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사이 공항에 웬 기무사 요원?
    By mywank
        2009년 09월 16일 03: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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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재일동포 책보내기 사업’ 관련자들에 이어, 이번에는 ‘다시 광화문에서’라는 노래로 알려져 있는 민중노래패 ‘우리나라’가 사찰 대상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대표 강상구씨는 16일 오전 11시 민주넷 주최로 한국진보연대 회의실에서 열린 ‘기무사 불법사찰 폭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강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8월 29일 고베조선고급학교 창립 60돌 기념 자선콘서트를 위해, 우리나라 팀원들이 간사이공항을 찾았을 때 생긴 일.

       
      ▲인권단체연석회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8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민주넷은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노래패 ‘우리나라’에 대한 기무사의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당시 팀원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던 40대 중반의 남성인 A씨를 발견했고, 일본인처럼 행동하지만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팀원들이 계속 추궁하자, A씨는 “기무사에서 나왔고, 시키는 대로만 했다”며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도 했다.

    공항서 몰래 촬영, 배낭엔 기밀서류

    팀원들은 A씨가 메고 있던 배낭에서 △‘우리나라’ 일본 체류일정과 현지 채증 및 동향파악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서류 △출연진, 스탭 인적사항 △‘우리나라’ 대표 강상구 씨의 사진 사본 △‘우리나라’ 팀원들의 소개 글 △공연장 지도 및 객석 도표 △간사이공항 출국지도 등이 담긴 서류를 발견했으며, 여기에는 보안등급인 ‘3급 기밀’이 명시돼 있기도 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일본 경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으며, 경찰의 안내에 따라 팀원들은 압수했던 카메라와 서류일체를 다시 A씨에게 돌려주웠다. 이어 일부 팀원들과 A씨는 공항경찰서에서 각각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은 ‘일본법에 근거했을 때 A씨의 신원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밝힌 뒤, 이들을 돌려보냈다.

       
      ▲’우리나라’의  강상구씨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강상구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기관이 해외에 나와 문화예술단체의 활동까지 사찰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일을 했는지 기무사가 소상히 밝혔으면 좋겠고, 충분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상구씨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공연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접촉한 재일동포들이 북한국적자일 가능성이 있어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을 했으며, 이에 대해 통일부는 수리통보를 내리는 등 당시 공연을 진행하는 데 절차적인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창립되었으며, 평화 인권 통일 노동문제 등을 주제로 대중적인 음악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중노래패다.

    이들은 시민들의 모금으로 재일동포 순회공연 및 일본 내 민족학교 학생들을 위한 공연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수여하는 ‘제16회 민족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현재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할 수 있는 범위는 국군 초병을 다치게 하거나 간첩 혐의 혹은 군사기밀법을 위반하는 등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 경우에만 한정시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기무사측의 명확한 해명과 재발 방지 등을 촉구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지금 표현의 자유가 정부와 국정원에 의해서 충분히 억압을 당하는 상황에서, 국군 기무사까지 나서서 ‘불법사찰’을 벌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며 “이는 또 다시 ‘간첩단 조작사건’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간첩단 사건 만들기 위한 것?"

    그는 이어 “기무사의 사찰 대상자들을 분석해보면, 일본의 민족학교와 관련이 있다”며 “재일동포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내는 일을 진행하면서, 기무사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한 분들도 민족학교와 관련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당시 A씨가 ‘기무사 요원’이라고 신분을 밝혔고 수사를 지시하는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미루어 보아, 이 사람을 단순히 민간인으로 볼 수 없다”며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의 연장선에 벌어진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자회견장에서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그는 이어 “이 사람이 소지하고 있던 문서들이 위조된 것인지,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인지, 어떠한 법률적인 절차에 의해 사찰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 기무사가 명확히 해명하지 않으면 국보법 수사 남용에 해당되는 심각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문화예술단체의 공연활동에 까지 군정보기관의 일상적 감시대상이 돼 불법사찰이 이뤄진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기무사의 불법사찰에 대한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 그리고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무사, ‘불법사찰’ 의혹 부인

    한편 기무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 시작 직전 진보연대에 팩스를 보내 “기무사는 ‘우리나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불법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2009년 8월 29일 전후에 어떠한 기무사 요원도 수사 활동을 위해 일본에 체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기무사는 이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만약 귀하가 기자회견을 통해 계획된 불법사찰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강행할 시에는 기무사 및 부대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므로, 향후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통해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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