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공무원노조 통합 무서운 진짜 이유?
    By 나난
        2009년 09월 21일 12: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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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통합노조의 상급단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대해 이를 “실정법 위반의 불법”이라고 규정했으나, 민주노총과 3개 공무원노조는 “정확한 근거도 없는 불법 운운이야 말로 정부 스스로 불법정부임을 시인한 것”이라며 압도적 찬성을 통한 민주노총 가입을 확신했다.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손영태), 전국민주공무원노조(위원장 정헌재), 법원공무원노조(위원장 오병욱) 등 3개 조직은 21~22일 양일간 대통합과 통합노조의 상급단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공무원 노조 통합 및 통합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총투표 방해 규탄 기자회견’에서 법원 공무원 노조 오병욱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행정안전부의 총투표 방해 지침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이명익기자)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장관회의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기초로 하는 공무원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무원 노조가 정치적 노동운동으로 변질될 경우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기대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한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돼 있는 노동조합의 자주적 단결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발언으로 규정한 노동계는 한 총리의 발언이 “근거도 없는 불법적 발언”이라며 “노동3권과 부당노동행위 금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비판한다.

    "투표 방해하면 투쟁"

    전국공무원노조 손영태 위원장은 “공무원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갖고 있는 단결권을 보장하지는 못할망정 국무총리가 나서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등 대통합을 탄압하고 있다”며 “단 한 곳의 투표장에서라도 경찰력을 동원한 물리적인 투표 방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 투쟁으로 돌파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공무원노조 현인덕 부위원장도 “정권과 자본, 조중동이 민주노총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민주노총은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대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행정안정부가 작성한 ‘3개 공무원노조의 조합원 총투표 관련 복무관리 지침’을 통해서도 민주노총을 ‘정치 조직’으로 규정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근로자의 권익 향상보다는 정치 사회 참여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행안부는 지침에 따라 투표관련 불법 활동 감시와 감찰반 구성 등을 각 기관에 지시하고, 시설 무단점유 및 사용 등 일상 업무 방해활동 시 경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정치투쟁에 경도된 노선으로 왜곡하는 음해공작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정치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행사였으며 쟁의행위의 대상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법의 결함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노동부를 통해 신고필증을 받은 합법적 노동조합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정치투쟁만 일삼는다고 하는 것은 민주노총이라는 형식이 아닌, 민주노조운동의 내용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며 “정부야말로 불법정부”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불법’ 주장은 민주노총 조직력 복원에 대한 두려움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대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에 이토록 불쾌감을 드러내며 불법 운운하는 데에는 올해 초 인천지하철공사를 시작으로 한 도미노 탈퇴로 약화된 민주노총의 조직력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인천지하철공사와 KT 등 17개 조직 3만5천여 명이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하지만 3개 공무원노조가 대통합 및 상급단체 결정을 가결시킬 경우 전공노 4만8천 명, 민공노 6만9천 명, 법원노조 8천 명 등 11만5천여 명이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된다. 

    이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되면 금속노조, 공공노조에 이은 세 번째로 큰 민주노총 산하연맹이 되며, 이로써 65만의 민주노총은 72만의 한국노총보다 조합원 수가 많게 된다. 민주노총은 제1노총으로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더 많은 위원을 참석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민주노총의 입김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정부가 우려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여기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공무원노조가 통합된 공무원노조에 가입할 것으로 점쳐져 민주노총 가입 조합원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손영태 위원장은 “23일부터는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공무원노조를 통합된 공무원노조에 가입시킬 것”이라며 “공무원노조 대통합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승수 총리는 각 기관에 “통합을 빌미로 근무 시간과 장소를 활용해 노조활동 및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며 “공무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달곤 행정안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을 추진할 경우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개 노조, 행정안전부 장관 고발

    3개 공무원노조 이에 반발해 지난 18일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공무원노조는 고발장에서 "행정안전부는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행정기관과 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려 보내 투표를 위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제한하고 징계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전공노 정용해 대변인은 “공무원노조가 정치적인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정치적 행위가 현장에서 일어난 것도 아님에도 정부는 정치적 행위와 과격 투쟁을 우려하며 공권력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노동조합을 정부의 입맛대로 움직이려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홍보와 탄압을 통해 공무원들이 자주적 투표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커졌다”며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이번 3개 공무원노조의 대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은 압도적인 수로 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공무원노조는 21일 오전 8시부터 조합원 찬반 투표에 들어갔으며 현재 약 10%대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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