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염병, 제국주의의 희생양
    By 나난
        2009년 09월 26일 05: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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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해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공공시설물에는 줄을 서 손 소독을 기다리고 있다. 그 치사율이 일반적인 계절성 인플루엔자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진 신종플루의 공포감은 어디서 오는가?

    전염병과 사회적 희생양

    물론 그 강력한 감염력도 원인이 있지만 『전염병과 역사』(셀던 와츠, 태경섭-한창호 공역, 모티브 북, 27,000원)을 보면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 표지.

    이 책에 따르면 해당 전염병이 퍼지는 경우, 사회적으로 그 희생양을 찾아 나서는데, 이번 신종플루 초기 단계에서 미국이 멕시코와의 국경을 차단하려 시도했던 점이 그렇고, 아르헨티나인들이 칠레인들이 탄 버스에 돌을 던지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이 책은 전염병에 대한 의학적 접근이 아닌 변화의 인과적 요인으로서의 전염병, 제반 사회적 과정을 반영하는 거울로서의 전염병, 변화하는 의학이론 및 임상을 밝혀주는 방식으로서의 전염병이란 측면으로 접근한다.

    이 책은 지난 6세기 동안 인류에게 유행했던 수많은 병들 중 페스트, 나병, 천연두, 매독, 콜레라, 황열병과 말라리아 등 7개의 질병에 관한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전 세계 질병 연구에 인종차별과 국가와 기업의 관계라는 독창적인 관점을 적용해 ‘제국주의’와 전염병 움직임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제국 의학은 제국의 도구

    또한 전염병을 지배 세력과 피지배 세력의 권력 관계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며 전염병에 의해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수탈당한 사회가 변화되는 모습들을 조명한다. 저자는 특히 서구 의학의 팽창이 오히려 질병치료의 위험요소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서구 의학은 질병치료에 실패했으며 제국의 의학은 사실상 제국의 도구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전작 『세계의 교역과 세계의 질병』에서 밝힌 대로 “가난한 나라들의 현대적인 과학적 의학과 그 적용의 제반 혁신적 조치들이 일반적으로 서양의 부상과 서양이 준 혜택의 모범을 드러내는 성공담의 하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 가난한 민족들이 접할 수 있는 서양 의학의 실상은 역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왔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정확히 인식해야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에이즈의 원인에 대한 서양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으며, 서구의 조언자들과 정책 실행자들이 ‘비이성적인 서양 의학에 대한 반대의 역사적 원천에 기꺼이 귀 기울여야 하며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 *

    저자소개 – 셸던 와츠

    1934년 미네소타 주에서 태어난 유럽계 미국인. 1965년 메릴랜드 대학교 Ph.D. 나이지리아 일로린 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 대학교 역사학과 초빙교수 역임. 미국역사협회 회원. 범지구적 질병과 의학에 관한 일급 학자 중 한 사람으로서 명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독립적 학자이자 집필자로 활동 중. 저서로 본서 이외에, “마치 아프리카인이 쓴 유럽 야만인들에 관한 인류학적 기술”의 성격까지 지녔다는,『서유럽 사회사, 1450-1720: 농촌지역민들 사이의 긴장과 연대』(1984), 『세계사 속의 질병과 의학』(2003) 등이 있다.

    역자 – 태경섭

    고려대학교 독문과와 서울대학교 독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적 가상과 예술의 자유성’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 『무지의 사전』, 『세이렌』이 있다.

    역자 – 한창호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국악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으며, 조계종 국제포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시간의 창공』, 『괴짜심리학』, 『매혹과 열광』, 『감성지능』, 『교육의 종말』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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