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에 버려진 담배꽁초 누가 치울까?
    2009년 09월 17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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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반장인 홍승렬 반장(53)의 목소리가 커졌다. 20미터 전방에서 연신 빗자루로 중앙분리대에 쌓인 담배꽁초를 청소하던 3~4명은 차량 소음으로 인해 전혀 알아듣질 못한다. 손짓 발짓으로 겨우 의사소통이 통했다.

작업하다가 갑자기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막기 위해 뒤편에 ‘라마콘’이라는 원뿔 모양의 차선 변경 안내판을 미리 깔아야 한다.

이들은 남부도로사업소 소속의 서울 상용직 노동자들이다. 주요 업무는 서울 남부 지역의 금천, 관악, 영등포, 동작, 서초구 등 5개 구의 도로를 관리, 보수하는 일이다.

남부순환도로 신림 구간의 중앙선 근처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정체구간에는 담배꽁초가 더 많다고 했다. 언뜻 보기에도 수천 개가 널려져 있다. 서울시에서 새로 내려온 작업 도구라며 대형 청소기를 차에서 내려와 가동을 해 봤지만 효과가 없다

   
  ▲ 남부순환로 중앙선에 쌓인 담배꽁초. 정체구간에는 더 많다고 한다 (사진=윤춘호)

   
  ▲ 사진=윤춘호

"이렇다니까요. 이거 시에서 내려 보내서 쓰는데 아무 소용이 없어요. 담배꽁초를 못 빨아요. 괜히 무겁고 힘만 들지. 또 안 쓰면 위에서 머라고 하니까 안 쓸 수도 없고… 골치 아파요."

결국 빗자루로 일일이 담배꽁초를 담아 치워야 했다.

몇 백미터를 가다 보니 중앙분리대가 망가져 있다. 사고가 나면서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침범해 부서진 것. 상용직 노동자들이 빠르게 움직여 부서진 것을 차에 싣고 새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중앙분리대가 망가질 경우에는 바로 고쳐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2차, 3차사고를 유발할 수 있거든요" 홍 반장의 말이다.

이어지는 청소와 보수 작업을 하며 이동 중에 홍 반장이 손을 머리위로 크게 흔들며 외친다. "아스콘!. 아스콘!"

도로 한 복판에 ‘소파’가 생겼기 때문이다. ‘소파’는 아스팔트 도로위에 난 작은 구멍. 이를 방치할 경우 오토바이는 쉽게 넘어져 대형사고를 유발한다. 차량도 파손될 수 있고 작은 구멍이 더욱 커지기도 한다.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보수작업이 아스콘(아스팔트)으로 ‘소파’를 메우는 일이다.

   
  ▲ 중앙 분리대가 차량 사고로 인해 부숴졌다. 바로 수리하지 않은면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온다 (사진=윤춘호)

   
  ▲ ‘아스콘’ 작업은 자체 열만 150도가 넘는다. 여름의 경우에는 200도 가까이 올라간다. 그 위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게 되면 ‘빤스’까지 땀으로 다 젖는다고 했다 (사진=윤춘호)

상용직 노동자가 어깨에 시멘트 포대 같이 생긴 ‘아스콘’ 포대를 메고와 능숙한 솜씨로 소파를 메우고 그 위에 모래를 뿌렸다. 응급조치가 끝난 셈이다. ‘소파’가 많아진 도로의 경우 아예 도로 위에 새로 ‘아스콘’을 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일마저도 불안하다. 서울시가 서울 상용직의 업무를 외주업체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제가 20년 넘게 도로사업소에서 일했는데 처음에는 5개조였어요. 한 조도 13~14명 일했구요. 그런데 지금은 3개조에 한 개조가 5명이에요. 이러니까 사고 위험도 더 커졌죠. 원래는 양 쪽에 차량 신호 하는 사람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안되니까 차들이 막 밀고 들어오기도 한다니까요"

위험상황은 더욱 많아졌는데 사람이 없어서 안전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3년 전부터는 아예 상용직 채용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도심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도로에 물청소 작업을 지시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난 일에 비해 턱없이 줄어드는 인력이다. 게다가 상용직은 나날이 줄이고 업무 자체를 외주로 돌리려 하니 도로의 공공적 성격에 맞는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그들은 투명인간처럼 묵묵히 자기일을 하고 있다

"머 있겠어요. 사람 좀 더 뽑아달라는 거고, 돈에만 눈이 뻘건 ‘업자’들에게 일을 줄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상용직들이 일을 더 많이 해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다니면 가장 좋죠."

서울의 도로 위에서 20년간 일했다는 홍반장의 소박한 소망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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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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