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하면 신종플루 백신 못맞아”
    다국적 곡물기업, 발병 원인 제공
        2009년 09월 26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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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신종플루 관련 운동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진보신당 건강위원회의 김종명 위원장은 “부자들만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맞고 가난한 사람들은 백신을 못 맞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1,336만 명분의 백신만을 공급할 예정이고, 그 외에는 시장에 맡길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종명 위원장은 “우리 나라 국민의 80%가 예방백신을 맞고 싶어 한다”며, “필요한 물량 전체를 무상공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또, 김 위원장은 “지금은 젊은층에서 주로 발병하지만, 환자발생이 더 늘어날 경우 환자가 고위험군으로 옮아가면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경제력에 따른 치료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신종플루와 같은 신종 전염병의 치료비 전액을 정부가 책임지게 하기 위해서 일종의 예비비 제도인 ‘국민재난구호기금’의 신설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레디앙>은 지난 23일 저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실에서 김종명 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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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종플루의 전염성이나 치사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언론 보도처럼 진짜 위험한 건가?

    치사율 0.1% 미만, 스페인독감은 1~5%

    = 발생 초기에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신종플루의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의 사망률은 1~5%로 전세계적으로 4000만 명이 죽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국민 40%가 감염돼 15만 명이 죽었다.

       
      ▲김종명 위원장.(사진=이재영) 

    그 후에도 독감이 몇 차례 대유행했고, 조류독감의 치사율은 60%에 이르렀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이 조류독감에 대비하고 있던 것인데, 신종플루가 나타났다.

    금년 봄 멕시코에서의 치사율은 초기에 1~7% 가량으로 추산되어 전세계가 긴장하였는데, 나중에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치사율이 0.1%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계절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신종 전염병이라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계절독감은 백신이 있어서 접종하면 예방되지만, 신종플루는 아직 검증된 예방백신이 없다. 그리고 신종플루는 전염력도 강하다. 그래서 전세계적인 대량 발생 가능성이 높다.

    – 신종이라고 하지만 계절독감도 매해 변이하지 않는가? 그런 변이가 나타나면 면역력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 계절독감과 신종플루는 유전자형이 전혀 다르다.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돼지독감, 조류독감, 사람독감이 합쳐진 것으로 보고 있다.

    – 다른 생물종의 질병이 인간에게 왔다는 점은 에이즈와 비슷한 것 같다.

    = 숙주가 바뀌게 되면 바이러스가 빠르게 바뀌게 된다. 아직까지 신종플루 변이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타미플루에 내성 있는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발견됐다. 지금으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변이될지 예측키 어렵다.

    – WHO나 각국 정부, 언론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 기구들의 대응을 과장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 지나친 과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충분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 호주 등은 자국민의 20~50% 감염을 가정하고 대응하고 있다.

    – 인류 사회의 질병은 언제나 사회적 역사적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신종플루의 발생과 유행이 특정한 사회 유형이나 사회 시스템과 관련 있는가?

    다국적기업의 식량 대량생산 시스템과 관련 있어

    = 직접 관계 있다. 전세계적인 식량 대량생산 시스템과 관계 있다. 식량산업에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하면서 닭, 돼지, 소 등을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항생제를 쓰면서 키우는데, 그렇게 자란 가축들은 면역력이 취약해진다. 그래서 조류독감에 집단폐사하고, 광우병이나 이번 독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독감은 멕시코와 캘리포니아의 ‘돼지공장’에서 발생했다.

    – 가축들이 생산성 높은 단일 종자, 똑같은 유전형질로 획일화되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는 전염이 잘 된다. 세계화도 신종 전염병이 급속하고 손쉽게 전파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지금 신종플루의 전염이 어느 단계라 할 수 있나? 우리 정부의 대응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는가?

    = 국내에서도 지역사회로 유행이 전파된 상황이다. WHO에서 규정하는 유행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해 있다. 이런 단계에서는 감염의 확산을 최소화하고 고위험 중증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환자를 단순히 격리하는 것으로 전파를 막기는 어렵다. 환자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다. 정부가 460여 개의 거점병원을 지정했지만, 이 거점병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 병원 숫자가 부족한 건 아니지만, 지정만 했을 뿐이지 환자를 수용할 준비가 안돼 있다.

    – 거점병원에 검사시설이나, 치료인력, 약재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거점병원에 전염 막을 격리 시설 없다

    = 약은 어느 정도 있다. 문제는 거점병원들이 환자를 받을 준비가 돼 있지 못한 점이다. 거점병원 안에서의 전파를 막으려면 격리된 외래 진료실을 갖춰야 한다. 또 다른 질환으로 입원 치료중인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격리병동이나 병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갖춘 지정병원이 별로 없다.

    정부는 거점병원 중 75%가 격리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진보신당 부산시당이 치료거점병원의 실태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격리외래 진료실을 갖춘 곳은 34.6%,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은 15.4%에 불과하였다. 부산이 대도시라 병원 인프라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그런 수준이라면 전국적으로는 훨씬 심각할 것이다.

       
      ▲인터뷰 도중 자료를 찾고 있다. 

    – 공기 전염을 막으려면 기압을 조정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할 텐데, 그런 시설을 금방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병원에서 환자의 비말(飛沫)을 통한 전파를 막으려면 음압환기시설이 필요하다.

    이런 시설을 당장 만들 수 없는 건 맞지만, 신종플루 말고도 수많은 호흡기전염성 질환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현재 국가지정격리병원은 다섯 곳인데, 모두가 공공병원이다. 격리시설을 갖추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수익이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민간병원들은 투자를 안 하는 것이다.

    신종플루가 국내에 유입된 초기에 의심환자들을 다섯 곳의 격리병원에 입원시켰는데, 그 다섯 곳 모두가 인천 서울 호남 등 서부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부권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수도권이나 호남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서 환자를 옮겨야 한다. 그 와중에 전염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거다.

    정부가 거점병원을 강제 지정하니, 병원장들이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불평을 토로했다고 한다. 병원 이미지가 나빠지고, 기존 환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서울대병원은 한때 지정을 거부하기도 했고, 부산보훈병원은 지정을 반납했다.

    – 능력이 되는데도 지정되지 않았다든지, 거점병원 지정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나?

    거점병원을 단계화해야

    = 큰 병원, 주요 지역의 대표적인 병원은 대부분 거점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문제는 신종플루를 치료할 수 있는 준비와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점이다. 마포구에 유일한 거점병원이 신촌연세병원인데, 그 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니며, 그것도 미세접합수술 전문병원이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전달체계 문제다. 환자가 대량 발생하게 되면 경증은 외래로, 조금 더 중하면 입원으로, 중환자는 집중치료로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구분 없이 한 병원에서 경환자와 중환자를 모두 보는 시스템이다. 이러니 진료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병원 안에서 전염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

    경증은 1차의료기관, 입원은 2차병원급, 중환자는 종합병원급 식으로 치료기관을 단계화하여 대응해야 한다.

    – 신종플루 예방백신 공급은 어떻게 되고 있나?

    = 예방백신은 현재 임상실험 중이다. 정부는 3,000억 원을 써서 내년 2월까지 전국민 27%인 1,336만 명분의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 외에는 시장에서 유가 구입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만 예방백신을 맞고 가난한 사람들은 백신을 못 맞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캐나다와 영국은 전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우리 나라 국민의 80%가 예방백신을 맞고 싶어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물량 전체를 무상공급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신종플루 예방백신은 민간병원이 아니라, 전체 물량을 보건소 거점병원 등 공적 통로를 통해 무상으로 공공 공급해야 한다.

    – 정부의 1,300만 명 접종 계획은 세워져 있나? 누구에게 주겠다는 것인가?

    예방백신 공공통로로 무상공급해야

    = 현재는 대략적인 원칙만 세워져 있다. 의료인, 군인, 학생, 임산부,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접종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것은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서 10월에 결정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신종플루 예방백신에 면역보강제를 첨가하는 것에 대해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 처음에는 보건소에서 검진을 해주다가 지금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라고 하는데, 결국 국민들에게 검진비 떠넘기기 아닌가?

    = 의료기관으로 검진을 떠넘기면서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게 문제다. 확진검진비용 12만 원에 진료비, 특진비까지 더하면 외래환자의 자부담 검사비가 12만 원 가량 된다. 입원하면 1인실을 쓰게 돼서, 몇 백만 원이 들 테고.

    학교에서는 의심되는 학생들에게 병원에 가서 신종플루가 아니라는 확인서를 떼어 오라고 시킨다. 그러면 학생들이 10만 원 이상을 써야 한다. 지금은 공공보건기관 보건소가 제 역할을 포기한 상황이다.

    – 등교하는 학생들 체온 재는 건 한국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일’인 것 같다.

    교문 발열체크는 위험한 전시행정

    = 전세계 어디에서도 그런 발상 못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라 교육청 지침에 의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학교보건체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제도상으로는 보건교사와 학교의사 제도가 있지만, 실제 그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 운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교문 발열 체크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비전문가인 교사들이 동원되는 데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체온을 정확하게 재지도 못하고, 발열 이외의 다른 증상들이 무시되기 때문에 진짜 병을 놓치는 위험한 상황이 벌여지고 있다.

    교문 발열 체크는 학생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관리대상으로만 취급하는 파쇼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신종플루 걸린 학생을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면 뭐 하나. 학원에 가는데.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전시행정이다. 의심증상 있는 학생 스스로가 보건교사와 학교의사에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법대로 하자.

    – 진보신당 서울시당과 건강위원회가 신종플루에 관련해 밝힌 바를 보니 강남구가 유독 눈에 띄던데?

    ‘국민재난구호기금’ 등 검토해야

    = 신종플루 확진환자 수가 강남권에서 유독 많다. 타미플루 처방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고. 강남권에 환자발생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고, 타미플루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고위험군이 더 많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돈 문제로 보인다.

    – 건강에 관심 많고 돈 여유 있는 사람들이 검사에 적극적이어서 확진환자가 많을 수는 있겠지만, 타미플루 처방은 의사가 규정대로 내려야 하는 것인데 자의적인 다른 기준으로 처방을 내고 있다는 말인가?

    = 신종플루 환자가 아닌데도, 사전에 처방하는 것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강남구 보건소장이 타미플루를 선물용으로 준 사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예방과 검진, 치료에서의 계급성은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다. 신종플루의 발생 전염 등에서도 계급성이나 계층성을 발견할 수 있는가?

    = 학생들에게서 많이 발병하고 있다. 그 외의 조사는 아직 없다. 발병은 젊은층에서 많고, 사망자는 60~70대 만성질환 고위험군에서 나오고 있다. 지금은 젊은층에서 주로 발병하지만, 환자발생이 더 늘어날 경우 환자가 고위험군으로 옮아가면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력에 따른 치료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 신종플루에 관련한 진보신당과 건강위원회의 계획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 치료거점병원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치료비와 백신 공급을 무상으로 제공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신종플루와 같은 신종 전염병의 치료비 전액을 정부가 책임지게 하기 위해서 일종의 예비비 제도인 ‘국민재난구호기금’의 신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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