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약고 속에 사는 아픔과 고통
        2009년 09월 20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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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총탄과 포탄 속에서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비극의 땅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탱크에 맞서 돌맹이로 무장한 이들은 21세기가 10년이나 지난 현재도 여전히 공포에 저항하며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 저항군을 만드나

    국제분쟁 전문가인 김재명씨가 지난 2000년부터 몇 차례의 취재를 통해 펴낸 신간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김재명, 프로시네스, 18,000원)은 화약고 속에서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담아냈다. 그리고 파괴된 폐허 위에서의 삶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어떻게 ‘저항군’으로 변해가지 조명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란 이유로 60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고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을 무력으로 내쫓은 유대인들과 이를 긍정하는 세계 열강들에 의해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저자는 “유대인들의 믿음은 이해할 수 없는 종교적 집착”이라며 “가나안 땅에서 자행된 모세의 ‘엑소더스’ 이후 결국 유대인들은 또다시 ‘약속의 땅’이란 명분으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21세기 엑소더스를 실현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라진 자신들의 땅을 찾겠다는 주요 명분인 디아스포라 역시 근거가 희박하다”며 “2천 년 전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민족은 지금의 이스라엘 민족이 아닌, 터키계 아쉬케나짐 유대인들이며, 이들은 유대인 디아스포라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민족이란 점에서 거짓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의 거짓 환상 유포

    때문에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저항군’으로 변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워졌다. 팔레스타인 아이들 3명 중 1명이 저항군을 꿈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신에게 물었고, 야신은 “한국도 한때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알고 있다. 그 시절에 일본에 저항했던 독립 운동가를 당신들은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가?”라고 답한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이야 말로, ‘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단순히 중동에서 총소리가 들릴 때, 우리 주유소의 유가가 춤을 추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평화유지군이란 명목의 군대를 파병해야 하는 국제 외교의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문제가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 *

    지은이 김재명

    냉전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도 이념 대립에 몸살을 앓는 한반도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 문제의식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는 동안 해방정국에서 극좌나 극우라는 이념적 편향에 치우치지 않고 민족분단을 막으려 했던 중간파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한국현대사의 비극, 중간파의 이상과 좌절』(선인, 2003년)이라는 책으로 빛을 보았다.

    한반도 분단극복에 대한 관심은 국제분쟁에 대한 관심으로 넓혀졌고, 마흔을 넘어 국제정치학이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신문사를 그만 두고 미국으로 떠나 뉴욕시립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이어 귀국 뒤 국민대학교에서 「정의의 전쟁이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의 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 성공회대학교(겸임교수)와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울러 지난 10여 년 동안 국제분쟁전문가로 지구촌 여러 분쟁지역을 찾아다녔다.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보스니아와 코소보), 중동지역(이스라엘·팔레스타인·레바논·시리아·요르단), 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카슈미르·동티모르·캄보디아·베트남·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쿠바·볼리비아·페루 등지의 유혈분쟁을 취재 보도해왔다.

    분쟁지역 취재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지형, 2005년)을 냈고, 지난 전쟁들의 원인과 결과를 헤아려보자는 뜻에서 『20세기 전쟁영화가 남긴 메시지』(프로네시스, 2006년), 『석유, 욕망의 샘』(프로네시스, 2007년)을 냈다.

    저자는 지난 2000년부터 거듭된 중동 현지취재를 통해, 유혈분쟁으로 몸과 마음을 다친 어린이들과 여인들, 집과 농토를 잃은 난민들, 중동평화의 암초로 꼽히는 유대인 정착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군사 지도자와 지식인들을 비롯해 분쟁의 한가운데 놓인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을 글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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