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쟁 없으면 '실리'도 없다
        2009년 09월 29일 0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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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선거에서 이경훈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 산별노조 전환 이후 금속노조에 귀속된 교섭권과 체결권, 단결권 등을 위임받아 조합원의 고용과 임금 부분에 대해서는 사측과 직접 교섭할 것”이라며 “금속노조에 납부하는 연간 43억여원의 조합비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만큼 이를 재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 교섭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는 금속노조 규약 제 66조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며,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물론 기존의 현대차지부 이상욱, 윤해모 집행부도 지부에서 실질적인 교섭체결권을 행사했지만 이처럼 드러내놓고 금속노조를 반대하지는 않았었다.

       
      ▲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 당선자.

    이경훈 당선자가 조합비 배분 비율을 재조정하겠다는 협박은 단순한 협박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을 부추기고 중집,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 등 각종 회의기구에서 조합비 배분비율 조정을 협박한 후 통과되지 않을 경우 조합비 납부 거부 및 금속노조 탈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28일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와의 관계재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후의 경우 조합원의 뜻을 물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그의 말은 앞으로 험난한 금속노조의 미래를 가늠하게 해주고 있다.

    이경훈 후보가 당선된 이유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왜 이경훈 후보를 선택했을까?

    첫째, 금속노조를 만신창이로 만든 정갑득 집행부에 대한 평가다. 2006년 70%에 이르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만들어낸 15만 산별노조에 대한 기대를 세 번의 임단협 실패와 쌍용차 투쟁의 패배로 처참하게 무너뜨린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다. 산별노조에 대한 기대가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과 외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둘째, 현대차 윤해모 민투위 집행부가 저지른 배신행위에 대한 평가다. 2008년 촛불총파업에 대한 외면과 현장권력을 송두리째 내주고 자유로운 배치전환과 노동강도 강화를 가져온 주간연속2교대제, 2009년 단체협약 파기와 쌍용차투쟁 외면 및 지도부 총사퇴로 인한 조합원들의 절망이 선거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셋째, 선거조직으로 전락한 현장조직의 문제다. 치열한 현장토론을 통한 의식을 강화하고 실천을 통해 현장을 쇄신하지 않았고, 노동강도 강화와 단체협약의 파기를 눈감아왔던 정파조직을 조합원들이 외면한 것이다.

    정치투쟁, 지역지부 전환, 1사1조직이 전정한 실리

    이경훈 후보가 얘기한 ‘실리’, 즉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은 결코 투쟁하지 않고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앞장서서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동결과 삭감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도 없이 확대되는 해외공장은 부메랑이 되어 현대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기업의 울타리에 갇힌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만을 위한 노동조합은 고립되고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을 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중소공장 노동자가 함께 뭉치고 싸워야 모두의 고용과 권리를 지킬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정리해고 요건 완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서 싸우고, 지역지부로 전환해 지역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고, 1사1조직으로 비정규직의 손을 잡고 함께 싸울 때 현대차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

    성과급 1천만원이라는 ‘눈 앞의 실리’가 아닌 나와 가족,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과 권리를 지키는 ‘진정한 실리’, ‘내일의 실리’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과 자본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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