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이어 추석에도 상복 입어야 합니까”
    By mywank
        2009년 09월 26일 09: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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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국회 청문회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용산을 방문해서, 유족들을 위로하고 참사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정 후보자님,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인과 유족들을 위로해 주십시오. 정부의 책임을 시인하고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추석 전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를 치르고 싶습니다. 지난 설날에 이어 추석마저도 상복을 입고 지낼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이런 희망조차도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26일 오후 4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범국민추모대회’는 추석 전 사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한데 모아진 자리였다. 유족들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 정영신 씨는 정부에 대한 실날 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했다.

       
      ▲용산참사 유족들이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2천여 시민 참석

    류주형 ‘용산 범대위’ 대변인은 “오랜만에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2,000여명(주최 측 추산) 수준. 범대위는 지난 14일부터 열흘 동안 ‘전국순회 촛불추모제’를 진행한 바 있다.

    전국순회투쟁 단장을 맡았던 조희주 범대위 공동대표는 “용산참사가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며, 전국순회 촛불추모제의 성과를 밝혔다.

    “추석 전에 열사들의 한을 풀고자 전국을 돌며, 시민들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용산참사가 단지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힘을 모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추모대회 참가자들이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학원 씨 제공) 

    범대위는 이날 추모대회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검찰 수사기록 3,000쪽 공개 및 구속된 철거민 석방 △살인개발 중단 및 철거민 생존권 보장을 다시 한번 정부에 촉구했다.

    범대위는 추석 전까지 정부의 반응을 지켜보며,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은 “사태해결 없이 이번 추석을 넘기게 된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시간을 끌수록 정부는 더 불리해 질 것이다. 지금 유족들과 범대위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추석 넘기면 심각한 상황 될 것"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송영길 김희철 김상희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과 이수호 최고위원, 창조한국당 김서진 최고위원, 진보신당 박김영희 부대표 등도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해, 사태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을 약속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벌써 8개월이다. 인간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집회에 오기 전 정운찬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데, 잘잘못을 떠나 정부가 사태해결에 나서달라’고 했다. 추석이 되기 전 유족들이 고인을 모시고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사진=이학원 씨 제공)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총리에 임명되면 가장 먼저 용산참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웠다”며 “우리는 말과 눈물이 아니라, 정부의 행동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진 창조한국당 최고위원은 “용산참사는 살인적인 폭력진압이 초래한 사건”이라며 “당시 경찰 지휘계통 관계자들과 수사기록 3,000쪽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을 ‘진실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의 마음은 항상 겨울"

    박김영희 진보신당 부대표는 “냉동고에 있는 열사들과 유족들의 마음에 봄 여름 가을이 있겠느냐. 오직 차가운 ‘겨울’ 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용산참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사태 해결을 염원하는 풍등 날리기 △어린이작가회 김해원 씨의 추모시 낭독 △장성진 씨의 진혼 무 등 △참사 8개월을 담은 영상 상영 등의 다양한 추모행사들이 벌어졌으며, 오후 6시 40분경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다. 한편 이날 서울역 광장 주변에서는 다음달 18일 ‘국민법정’을 위한 국민기소인단 모집 캠페인도 벌어졌다.

       
      ▲추모대회 참가자들이 사태 해결을 염원하는 풍등을 날리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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