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공세 최일선 공무원노조 힘 배가
    민주노총에 대한 현장 신뢰 확인 성과
    By 나난
        2009년 09월 23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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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조합원들의 높은 찬성 속에 확정된 것은, 구조조정을 비롯한 이명박 정권의 노조 무력화 정책의 최일선에 노출돼 있는 공무원노조의 ‘전투력’이 크게 향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과 아울러, 소속 노조 탈퇴 움직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한 현장의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에 대한 현장 신뢰 확인

    이와 함께 75%라는 높은 투표율과 89.6%(통합), 68.3%(민주노총 가입)의 압도적 찬성률을 보인 것은 통합 노조와 민주노총에게 커다란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가 노조에 대해서는 적대적 무력화 정책이라는 방향을 잡고 있는 데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불법’ 운운하며 엄정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강경 정부’와 맞선 투쟁을 이끌어가야하는 부담도 함께 지게 된 셈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윤진원 대외협력실장은 이 같은 높은 찬성률에 대해 “부정부패 척결, 공직사회 개혁 등 그간 투쟁을 해오며 공무원들의 의식이 진보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내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 공무원노조 3개 조직이 21~22일 양일에 걸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가결시켰다.(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정부의 방해와 분열공작이 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뤄진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가입에 ‘감격스런’ 표정이다. 민주노총은 개표 결과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과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험난한 과정에서 빛나는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권 들어 탈퇴를 비롯한 민주노총 탄압과 흑색선전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민주노총이 지지받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게 성과”라고 평가했다.

    구조조정 제동 걸리나?

    이번 공무원노조의 통합을 계기로 이명박 정권 들어 자행되고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과 민영화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공직사회 개혁과 노동3권 쟁취를 위해 뛰어온 공무원노조의 투쟁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며 “사회공공 투쟁의 중추인 공무원노조와 함께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정부는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하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며 엄중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무더기 고발과 사법처리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행정안정부는 22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민주노총 소속 통합공무원노조가 정부 대화상대로 적절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공무원노조의 단결권 보장은 법으로 보장된 것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하나로 통합하고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주장한다.

    숭실대 정인섭 법학과 교수는 “정치 단체라는 것은 선거에서 후보를 내고 의회활동을 하며 정당법을 적용받는 정당을 뜻한다”며 “민주노총이 ‘정치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해석한다면 정부는 민주노총의 설립신고 자체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때도 아니고, 노조 해산권한 없다"

    정 교수는 또 “공무원노조가 직업상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까지 정치활동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박정희 때도 아니고 노동조합을 해산시킬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공무원노조 정헌재 위원장 역시 “민노총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규정은 없다”며 “현재도 전국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부는 전공노가 해직자 6명을 노조에서 배제하지 않을 경우 전공노 자체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태현 실장은 “노조 간부 중 몇 명이 해직자 신분이라고 해서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적 노동권과 결사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법률적 대응 및 ILO 제소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 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통합 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 김진호 대변인 역시 "민주 노동운동의 정통성이 있는 민노총에 가입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공무원의 역할을 더 확고히 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며 "공무원 노조원 일부가 집회에서 과격한 행동을 한 적은 있지만 공무원으로서 한계가 있고, 조합원들도 노조의 불법적인 활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1만 5천여명의 전국통합공무원노조(가칭)의 가입은 민주노총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공무원노조는 금속노조(14만7천여명), 공공운수연맹(14만2천여명)에 이은 민주노총 세 번째 규모의 산하 연맹으로 자리 잡게 되며 민주노총은 조합원 수로 제1노총이 된다.  

    민주노총, 제1노총 시대로

    이에 따라 그동안 관행에 따라 정부가 노동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노조가 참여하는 기구에 더 많은 인원의 노조 쪽 인사들을 참여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익위원 선정 과정에도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광표 부소장은 “(통합공무원노조가)숫자에 연연해서 민주노총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당장은 내부의 통합과 안정, 사회적 역할을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과도하게 민주노총에서의 역할을 중요시한다면 고질적인 문제인 정파 갈등이 공무원노조에 해를 끼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불법이라 규정한 이상 향후 탄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공직사회 부패 척결 등의 의제를 사회에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실장 역시 “향후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결정을 제한하며 다각적인 차원에서 공격해 올 것”이라며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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