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녹색외교 쾌거?
        2009년 09월 23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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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아킴 슈타이너 유엔환경프로그램(UNEP)는 사무총장은 “한국의 녹색성장 추진 속도와 이행전략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 다른 국가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뒤이어 8월 말에는 Greenpeace와 WWF, Oxfam 등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서면을 통해 “한국의‘저탄소 녹색성장’이 경제성장, 에너지안보, 기후보호의 세 가지 목표를 묶어야 하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사실, 이 정도라면 외통부 담당자는 국가 훈장을 하사받아야 할 정도다. 기실 새마을운동 이후로 우리나라가 경제문제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이만큼 열띤 주목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한국 외교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단기 경기부흥을 위한 토목산업은 전 세계에서 추앙받는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변신했고, 서신을 보낸 환경단체들마저 반대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은 에너지안보와 경제성장과 어우러진 최고의 환경대책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 스모그로 가득한 서울시내 전경

    그런데 왜 우리는 왜 불편하기만 한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는 지식이 아니고, 지식은 지혜가 아니며, 지혜는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슬로건은 그 자체로 기후변화위기 시대에 걸맞은 혜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단순한 허울 좋은 정보전달에 불과하다.

    국제단체들 내용 검토도 없이 외교적 수사에 호응

    UNEP와 국제 환경단체들이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검토하지 않은 채, 웃기지도 않는 외교적 수사에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치열한 사회 논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현실과 절대적 호응을 보내고 있는 해외 유수 기관들의 격차는 여기에 연유한다.

    UNEP의 어이없는 ‘저탄소 녹색성장’ 찬양은 이미 널리 알려졌으니까 차치한다 치더라도 Greenpeace, WWF, Oxfam와 같은 해외 유수 단체들의 ‘저탄소 녹색성장’호평은 도무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해당 단체들이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보낸 공개서신을 보면 수십조 원의 재정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이명박 정부가 만들겠다고 한 ‘녹색일자리’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성찰도 없다.

    한국인 중 81%가 정부의 기후변화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외국의 설문조사를 인용하면서도 국민의 상당수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반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게다가 세 단체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필요하다는 국내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친절하게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0%를 감축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의견을 곁들였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더 강력한 감축목표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국제적인 환경단체라는 기관들이 국내 단체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국내 환경단체들로서는 화가 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단체 제치고 이명박 정부 편들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Greenpeace, WWF, Oxfam가 국내 환경단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서신 전달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세 단체는 공개서신을 밝히기에 앞서 국내 모 단체에 국내 상황과 단체들의 의견을 문의했다.

    해당 단체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치에도 단체 간 이견이 있기 때문에 입장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의견 전달이 안 되었는지 애초에 경청할 의향이 없었는지 문의가 온 며칠 후 바로 공개서신이 발표되었다.

    이쯤 되면 국제 환경단체들의 오만함이 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한 활동가가 국내 환경운동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끓는 목소리로 분개한 것조차 이해가 간다. 세 단체의 선의지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연대’가 아닌 ‘영향력의 정치’에 몰두하는 운동 행태는 비판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Greenpeace를 포함한 세 단체의 공개서신으로 인해 국내 대응이 혼선을 나타내고 위축된 상황에 관해서는 국내 환경단체들이 세 단체에게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의 제1의 원리인 ‘연대’의 정신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므로 공개선신에 대한 사과와 함께 의견을 반드시 철회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정부의 광기에 가득 찬 ‘저탄소 녹색성장’이 새 시대 패러다임으로 승화될 동안 국내 환경단체들을 포함한 시민사회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단체들 ‘외교’에 나서야 한다

    지난 8월 UNEP 사무총장이 무지의 극치를 드러내는 언사를 쏟아냈을 때 국내 시민사회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Greenpeace 등이 공개서신을 냈을 때도 이에 반박하는 성명서 하나 나오지 않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UNEP나 Greenpeace 등이 ‘저탄소 녹색성장’에 관해 호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 역시 시민사회의 무능과 무대책이 한몫했음이 틀림없다.

    다행히 몇몇 단체가 이러한 사실을 주지하고 대응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허울만 쓴 앙시앙 레짐이 기후변화시대의 정의로운 전환을 방해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하는 것을 깨뜨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도 ‘국제연대’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탈피해 적극적인 ‘외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올 12월에는 2013년 이후 전 지구적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결정하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5)가 열린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홍보는 여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채 3개월이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국내 시민사회가 해야 할 일들은 명확하다.

    이명박 정부가 다시금 녹색으로 가장한 시대적 배신을 들고 나오지 못하게끔 국내 진보세력과 전 세계의 시민사회와 상황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 “4대강 죽이기”건, “고탄소 녹슨성장”이건 어떠한 외침이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제 국내 시민사회만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폭주를 막기에 힘이 부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UNEP나 Greenpeace와 같은 잠재적 동반자들의 실수를 줄이고, 국내 환경단체들이 전 지구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동참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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