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재정 삼총사, 모두 모여라"
    MB, 국가자산 정권 사적 재산처럼
        2009년 09월 15일 09: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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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국가재정을 구성하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비교하며 살펴보자.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2009년 현재 중앙정부에는 일반회계 1개, 특별회계 18개, 기금 63개가 있다. 올해 정부총지출 302조원이 총 92개의 금고에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일반회계, "난 맏형이야"

    일반회계는 중앙정부의 일반적 지출을 담당하는 국가재정의 맏형이다. 재원은 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 수입으로 마련되지만 일부는 공기업 매각과 같은 세외수입으로 조성된다.

    작년에 이명박 정부는 임기 중에 조세부담율을 낮추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마련했다. 2008년 조세부담율 22.2%를 2012년에 20.8%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총 90조원에 달하는 과감한 부자감세가 이루어졌다.

    감세로 인한 국가재정 결손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지출을 줄여가겠지만 그래도 부족한 몫은 세외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작년 초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수립한 이유 중 하나이다. 총 60조원의 매각대금을 확보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최근에는 국유지까지 대거 팔기 위해 관련법인 국유재산법마저 손보고 있다. 정부도 재정 적자가 심상치 않다고 인정하는 것 같은데, 국가자산을 정권의 사적 재산으로 여기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건 모르고 있다.
    일반회계에서 다루어지는 쟁점은 수입에선 ‘얼마를 걷고(조세부담율), 어떻게 거두냐(직접세/간접세)’, 지출에선 ‘어디에 쓰이고(지출구조), 어떻게 관리되느냐(예산관리)’에 있다.

    우리나라는 수입에선 조세부담율이 낮고 직접세 수입이 작으며, 지출에선 사회복지가 취약하고 ‘눈 먼 돈’으로 불릴만큼 예산관리가 부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지난 이명박 정부 1년 반은 어땠을까? 수입에선 조세부담율이 더 낮아지고,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도 인하되었다. 지출에서도 사회복지는 내년에 정체될 예정이고, 4대강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다. 나라의 재정이 거꾸로 가고 있다.

    특별회계, "내 돈엔 꼬리표 달렸다"

    일반회계에는 돈에 꼬리표가 없다. 세입은 납세자의 능력(직접세)이나 소비(간접세)에 따라 부과되고 세출은 재원의 출처와 무관하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특별회계은 특정한 지출을 목적으로 하는 예산이다. 정부가 특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돈에 꼬리표를 달아놓은 것이다. 그만큼 정책적, 정치적으로 따로 관리해야할 사업의 경우 특별회계가 설정된다.

    예를 들어, 농어촌지역의 구조개선을 위해서 농림수산식품부에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교통시설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토해양부에 교통시설특별회계, 주한미국 기지 이전에 따른 주변지역 지원을 위해 국방부에 주한미국기지이전특별회계 등이 설치돼 있다.

    특별회계 수입원은 다양한데, 가장 중심을 이루는 것이 일반회계 전입금이다. 특별회계가 일반회계 사업을 위임받은 것이기에 재정이 지원되는 것이다.

    독자적인 목적세 수입을 가진 특별회계도 있다. 예를 들어,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는 농어촌특별세, 교통시설특별회계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재원을 마련한다. 일부 특별회계는 사업과정에서 수입(수수료, 부담금)을 얻기도 한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는 개발제한구역 훼손부담금을 거두어 재원을 보존한다.  

       
      

    기업특별회계, "진보운동이 주목해야될 것"  

    특별회계 중 진보운동이 눈여겨보아야할 것이 기업특별회계이다. 전체 특별회계 18개 중 5개에 달하는 기업특별회계는 조달특별회계(조달청), 우체금예금특별회계(우정사업본부) 등 ‘기업형태’ 정부사업에 설치된다.

    해당기관은 기업특별회계를 통해 예산재량권을 부여받는 대신 재정자립을 달성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시장기업처럼 운영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기업특별회계 중 특히 주목해야할 것이 책임운영기관특별회계이다. 정부는 일부 공공기관을 사실상 기업으로 간주해 ‘기업형’ 책임운영기관으로 명명하고, 이 조직에 재정자율성이라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현재 국립중앙극장, 운전면허시험관리단, 국립의료원, 경찰병원,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등 15개부처 총 39개 공공기관이 여기에 속한다.

    책임운영기관특별회계가 초래하는 결과는 무엇일까?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가예산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겠지만, 공공기관이 제공해야 할 본연의 공공서비스는 훼손돼야 한다. 결국 책임운영기관특별회계는 공공부문 상업화의 주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기관들이 ‘법인화’라는 이름으로 더욱 상업적 운영을 강요당하고 있다. 의료기관(국립의료원), 문화예술기관(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극장) 등 곳곳에서 법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법인화되면 재정자립 의무가 한층 가중되기에 공공서비스는 수익성에 구속되고, 노동자의 고용조건도 불안정해질 것이다. 해당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누려야할 시민들과는 문제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금, "성격 다른 막내 동생"

    기금은 예산에 속하는 일반회계, 특별회계에 비해 다소 성격이 다른 막내 동생이다. 기금 역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자금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특별회계와 유사하지만 수입구조, 지출구조, 지배구조 등에서 일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기금 역시 수입은 정부출연금에 일부 의존하지만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세외 재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성기금은 자체 보험료, 국민건강증진기금은 담배부담금, 국민주택기금은 국민주택채권이라는 핵심 수입원을 가지고 있다.

    기금은 국회 통제를 엄격히 받아야 하는 예산(일반회계, 특별회계)와 비교해 운용에서도 재량권을 다소 가지고 있다. 현재 신용보증기금, 수출보증기금 등 금융성기금은 기금운용금액 중 30%, 국민주택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일반기금은 20% 이내에서 국회 심의 없이 지출을 변경할 수 있다. 기금들은 예산과 달리 경제 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예를 들어, 국민주택기금은 주택시장, 고용보험기금은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신용보험기금, 수출보험기금 등 금융성기금은 금융시장 변화를 감안해 운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은 지배구조에서도 다른 점을 지닌다. 앞의 글에서 지적했듯이, 기금은 자신의 특성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에는 가입자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강력해지면, 행정부가 사실상 관장하고 있는 방송발전기금, 여성발전기금 등에도 사회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확충특별회계 설치하자

    아래 <표>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비교 정리한 것이다. 특별회계와 기금은 설치사유가 따로 있고 수입과 지출도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회계와 구분된다. 특히 기금은 조세가 아닌 자체 재원조달방식을 가지고 있고 기금운용에서도 일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진보적 입장에서 일반회계를 강화해야 하는가? 특별회계나 기금을 확대하는 것이 좋은가?

    보통 재정학자들은 재정수단들이 각각 칸막이식으로 운용되면 재정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돈에 꼬리표가 없는 일반회계를 강조한다. 반면 정부 부처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특별회계나 기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각 재정수단마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원론적 답을 정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정부부처의 관료성을 감안할 때 상시적 사업이라면 재정관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일반회계에 편입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운동은 특별회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복지관련 특별회계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총지출 중 사회복지 비중이 GDP의 약 9%로 OECD 평균 21%에 턱없이 못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일반회계 방식으로는 획기적인 복지지출 확대가 어렵다. 올해와 같이 일반 세입이 감소하거나 재정적자가 커질 경우 그나마 취약한 복지조차도 삭감될 수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OECD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집중적으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복지확충특별회계’(가칭) 설치를 추진하자. 이 특별회계는 사회복지세, 복지전입금 등 목적성 재원을 토대로 사회복지 핵심 사업(예: 기초노령연금, 공공보육/요양, 기본소득 등)을 맡을 것이다(사회복지목적세, 복지확충특별회계, 사회임금과 기본소득, 복지국가전략 등은 연재 후반부에서 따로 다루어질 것이다).

    진보운동, 국가재정의 축소·상업화에 주목해야

    지금까지 국가재정을 들여다 보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국가재정 삼총사인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살펴보았다. 다소 형식적 내용이라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다음 논의를 위한 경로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마무리에 덧붙여, 진보운동이 국가재정을 보는 시야를 공기업부문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이 국가재정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국가재정 역할을 대체하고 있고, 근래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비용 22조원 중 약 8조원을 부담하고, 철도공사가 인천공항철도 인수에 약 1조원을 조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던 수자원관리, 선로건설이 공기업 사업으로 넘겨지는 것이다.

    국가재정 사업이 공기업 사업으로 전환되면 사업의 성격도 바뀔 수 밖에 없다. 국가재정은 원금 상환을 염두에 두지 않는 순수지출이지만, 공기업 사업은 공사채 원리금을 값아야 하는 투자활동이다. 그만큼 국가재정의 공적 역할은 축소되고, 공공서비스가 상업화되는 것이다.

    책임운영기관화, 법인화, 공기업 사업 전환 등은 모두 공공부문에서 일어나는 상업화의 형태들이다. 이는 국가재정 집안에 삼형제가 여전히 살고 있으나 가계가 쪼그라지는 것과 같다. 삼형제도 잘 알아야겠지만, 무엇보다 가계가 번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엔 ‘국가재정 기본수치 한 눈에 보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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