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등도 우울 71%, 국가 불신 99%
    By 나난
        2009년 09월 14일 11: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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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에 참여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보이는 이가 71.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11일 파업기간 중 실시한 1차 조사에 비해 16.2%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한 장기간의 파업과 회사의 노사 대타협 불이행은 이들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을 초래했다. 응답자의 98%와 98.8%가 회사와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악화되었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점은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 대한 신뢰도 역시 78.7%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채무 증가 82%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지난달 27일 파업에 참여한 쌍용차 노동자 257명을 대상으로 2차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응답자 전원은 파업에 참여했으며, 이 중 마지막까지 공장점거농성을 벌인 이는 85.7%다. 정리해고 대상자는 97.1%로, 응답자의 대부분이 정리해고 되거나 대기 발령자며, 현장에 복귀한 규모는 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가 정리해고자인 응답자의 88.8%가 경제적으로 채무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규모는 5,027만원 정도로, 81.9%가 “파업기간 노동 채무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늘어난 빚의 규모는 평균 1,400만원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인 186명 중 102명이 빚이 있으며, 이 중 84명은 고도우울증을 보였다.

    또한 우울증 설문 조사 결과,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71.1%로, 이는 노조 상근자 23%, 해직자 공무원 28%, 미군사격장 주변 주민 26.5% 보다 3배 이상 높다.

       
      ▲ 파업 참여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다른 노동자들보다 6~7배 높게 나타났다.(자료=노동환경건강연구소)
       
      ▲ 쌍용차 노동자들은 우울증 증상이 높은 사격장 지역 주민(26.5%)과 노조 상근자(23%)보다 훨씬 높은 71.1%를 기록했다.(자료=노동환경건강연구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은 42.8%로 나타났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율이 높다고 알려진 서비스 노동자와 인명사고를 자주 경험하는 열차의 기관사보다 6~7배 높은 수치이다.

    금속노조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및 고도 우울증은 자연재해가 아닌 공권력이 잉태하고 키운 사회적 질병”이라며 “상당수 노동자들이 수면장애, 대인기피, 불안증상, 그리고 반복적 악몽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점거파업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업 당시 체결된 ‘노사합의 사항이 지켜질지’ 여부를 묻는 설문에는 93.2%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며 90.6%가 그로 인해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달 4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교섭 파행상태에 놓여 있다.

    "공권력이 키운 사회적 질병"

    또한 장기화된 파업은 이웃과의 관계를 악화(84.1%)시켰으며, 회사로부터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어 노노갈등을 보인 노동자들은 파업 이후 동료와의 관계에서 81.4%가 “파업 전과 비교해 관계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이어 응답자의 50.2%가 파업기간 중 회사로부터 회유나 협박을 받았으며, 회유의 내용은 ‘가족을 통한 회유와 명예퇴직, 희망퇴직’이 주를 이뤘으며, 협박은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및 구속, 공권력 투입이 대부분이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파업종료 후 경찰조사를 받은 노동자는 31.4%였고, 평균 2회 정도 조사를 받았다. 조사 내용은 ‘진술을 잘하면 회사에 불이익을 안 받게 해주겠다’는 회유에서부터 ‘구속시킬 것이다’ 등의 협박 등이다.

    금속노조는 “쌍용자동차 파업투쟁에 참여한 노동자의 정신건강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며 “심리적 안정과 지지를 할 수 있는 의학적인 조치들이 시급히 시행되어야 하며, 채무 탕감을 위한 경제적 지원 역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성실하고 진실 된 접근과 배려가 필요하며, 노사의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노노갈등으로 나타난 동료와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동건강연대는 지난 5일부터 파업에 참여한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권용식 전문위원은 “웃음치료, 마술치료 등 심리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도의 우울증을 보이는 이들에 대해서는 정신과 진료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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