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 좋지만, 원칙 필요할 때도"
        2009년 09월 21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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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레지던트 3년차 의사와 <레디앙> 기자의 만남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 한 차례 약속을 정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고, 이후 인터뷰 시간조차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진보신당 고석만 당원과의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화도중, 기자가 취재를 다녀왔던 진보신당 당원 한마당에서 ‘당가 경연대회 중’ 무대에 난입, 피켓을 흔들어 대며 화려한 몸놀림을 보여주었던 동작 당원 중에 그가 함께 있었음을 알았고, 당시 고석만 당원의 참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마 안 왔을껄요?”라던 진보신당 중앙당 소속의 모 국장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거쳐 사회당 당적을 지니고 있던 고 씨는 진보신당에 가입한 이후 바쁜 시간을 쪼개 지역활동과 건강위원회 활동을 해 왔다. 그리고 이번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현장에도 내려가 힘을 보태기도 했다. 고 씨와의 전화인터뷰는 지난 17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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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진보당원에서 진보신당원으로

    – 당원으로 가입한 것이 언제인가? 이전에 정당 활동을 했던 경험이 있었나?

    = 올해 1월에 당원으로 가입했다. 학생 때는 사회당 전신인 청년진보당 당원으로 가입해 활동 한 바 있다. 이후 사회당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활동은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몇 년 전 탈퇴했는데 이번에 진보신당에 입당했다.

    – 왜 진보신당을 택했나?

       
      ▲ 고석만씨

    = 의대생 때 보건의료학생운동을 하며 운동을 했다. 그러다 2003년 졸업 후 군 대신 공중보건의사로 전라북도에서 지냈었는데, 그러다보니 운동과 인연이 끊어져 자연스럽게 자연인(?)의 삶을 살아왔다.

    2005년 서울에 와서 인턴생활을 시작했는데 너무 바빠 당 활동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은 그래도 레지던트 3년차라 조금 여유가 생기다보니 활동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다만 학생 때부터 종북주의는 별로여서 민주노동당은 고려하지 않았었는데 마침 진보신당이 따로 나와 있어 가입했다. 사회당은 규모가 작아 ‘내가 무엇을 기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진보신당에서는 조금만 노력해도 될 것 같았다.

    – 입당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

    =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가 봄부터 동작당원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에서도 건강위원회 활동을 하려 하는데, 나는 사실 지역 활동이 더 좋다. 건강위원회에 가면 보건 의료이야기만 하더라.(웃음) 진보적 의료인들이 다른 쪽에 관심을 갖지 않아 좀 아쉬웠는데 지역에서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다 보니 관점이 넓어지는 것 같아서 좋다.

    "지역이 좋아"

    또 한동안 가지 못했던 집회를 나갈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이전에 용산참사 집회를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힘들었고 소외감도 느꼈다. 그런데 지역위원회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시간 날 때 마다 쌍용자동차 현장에도 다녀왔다.

    – 레지던트 일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쌍용자동차 현장은 언제 다녀왔나? 적극적으로 결합했다고 소개 받았는데?

    = 적극 결합이라고 하면 사실 몸둘 바 모르겠다. 우선 개인적으로 용산이나 쌍용자동차 문제는 그 상황 자체를 받아 들이는게 힘들었다. 특히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인은 빠지고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편을 가르고 대리전을 치른 것 아닌가? 정신과 의사로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얼마 전 노동건강연구소와 금속노조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후유증 사례를 발표했는데, 결과가 참담했다. 사실 이번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 멀쩡하기가 힘든 것 아닌가? 가능하면 이들과 상담도 하고 도움도 주고 싶다.

    쌍용차 현장은 마무리되기 1주일 전에 가봤고, 마무리 된 이후 가족대책위의 정리집회에도 참여했다. 가서 보니 자녀들, 부인, 노조원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고통들을 당했더라, 우울증에 외상후 장애를 앓고 있었다. 헬기 소리만 나도 숨는다더라.

    이같은 피해는 국가폭력에 의한 것이다. 예전 삼청교육대나 5.18과 관련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연구된 것이 있는데 쌍용자동차도 그런 측면에서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배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당원 한 마당에서 소외된 이유 

    – 당시 공장에서 벌어졌던 폭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일부 영상이 언론에 잡혀 공개되긴 했지만 경찰특공대와 전경의 폭력은 매우 심했다. 이들의 폭력적 행동이 정신적으로 어떤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나?

    = 전쟁 같은 상황이었다. 전경들 한 명 한 명은 모두 건강하다. 그런데 전시지휘체계가 작동하고 작전 치르듯 진압하다 보니 ‘질서유지’의 관점으로 시민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적군’으로 보는 집단심리가 작용한 듯하다.

    노조원들이 쏜 새총에만 맞아도 이들에게는 ‘아군이 다친다’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휘체계 자체가 시민들을 적군으로 간주하듯 되어 있다. 이런 지휘체계로 인해 집단광기가 흐르는 듯하다. 경찰이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경찰의 역할은 시민들의 안전과 보호다.

    – 당 활동 한지 9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쉬운점이 있었나?

    = 이번에 당 게시판에도 문제 제기를 했다. 나는 이번 당원한마당에서 실망했다. 특히 경매를 보고는 거북스럽기까지 했다. 용산참사 후원금 때문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최고 450만원, 최저 30만원 하는 것을 보니 나는 소외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되면 경매 참여자는 몇 백만원씩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이런 행사가 시간도 길었다. 이번처럼 큰 행사에서 이렇게 제한된 소수만이 참여할 수 있다는 건 문제다. 나머진 구경꾼이 된 셈이다.

    재미도 좋지만, 원칙도 중요

    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이야 원칙적 행사를 식상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는 운동가적 관점이다. 지역모임에만 나가거나 집회조차 나갈 시간 없는 생활인으로서 중앙당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그래서 이번 당원한마당에 기대를 걸었다. 당원으로서 진보신당의 진정성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탈’의 장면들을 보여주면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생활을 따로 하는 당원들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많다. 이를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 차라리 원칙적으로 보고대회나 난상토론, 모금함을 만들어 모금하는 방식도 있었을 테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식상하다 하더라, 그런데 큰 행사일수록 재미보다 원칙을 추구하는 것도 좋다.

    – 당원한마당에서 건강상담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건강위원회 부스에서 정신 상담을 했다. 많이는 안했지만 6~7분이 하셨는데 고민이 많으시더라. 활동가 중에서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아 우울증 치료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회 전반적인 행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 개인이 불행하다면 아이러니다. 활동가나 운동가들이 개인의 삶에 행복해졌으면 한다.

    – ‘의사’라는 직업과 ‘진보’라는 활동이 잘 연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의사라면 기득권에 가까운 집단들 아닌가? 본인의 직업과 활동 영역이 충돌한 적은 없었나?

    = 어려움이 있다. 사실 이건 2000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의약분업이 이슈였는데 나는 의대3학년이었다. 진보적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의약분업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에 반대해 파업에 나선 의료인들의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파업도 파시즘적으로 진행되었다. 진보적 학생회에 대한 각 대학의 탄핵도 이루어졌다. 그 때 나는 의사사회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희망이 없다고 봤다. 사실 나도 왕따 당했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웃음). 사실 지금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뉴라이트 소속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뒷풀이까지 했다더라.

    의료개혁, 의사 아닌 시민사회 힘으로

    나는 이제 의사를 움직여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의료개혁은 시민사회의 힘으로 바꿔야 하고 그렇게 되면 의사들이 따라 움직인다. 때문에 의사 사회에서 개인적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에 어려움은 없다. 방해도 받지 않는다. 눈치는 좀 보이지만(웃음)

    사실 내가 진보신당 활동 말고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내 정치적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 얼마 전 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묘를 만들고 이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또 다른 보수단체는 휴대용 총기를 들고 시민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많은 우파 논객들이 경쟁하듯 극단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이같은 사람들을 정신의학적으로 진단을 내리면 어떤 진단을 내릴 수 있겠나?

    = 내가 걱정스러운 건 정신과 의사가 진단을 내리면 그것은 낙인이 되고 편견이 된다는 것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싸이코패스’란 말을 종종 쓰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본다. 상대방을 정신병자로 몰아버리면 그 행위 자체가 수많은 병자들에게 아픔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과 진단은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해서는 안된다. 편견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해도 자신이 진보라면 ‘정신병’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안된다. 환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진보라면, ‘정신병’ 표현 하지 말아야

    – 최근에 나아졌지만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신과 진료만큼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없다는데, 정신과 진료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편견은 정신과 의사들의 잘못도 있다. 수년 전만 해도 강제 입원이니 인권침해가 많았다. 우리도 그걸 고쳐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정신과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료가 안 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국민의 1%는 정신분열을 앓고 있고 1%는 조울증을 알고 있다. 이 두 병은 폐쇄병동 입원이 필요한 병인데 이에 따르면 약 100만 명이 폐쇄병동을 거쳐간 분들이란 통계가 나온다. 그만큼 이 병들은 굉장히 흔한 질병이다.

    최근에는 인권위도 개입하고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강제 입원에 대한 공포는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외래방문은 누구나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신과 상담은 어찌보면 종교와 비슷하다. 우리 자신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기 본연의 모습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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