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청문회', 정국 뇌관 되나
        2009년 09월 21일 10: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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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21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이날  아침신문들은 ‘세종시’ 문제가 이번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까지 다수 신문들은 표현했다.

    한국일보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생각은 ‘원안'(9부2처2청 이전) 추진과 이전 규모를 축소한 수정안 추진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밑받침하는 결과다. 주요 신문들의 입장도 ‘균형발전’이란 당초 추진 취지를 옹호하는 쪽(경향신문)과 ‘행정 비효율’이란 정 후보자의 발언을 거드는 쪽(조선일보)으로 갈렸다.

    다음은 21일자 주요 아침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10명 중 4명만 ‘정규직’/ 4년제 대졸 취업 최악>
    국민일보 <외국인 범죄 급증, 폭력·광역화/ 돈벌러 왔다가 범죄의 길로…>
    동아일보 <‘세종시 청문회’/ 정국 뇌관으로>
    서울신문 <대졸 정규직 취업 최악>
    세계일보 <"내 일자리 어디…취업 걱정에 한숨만">
    조선일보 <"빚 갚지 마세요" 부추기는 사회>
    중앙일보 <수능 1~2등급 받은 비율/ 광주, 부산 연제구가 1위>
    한겨레 <"명백한 위법 눈감고 임명할텐가">
    한국일보 <세종시 이전 부처 규모/ 원안 vs 수정안 ‘반뼘차’>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쟁이 격화되면서 세종시 건설 문제가 정국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 <세종시(市), 정국 판도 뒤흔드나>에서 "결과에 따라 여야의 지지 기반이 변화될 수 있고, 또 자칫 여권 내부 분화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도 직결되는 만만치 않은 폭발력까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민일보 9월21일자 1면.  
     

    신문은 "세종시 문제가 조기에 결론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여야 간 대치를 촉발할 개연성이 크다. 미디어법에 이어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과 세종시를 반대하는 수도권 민심이 격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특히 여권 내에서 원안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내분에 휩싸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내정 직후 세종시 원안 추진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에 기름을 부은 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도 "행정 비효율 문제가 있다"고 거듭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정 후보자의 이런 입장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즉각 강력 반발하고 나서 벌써 여야 간 충돌 양상이다. 민주당은 세종시에 대한 정 후보자 입장을 인준 찬반을 결정하는 데 연계시키기로 했고, 선진당은 21일부터 이틀간 충청권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여기에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은 20일 성명을 내고 "세종시 문제는 효율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이란 가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알맹이를 뺀 채 대폭 수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도 충청민과의 약속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원안대로 세종시 문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권 주류 세력은 원안대로의 추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정 후보자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발언 수위는 조절하겠지만 정면 대응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4면 머리기사 <‘소신 vs 소란’ 피해갈 수 없는 세종시 일전(一戰)>에서다. 이 신문은 "정 후보자가 언급한 세종시 사업의 비효율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권 핵심부에서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충청권의 민심을 고려하고 이명박 정부 집권 2기의 안정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문제 제기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정 후보자가 세종시 원안 수정의 총대를 메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여권 안팎에선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돈다고도 전했다. 일각에서는 세종시로 옮기는 정부 부처의 대상을 가급적 최소화하는 대신 충청권이 만족할 만한 다른 보상책을 제시해 세종시의 성격을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더불어 교육과학기술부 정도만 이전하고 세종시를 교육과 과학기술 중심의 도시로 만드는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일보 9월21일자 1면.  
     

    세종시에 이전할 정부 부처 규모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원안'(9부2처2청 이전) 추진과 이전 규모를 축소한 수정안 추진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추진 발언 등으로 확산돼온 세종시 논란이 쉽게 가라 않지 않을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8·19일 이틀 동안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38.5%였다. ‘원안보다 규모를 축소해 2~5개 가량 부처 이전’은 19.3%, ‘중앙부처를 제외한 일부 산하기관만 이전’은 18.5%의 지지를 얻었다. 두 가지 수정안을 지지하는 의견은 총 37.8%로 집계돼 원안과 수정안 추진 의견의 비중은 비슷했다.

    세종시 성격에 대해서는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선호하는 의견이 39.7%로 가장 많았으나, 의료·교육·과학도시(26.5%) 또는 기업도시(21.6%)를 선호하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 경향신문 9월21일자 사설.  
     

    세종시 원안 추진 문제와 관련해선 신문들의 입장도 엇갈렸다. 경향신문은 일단 정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 신문은 사설 <정운찬 청문회에서 밝혀야 할 것들>에서 "세종시는 당초 국토균형개발의 관점에서 출발했다. 세종시 탄생 배경을 빼고 비효율성만 거론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정 후보자가 국토균형개발과 효율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자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9월21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정 후보자의 의견에 동조하지만 충청권의 반발을 무마할 대안이 정부 차원에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조선일보 사설 <"세종시 원안 추진 문제 있다"는 정 총리후보 발언에 대해>의 일부다.

    "중앙 정부 부처가 서울과 대전(유성), 세종시 3곳으로 쪼개져 있는 데 따른 불편과 비효율은 국민의 짐으로 돌아간다. 세종시는 당초 50만명 거주도시로 계획됐으나 실제 인구는 근무처가 바뀐 공무원 1만여명에 플러스 알파가 더해지는 정도라고 한다. 공무원들도 가족은 서울에 두고 혼자 옮기거나 고속철을 이용해 통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세종시가 밤에는 불이 꺼진 캄캄한 도시가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눈에 분명한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을 경우 2명의 대통령과 정치권이 거듭거듭 약속한 것을 뒤집는 데 따른 충청권의 배신감과 반발은 불 보듯 하다. 충청권은 자존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원안 건설 외의 다른 대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마당에 뒷전에만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전면에 나서서 충청권도 받아들일 수 있고, 나라 전체에도 도움이 되도록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세종시 문제의 씨를 뿌린 민주당은 현재의 혼란에 대해 오늘과 내일의 국민 앞에서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정직해져야 한다."

       
      ▲ 국민일보 9월21일자 3면.  
     

    세종시 관련 발언과 별개로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은 한두 개가 아니다. 다음은 국민일보 3면 통단 머리기사 <‘의혹의 여섯고개’ 무사히 넘을까>의 일부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0일 큼지막한 패널을 하나 들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원내대표실에 나타났다. 패널에는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 불법 의혹 사항’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를 토대로 21일부터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갖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패널에는 정 후보자가 위장 전입, 병역 기피, 다운 계약서, 탈세, 논문 실적, 기타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6개 칸에 검정색 원이 그려져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과거 정부에서는 4∼5개 해당된다면 낙마했다’며 ‘정 후보자는 가장 많은 의혹 사항에 해당돼 별이 6개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붙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 후보자뿐만 아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고위 공직 후보자의 위법 등 도덕성 기준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인식 수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과거의 관행’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위법 의혹이 무더기로 제기되는데도 청와대가 눈감을 태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9월21일자 1면.  
     

    이 신문에 따르면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 민일영 대법관,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 등은 국회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세금 탈루 의혹 등을 지적받았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직 청문회를 열지 않았으나 역시 본인 또는 배우자의 위장전입, 자녀에 대한 재산 편법증여,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신문은 "이번 인사청문 대상자들은 위장전입을 기본으로 포함해 3~5건의 불법·비리 의혹을 안고 있다. 8명의 후보자 가운데 도덕성 의혹이 없는 사람은 김태영 국방장관 후보자뿐"이라며 "이에 따라 보수진영 인사들 사이에서도 청와대가 후보자들의 명백한 위법 의혹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도덕적 기준이 과거에 비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면서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과)의 제언을 인용했다. 강 교수는 ""’장관이 되려면 위장전입은 필수’란 말처럼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이 불신과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위 공직자의 엄정한 자기 관리와 함께 청와대 등 인사권자의 엄정하고 일관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5면 머리기사 <사회합의 무너뜨리는 여권 ‘이중잣대’>에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의혹들에 대해 ‘이중잣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거 유사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후보자가 낙마·사퇴한 데 비해 이번에는 "문제가 없다"고 무사통과되고, 임명되는 데 따른 것"이라며 "인사 청문회가 도입되면서 지금까지 형성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9월21일자 사설.  
     

    언론은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를 특히 문제 삼았다. 국민일보는 사설 <인사청문회 대충 넘기자는 속셈인가>에서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재개발·재건축 예상 지역의 아파트·다세대주택 등을 사들여 쏠쏠하게 시세 차익을 남겼다"며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해’ 농촌 부동산을 사두었거나, 암 판정이 오진으로 밝혀진 것을 기념해 남편으로부터 오피스텔을 선물 받았다가 낙마한 공직 후보자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신문은 "백 후보자의 경우 위장 전입은 하지 않았다지만 전형적인 도시형 부동산 투기를 반복했다. 이를 합리적인 재테크니 생활의 지혜라고 변호한다면 참으로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계속 재테크에 몰두할 일이지 공직에는 왜 욕심을 내는가"라고 거듭 질타했다. 동아일보도 <‘부동산 투기의 달인’ 같은 백희영 후보자>란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 한겨레 9월21일자 13면.  
     

    일본에서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서 자민당 시절 계속돼온 권력의 방송통제 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13면 기사 <일 민주당, 정권 방송통제 없앤다>에서다. 신문은 20일자 요미우리신문을 인용, "하토야마 정권은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 등을 소관하는 독립행정기구인 ‘통신·방송위원회’를 설치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부처인 총무성이 방송통신에 관한 인허가 및 감독권한 업무를 사실상 장악함으로써, 국가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기관인 방송사를 국가가 감독하는 현행 제도의 모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고 부연했다.

    신문은 "자민당 정권은 신문사에 방송진출을 허용함으로써 교묘하게 언론길들이기를 시도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초부터 방송법에 신문의 방송진출 규제가 없었던 일본에서는 1957년 다나카 가쿠에이 당시 우정상이 신문사에게 텔레비전 방송사업을 허가해주면서 우후죽순 신문-텔레비전 방송의 겸영이 생겨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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