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왜 '나치'에 열광했는가?
    2009년 09월 26일 01: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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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제국’으로 표현되는 독일의 히틀러 시대는, 그 지배세력뿐 아니라 수백만 명의 독일 국민들까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쟁과 소수인종에 대한 가혹한 폭력을 가하게 만들었다. 당시 독일국민들의 행위는 ‘집단광기’로 묘사되지만, 그 광기의 이면에 대한 분석과 해석은 어딘가 부족하다.

   
  ▲책 표지 

대체 왜 일반적이고 평범하던 독일 사람들은 나치와 히틀러에 열광했으며, 나치돌격대, 히틀러청년단에 가입하는 등 직접행동까지 불사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도층이 아닌 평범한 나치 범죄자와 동조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분석한 연구물이 책으로 나왔다.

평범한 공모자들 인터뷰

『나치즘, 열광과 도취의 심리학』(슈테판 마르크스, 신종훈 역, 책세상, 20,000원)은 제3제국 당시 히틀러와 나치즘에 동조했던 43명을 만나 최대 7시간에 걸쳐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분석한 책이다.

이를 통해 ‘무엇 때문에 그들은 당시에 히틀러와 나치에 찬성했으며,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그리고 당시의 체험이 오늘날 그들에게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어떠한 흔적을 남겨놓았는지, 여러 상이한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 나치 시대에 관해 의사소통을 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또한 연구자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느낀 혼란과 환상, 수치심 등 역반응에 대한 분석도 포함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인터뷰 대상자들은 어눌하지만 격정적으로 당시의 체험을 회상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공허한 장광설로 논제를 흐리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임에도 ‘나/우리’란 표현대신 ‘사람들’을 주어로 사용해 집단 속에 숨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당시엔 아주 어렸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유아기적 언어를 사용하는 퇴행적 의식 상태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분석 결과 저자는 나치즘의 특수한 의식 상태를 ‘퇴행적, 마력적’의식이라고 묘사한다. 인류학자들이 초기 문명 속에서 발견한 터부의 관념과 주술적 마력처럼, 나치 추종자들은 히틀러와 제3제국을 바라볼 때 금기와 마력, 카리스마, 신적 지도자, 매혹과 전염과 같은 관념의 지배를 받았다.

퇴행적이고 마력적인 의식

또한 수치심과 수치심의 방어가 나치즘 추종자들의 동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나르시시즘과 집단적 자아도취를 통해 히틀러와 제3제국에 기반을 둔 이상과 도덕성을 조작했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또한 1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와 이후 만연한 독일 사회의 종속성은 수천만의 사람을 살육한 나치즘이 독일인들을 매혹한 방식이라 설명한다.

이 책이 역사의 짧은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어느 시대보다 강렬하고 잔혹했던 독일 제3제국의 ‘힘의 원천’을 찾아나서는 것은 나치체제의 구조에 대한 이해와 희생자들에 대한 역사적 복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치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사회심리적 역동성을 분석하며 탈신화화를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유럽 각지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도 나치 또는 집단주의에 대한 환상과 광기어린 모습이 발현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열광과 도취의 심리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용될 수 있다는 경고이며, 기억에 대한 해명과 반성이 그 남용을 막고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첫 걸음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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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슈테판 마르크스

철학 박사이자 사회과학자로서 20년 넘게 직업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나치즘과 집단 기억의 문제가 그의 전공 분야이다. 7년 동안 ‘역사와 기억’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나치 추종자들의 동기와 원인을 연구했다.

옮긴이 – 신종훈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마부르크 대학 역사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유럽통합의 특별한 관계―1954년부터 1959년까지 독일과 영국 여론이 바라본 유럽경제공동체 형성과 발전의 역사』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독과 서방통합의 문제―콘라드 아데나워의 외교정책 1949∼1955』,『영국의 유럽자유무역지대의 구상과 내부 논의』등의 논문을 썼다. 서울대 초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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