으면 그러한 이념은 현실 속에서 굴절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실적 상황에 충실하지 않으면 정치적 존립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남한 내에서는 지금도 북한에 대해 친화적인 세력에 대해서 주사파니 뭐니 하며 논란을 하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요즘 주체사상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듣는 말은 ‘선군사상’이다.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는 위기적 상황을 맞이하면서 군대와 같은 강고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체제 유지를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다.

    만약 북미 관계가 개선되었을 때 북한의 미국에 대한 향후 태도 추이에 대해 논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과거와 달리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유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미간의 관계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미국의 다른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도 그다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한반도에서의 반제전선의 주축은 남한 내의 진보, 민중진영이 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NL측은 북한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PD측은 북한이 그럴 것이라고 하고 정말 배신감 느낀다고 한다.

    나는 북미관계가 개선이 되면 경우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며 그것은 배신도 아니고 그냥 냉엄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반제전선의 최선봉에 줄곧 선 것도 그것이 바로 체제 유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반미대결은 지금껏 미국이 한반도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한 북한으로서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이었다.

    정주영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을 때 NL 중 어떤 사람은 정주영을 민족자본가로 띄우고 PD측에서는 북한정권을 자본의 주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뒤에 금강산 개발 등에서 보듯 정주영은 자본의 이익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나선 것이고(북한이 고향이라 특별한 애착이 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북한은 체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경제적 이득이 필요했기 때문일 뿐이다.

    어쨌든 북한체제의 안정화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반제전선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현대 노동자에 대한 현대 자본의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북한과 관련된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자신의 이념적 가치기준에 의해 도덕적 판단을 미리 내린 뒤 평가에 들어가는 NL, PD보다는 학자들의 분석들이 보다 객관적이다.

    북한의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왜 북한이 그렇게 했느냐, 라는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인류역사에 있어서 온전히 도덕적인 국가는 없었다. 설혹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런 국가는 곧 바로 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북한 핵 원인 제거에 초점 맞춰야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는 어떨까? NL진영에서는 대체로 미국이 적대적 태도를 취하고 공세를 취하면서 야기된 문제이고 힘에서 절대적 열세인 북한으로서는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으므로 북한의 핵무장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PD진영에서는 NL진영의 주장이 핵 반대, 한반도 비핵화논리를 줄기차게 전개해 온 진보진영의 이념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북한의 핵무장은 남한,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핵무장과 군비경쟁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 강경책의 정당성을 부여해 한반도의 위기국면만을 조성할 뿐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입장의 논리적 정당성 이전에 먼저 전제해야할 것이 있다. 즉 어떤 싸움에서든 절대적 권능과 공정한 심판 능력을 함께 소지한 중재자가 없을 경우 모든 것은 힘의 우위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고 이미 그렇게 되고 난 후에는 그것이 이후 판도를 결정해 버린다는 것이다.

    보통 애들끼리의 싸움에도 힘이 대등할 경우에는 말싸움으로 서로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만 힘의 우열이 분명하면 주장의 정당성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힘이 강한 쪽은 논리에 밀리면 그냥 ‘자식이 말이 많다’ 그러면서 주먹을 휘둘러 버리면 끝이기 때문이다.

    국제간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런데 특히 국제사회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미국과의 관계는 당연히 그렇다. 부시가 터무니없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공격했지만 아무도 그를 제재 하지 못했고 이후 그의 명분이 모두 터무니없는 것(대량살상무기 소지, 알카에다와의 관련성은 곧 바로 거짓말로 드러났고, 후세인의 독재 문제는 그것보다 훨씬 더 심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이 역시 언어도단)으로 드러났지만 부시가 전범재판에 회부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강압적 공세에 대해 북한이 버틸 수 있는 방법은 핵무기 개발 이외에 찾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남한의 진보진영이 핵 개발 자체가 가지는 비인도적인 측면과 남한 민중들이 느끼는 실질적 불안감을 생각할 때 북한 핵무장의 정당성을 소리 높여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제네바 회담 등 약속을 파기하고 공세와 압박을 가하는 미국 측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북한의 핵 개발 명분을 없애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와 비슷하게 또는 이것 이상으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미국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핵개발 아닌 방식으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미국의 공세에 의한 북한 체제의 붕괴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이로울 것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면 그냥 비난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질적 북한 주민 인권 개선 관점에서 접근해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PD쪽은 탈북자들이나 소식통들의 말을 통해 들으면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므로 당연히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되는데 NL쪽이 북한정권에 친화적이다 보니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조차도 정치적인 이유로 회피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NL쪽은 북한정권에 대한 불만세력들의 과장된 증언들을 근거로 북한 인권문제를 판단할 수 없으며 북한인권문제는 자칫 우익세력이나 미국의 대북 공세에 이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제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무릇 정치 세력은 인권문제를 비롯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완전히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다만 그 정치적 요량이 본래의 문제를 압도해 버릴 때 그 순수성을 잃고 당연히 그 주장의 신뢰성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미국이나 우익세력은 명백히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보다는 북한정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 목적이 있다. 미국이 통상적으로 친미적인 독재국가에 대해서는 함구하나 반미적인 성향을 가진 나라에 대해서는 언제든 독재, 인권문제를 들고 나왔었고 국내 우익세력 역시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이익을 위한 어떤 사업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회피해 왔던 에서도 드러난다.

    그래서 인권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느냐하는 데 일차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실 지금 상태에서 북한을 밖에서 압박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는데 대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북한 정권으로부터 외세 개입에 대한 방어라는 명분으로 인권문제 회피의 구실만 줄 뿐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당연히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통해 북한을 국제무대에 개방시켜 놓는 게 우선이다. 그것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를 보다 객관화시켜 볼 수 있게끔 만들고 국제적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개입해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넓혀나가야 한다.

    어차피 그 나라의 인권문제 해결의 주체는 당사국 주민일 수밖에 없다. 밖에서는 조건을 형성해 주는 것이다. 아무리 선의라 치더라도(실제로 그런 선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외부의 강제적 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침략행위일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정권을 조기에 붕괴시키는 것이야말로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올바르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우익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진보진영의 바람직한 방향 정립이 과제

    하나 더 정리할 게 있다. 사실 NL쪽은 어쨌든 북한, 통일이나 미국(제국주의)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된 의견이 있다. 물론 내가 보기에는 때로 민족지상주의를 내세워 국가주의, 심지어는 파시즘적인 냄새를 풍기는 주장을 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PD쪽은 다른 정치, 경제적인 문제들과 달리 이 문제에 대해서는 NL쪽의 주장에 대한 즉자적 반발만 있지 정리된 견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렇다.

    <레디앙>에 북한문제와 관련된 뉴 라이트 계열 인사의 글이 실린 것을 몇 차례에 걸쳐 봤다. 다양한 의견을 싣다 보니 우익들의 글도 싣게 됐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공병호나 복거일, 이문열이나 그 아류의 글도 실어야 할 것이다. 유독 민족 문제에 대해서만 우익의 글을 싣는 것은 본래 의도야 어떻든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익들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에게 맡긴다는 오해를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면 매우 위험하다. PD측과 달리 우익들은 아주 조악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나름대로 일관된 주장과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가는 꼭 여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충분히 알 것이다.

    썩 명쾌하지는 못하지만 좀 길게 썼다. 진부한 주장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느 한쪽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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