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 1천조원을 기억하라
        2009년 09월 21일 10: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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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재정은 수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수많은 국가재정 수치들이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기사를 읽을 땐 끄덕이지만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재정 관련 수치들이 많고 규모가 거대한 탓이다.

    그런데 국가재정 수치들을 곰곰이 보다보면 거의 모든 수치에 적용되는 기준이 발견된다. 이 기준이 없으면 수치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으며, 다른 수치들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다. 이 기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면 이외로 국가재정 수치들을 기억하기가 손쉬워진다. 그것은 무엇일까?

    국내총생산 1천조원을 기억하라

    국내총생산(GDP)이다. 국가재정 규모, 조세부담율, 복지지출 규모, 국가채무 등 거의 모든 재정 수치들이 GDP 비중으로 표기된다. 당연히 국제비교에서도 GDP 대비 수치가 사용된다.

    따라서 국가재정을 공부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할 수치가 GDP 규모이다. 당신은 현재 한국의 GDP가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략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국가재정에 수월히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GDP는 기억하기 매우 좋은 수치다. 2008년 우리나라 GDP는 1,024조원이다. 올해 GDP도 경상성장율이 간신히 플러스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1천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일 것이다. 현재 한국의 GDP가 얼마냐구? 약 1천조원이라고 답하면 큰 문제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현재 우리나라 조세부담율이 GDP 22%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를 세금으로 내고 있을까? 약 220조원이다. 사회보장기여금이 포함된 국민부담율은 GDP 28%다. 약 280조원을 우리가 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재정 지출액이 약 80조원이다. 그렇다면 GDP 대비 ? 간단하다. 8%다. OECD 국가들을 평균 GDP 21%를 사회복지에 지출하고 있다. 우리가 이 나라들을 쫓아가려면 지금보다 얼마를 더 내야할까? 130조원을 더 복지에 써야 한다. OECD에 가입했다고 마냥 우쭐될 일은 아니다.

    재전건전성 문제 근본 원인, 과다 지출 아니라 적은 수입

    국가재정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치는 재정 규모이다.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는 2009년 GDP 33.8%에 달한다. 대략 340조원이다. 이 금액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거두고, 담배부담금, 복권수입 등 다양한 기금 재원을 발굴하며, 나아가 모자라는 돈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가재정은 OECD 평균 44.8%에 11%포인트가 작다. 금액으로 얼마나 부족한 것일까? 그렇다! 지금보다 약 110조원이 더 늘어야 OECD 회원국 값을 할 수 있다. 대략 복지지출 부족분 만큼 국가재정 규모도 작은 셈이다.

       
      

    잠시 재정건전성 논란을 살펴보자. 최근 우리나라에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져 있다. 전통적으로 ‘균형재정’ 이데올로기가 강한 한국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4대강 사업 지출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물론 4대강사업도 문제지만, 우리나라에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과다 지출’이 아니라 ‘적은 수입’에 있다.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가 OECD 회원국에 비해 무려 110조원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국가재정을 키우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재정수입을 늘리는 것이 핵심 국정과제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감세를 강행했다. 국가재정을 관리할 자격이 없는 정부다.

    OECD와 한국정부, 국가재정 산정방식 달라

    이제 우리나라 국가재정 논란에서 다루어지는 수치들을 살펴보자. 국회를 통해 확정된 올해 정부총지출 규모는 302조원이다. 대략 GDP 30% 수준이다. 그런데 앞에서 소개된 국가재정 규모는 GDP 33.8%이었다. 왜 차이가 나는가?

    국제적으로 국가재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한 범주이다. 따라서 각국이 OECD에 보고하는 수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총지출을 합산한 것이다. GDP 33.8%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우리나라 국내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행정적으로 별개의 조직이고 예산 심의도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각각 이루어진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지출과 지방정부의 지출이 구분되어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통 보도되는 수치는 국회가 심의하는 중앙정부 총지출이다. 302조원(GDP 약 30%)이 여기에 해당한다. 필자의 연재글에서도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모든 수치는 중앙정부의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정부 지출 규모가 GDP 4%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OECD가 정하는 일반정부(중앙정부 + 지방정부) 총지출 산정방식과 우리나라 정부가 계산하는 중앙정부 총지출 산정방식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또한 중앙정부 총지출 중 막대한 금액이 지방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정부로 이전된다. 중앙정부 총지출은 302조원이지만 지방교부금을 제외하면 실제 중앙정부가 사용하는 금액은 이보다 작고, 그만큼 지방정부 재정은 늘어난다.

    이후 연재글 중반에 ‘국제기구와 우리나라 정부의 국가재정 산정 방식 차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재정을 이전하는 지방재정조정’에 대해 따로 살펴볼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잠시 이 주제를 미뤄두자.

    대신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질 중앙정부 총지출 수치를 기억하자. 올해 302조원이다. 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약 1천조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면 중앙정부가 30%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두 개의 재정수지를 가진 까닭

    올해 중앙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이면 총수입은 얼마일까? 총수입은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의 수입을 모두 합친 금액으로 280조원이다. 그렇다면 적자? 그렇다!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22조원이 재정적자이다. GDP 2% 수준의 적자다.

    아마 국가재정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언론에서 우리나라 올해 재정적자가 51조원, GDP 5%에 달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3%는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우리나라 국가재정에서 항상 유념해야할 재정항목이 국민연금기금이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연금을 받는 수급자보다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가 훨씬 많다. 2043년까지는 지출보다 수입이 많을 예정이다.

    올해도 국민연금기금은 약 30조원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흑자분이 중앙정부 재정수지에 착시 현상을 야기한다. 국민연금기금 흑자는 당해연도로 보면 남는 돈이지만 미래에 연금급여로 지출되어야 할 재정이다. 즉 지출이 유예된 예탁금일 뿐이다.

    따라서 올해 중앙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수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기금 흑자분을 제외해야 한다. 그럴 경우 올해 재정적자는 51조원, GDP 5%가 된다.

    우리나라 국가재정에는 두개의 재정수지가 있다. 하나는 중앙정부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대상수지이다. 국제비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통합대상수지이다. 올해 우리나라 통합재정수지는 마이너스 22조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기금의 존재로 인해 새로운 재정수지 범주가 필요하다. 연기금 흑자분을 제외하고 실제 중앙정부가 관리해야할 수지라는 의미에서 이것을 관리대상수지라고 부른다. 다른 나라는 보통 통합재정수지만을 가지고 있으나, 적립식 국민연금기금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특별하게 관리대상수지를 추가로 계산해야 한다. 올해 관리대상수지는 마이너스 51조원이다.

     

       
      

     

    국가채무 증가율이 너무 빠르다

    관리대상수지가 51조원에 달한다면, 이를 어떻게 메워야 할까? 전년도 세계잉여금, 기금 전입금 등을 일부 활용할 수 있으나 주요하게는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보전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국가채무가 늘어날 것이다.

    2008년 308조원이던 국가채무가 올해 366조원으로 크게 증가할 예정이다. GDP 대비 35.6%이다. 내년에도 중앙정부 재정적자가 올해와 비슷하게 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국가채무가 400조원에 육박하고 국가채무 비중도 GDP 40% 선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 국가채무 수준이 OECD 평균(2009년 약 GDP 90%)에 비해 낮기 때문에 아직까지 건전하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많은 재정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우리나라 국가채무 산정방식이 국제기준과 달라 수치가 과소 추계되어 있다. 국가채무가 아직까지 OECD 평균보다는 작지만 정부 주장보다는 훨씬 높은 건 분명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국가채무 증가율이 매우 빠르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국가채무 논란이 재정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진보운동도 주의깊게 이에 대응해야 한다 (국가채무에 대해서도 역시 후반부에 따로 다룰 예정이다).

    국가채무 40%선에 육박할 것인가?

    이제 곧 정부가 2010년 예산안(기금 포함)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다. 여기에는 내년 중앙정부 총지출․총수입 규모, 통합대상수지, 관리대상수지, 국가채무 비중이 담길 것이다.

    이미 정부총지출 규모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초에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부처요구안이 298.5조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이 금액은 올해 총지출에 비해 3.3조원이 줄어든 것이다. 내년에 4대강 사업 지출이 과다하게 책정되고 민생지출은 삭감되었다고 공방을 벌이는 준거가 바로 이 예산요구안이다.

    내년 총수입도 주목해야할 수치이다. 내년부터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가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하는데 과연 총수입이 줄어들까 아니면 경제성장 효과가 이를 상쇄하여 늘어날까? 그 결과 국가채무는 어디까지 상승할까?

    총지출이 3조원 가량 주는 반면 총수입이 올해와 비슷하다면 내년에도 50조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는 불가피한 것 아닌가? 그러면 국가채무가 내년에 GDP 40%에 육박하는 것은 아닐까? 10월 2일 국회에 제출될 예산안이 이 질문들에 답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 현행 국가재정체계의 핵심 특징인 ‘중기재정운용과 전략적 재정배분’이 다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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