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이 얼마나 많길래, 내 땅인지 몰랐다?
    By 나난
        2009년 09월 17일 10: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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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 측이 재산등록 미신고 부분과 관련해 "미처 알지 못했을 뿐 추후에 신고했음에 누락이 아니"라고 답한 가운데 노동계가 "공직사회의 도덕불감증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이라며 "기억도 못할 정도의 재산을 보유한 분이 경제위기에 피폐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난 16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에 의해 밝혀진 재산 미신고와 관련해 임태희 후보자 측이 “재산신고를 누락하지 않았다”며 “65년 작고한 할아버지가 남긴 땅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2006년 1월 한국토지공사의 토지 수용시 알게 됐으며, 이 땅은 바로 수용 처분된 만큼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임 후보자 측은 17일 <연합뉴스>를 통해 부친의 낙생농협 출자지분 승계에 대해서는 “낙생농협과 관련한 돈은 102만5천원으로, 2009년 2월 재산신고에 이미 반영했다”고 밝혔고, 회원권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회비를 낸 것으로, 이를 미처 회원권으로 인식하지 못해 누락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태희 장관 후보 "모르던 재산들"

    이에 한 중소 벤처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A씨는 "노동자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노동부 장관임에도 임태희 후보가 얼마나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비정규직은 ‘언제 잘리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희망없이 살아가고 있다. 재산의 많고 적음의 문제를 떠나 도덕불감증에 걸린 분이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유흥희 조합원은 “최소한 장관이 되려면 자신의 재산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임 내정자 스스로도 재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를 감추고 핑계를 대려고 하는 것 같다. 임 내정자가 마을버스 요금이라도 제대로 아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인천 남동공단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B씨는 "재산이 얼마나 많으면 회원권 같은 건 재산으로도 취급하지 않겠느냐"면서 "노동부 장관 임명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누락재산 자진신고라니, 시장에서 50원, 100원 더 줘도 심장 떨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는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런 사람이 노동부 장관이 된다는 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된 노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노동 관련 경험 없어"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3선 의원으로 정책위 의장까지 지낸 인물이지만 단 한 차례의 환경노동위원회 활동경험도 없는 등 노동문제에 대해선 비전문가로 분류된다"며 "여기에 재산신고 누락까지 도덕불감증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 측에 따르면 임태희 후보는 의원 시절 공직자 재산등록을 하면서 경기도 판교일대의 땅 약 270㎡과 농협 출자지분 880여 만 원을 지금까지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해 왔다. 또 두 딸이 2004년과 2005년부터 780만 원과 624만 원짜리 헬스클럽 회원권을 보유했지만 지금까지 재산신고에서 누락해오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의 재산신고 누락은 모든 재산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도 해당된다.

    이에 홍희덕 의원은 "공직자윤리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등록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며 "만약 이같은 재산신고 누락이 고의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법위반사실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태희 후보자가 왜 명백한 재산들을 신고에서 누락시켰는지 청문회에서 그 이유를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후보의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감정싸움으로 결국 무산됐다. 16일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에 앞서 지난 6월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며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낸 것과 관련해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추미애 위원장의 독단적인 상임위 운영부터 막아야 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7일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것과 관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를 거부한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겨냥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신성한 국회를 모독하는 처사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노위 여야 간사들은 오늘 오전 청문회 개최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지만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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