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외면, 임진강 발빠르게, 북한인권위?
    By mywank
        2009년 09월 17일 0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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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강 사태’에 유감을 표명한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논평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문제에 대해 인권위가 입장을 내도록 종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에 현 위원장이 부응한 첫 번째 사례여서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용산참사 등 국내의 인권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임진강 수해 문제에 대해 논평을 발표한 것은 부적절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현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임진강 논평…본색 드러낸 현병철

    그동안 ‘무색무취’라는 지적을 받아온 현병철 위원장은 지난 8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밝히고, 국보법 유죄판결을 내린 김옥신 변호사를 사무총장에 내정하는 등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왼쪽)과 용산참사 유족 유영숙 씨 (사진=손기영 기자) 

    현병철 위원장은 16일 논평을 통해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건에 대한 해명이 없는 가운데, 또 다시 이번 참사를 일으킨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북한 당국은 생명권이야말로 최우선으로 존중돼야 할 인류 보편의 기본 준칙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평을 두고, 인권위의 본래 업무영역을 벗어났는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위법에는 조사 대상을 ‘국가기관, 지자체 또는 구금 보호 시설의 업무 수행과 관련해, 인권을 침해당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법리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권고가 아닌 논평이라는 방식으로 북한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배여진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활동가는 “북한이 고의적으로 ‘무단 방류’를 했다는 사실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위가 너무 성급하게 입장을 밝힌 것 같다”며 “정권에 대한 과잉충성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감스럽지 않은 용산참사?

    논평이 발표된 직후, 인터넷 공간에서도 현병철 위원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따끔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용산참사 해결 삼보일배 및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무더기 연행되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되고 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인권위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두두’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은 아고라에 남긴 글에서 “인권위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임진강 사태를 발언하기 전에 용산참사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은 것 같다”며 “용산참사가 발생 된지 벌써 8개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용산에서는 고령의 문정현 신부가 철거용역들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고 있다. 도대체 인권위는 뭘 하고 있느냐”며 “우리사회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발언을 하지 못하면서, 북한문제와 관련된 발언을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라고 비판했다.

    용산참사기독교대책위 최헌국 목사는 “현병철 씨가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삼보일배, 1인 시위 등의 과정에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됐지만, 이에 대해 인권위원장은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며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에 강경한 목소리 낼 수도

    이번 ‘임진강 사태’ 논평은 지난 14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채택된 뒤 의결되었으며, 앞서 현병철 위원장은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최루액 사용을 용인하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해, 인권단체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공안판사’ 출신의 김옥신 변호사가 인권위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국보법 존치’ 소신을 밝힌 현병철 위원장과 ‘러닝메이트’를 이룰 경우, 향후 인권위가 북한문제에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권위는 오는 18일 다시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김 내정자의 제청 문제를 결론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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