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놓친 금메달
    2009년 09월 10일 09:47 오전

Print Friendly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세계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은메달을 땄습니다. 대학생 장학금은 뒤에서 동메달입니다. 파리 현지시간으로 8일 오전 11시에 발표된 <2009 OECD 교육지표> 결과입니다.

그 외에도 메달 획득은 이어집니다. 고등교육의 공교육비에서 정부부담율은 뒤에서 은메달입니다. 민간부담율은 제대로 된 은메달입니다. 정부와 대학 입장에서는 최적입니다. 재정지원은 적게 하면서, 등록금 수입은 많고, 장학금 지원은 적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최악입니다.

국공립대 등록금, 일본 제치고 2위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국공립 4717달러(PPP), 사립 8519달러입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2위였던 일본을 438달러 차이로 여유있게 제쳤습니다. 아, 달러라고 해서 시중 환율을 적용하여 원화로 환산해보면 안됩니다. 구매력지수(PPP)가 단위이니, 760.67원을 곱해야 합니다.

   
  ▲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 ‘서울지역 이공계열대학생 교육대책위’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 4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고등교육에 정부가 내는 돈도 2위입니다. GDP 대비 0.64%로, 일본(0.48%)에 이어 두 번째로 적습니다. 민간부담율은 1.9%로, OECD 평균 0.47%의 4배 정도입니다. 순위를 매기면 미국(1.93%) 다음으로 많습니다. 이렇게 하나는 뒤에서 2등, 다른 하나는 앞에서 2등,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은메달입니다.

2등만 한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OECD 교육지표 자료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학생․학부모 부담률은 세계 1위로 추정됩니다. 민간부담율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등록금으로 낸 돈도 있지만, 재단전입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재단전입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2007년에는 교비회계의 6.4%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약 2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민간부담에서 재단전입금을 빼고 본다면, 우리의 학생․학부모 부담률은 당당히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서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모든 건 평소 대학에 투자하지 않은 사학재단들의 공로입니다.

장학금 등 대학생 공공보조는 뒤에서 3번째

애석하게 동메달에 머문 종목도 있습니다.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등 대학생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뒤에서 3번째입니다. OECD 교육지표 상의 숫자들을 간단히 나누고 곱하면 값이 구해지는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0.05%입니다. 폴란드(0.02%)와 스위스(0.04%) 다음입니다. OECD 평균이 0.26%이니, 다른 나라들의 1/5 수준입니다.

정부 재원으로 운용되는 장학금만 보면, 0.019%입니다. 일본(0.004%)과 폴란드(0.016%)에 이어 역시 세 번째입니다. OECD 평균 0.14%의 1/7 수준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장학금이 조금 적다는 뜻입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는 ‘비싼 등록금과 적은 학생지원’의 나라입니다. 등록금과 학생지원이 각각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OECD 국가들은 4가지로 나뉩니다. ‘싼 등록금과 많은 학생지원’은 북유럽, ‘싼 등록금과 적은 학생지원’은 남부유럽, ‘비싼 등록금과 많은 학생지원’은 미국과 영국연방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등록금은 비싸고, 학생지원은 별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대학 입장에서 보면 가장 좋은 나라에 속합니다. 경제원리로 보면 이상적입니다. 비용은 적고 수익은 많으니까요.

이명박 정부의 그늘이 아닙니다

OECD 교육지표에서 재정은 3년 전 데이터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지표는 2006년 데이터입니다. 따라서 <2009 OECD 교육지표>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 아닙니다. 참여정부의 그늘인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까요? 2011년 지표에서는 어떤 종목에서 메달을 딸까요? 정책적 변화가 없다면, 대학등록금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야 경기침체로 동결이지만, 내년부터는 인상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내년에는 꽤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IMF 위기 당시, 동결 다음 해에 조금 오른 바 있기 때문입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국립대 법인화의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법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아무래도 정부 지원도 조금 줄어들 겁니다. 관건은 얼마 전에 입법예고된 ‘서울대 법인화법’입니다. 총리는 서울대 전 총장, 청와대 수석은 서울대 교수, 교과부 장관과 차관은 서울대 출신이니, 철학과 배경 모두 좋은 그림입니다.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 등 대학생에 대한 재정지원은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였습니다. 교과부 예산만 보면, 2006년 2455억 원에서 2009년 1조 976억 원으로 4배 정도 늘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대출제도가 새롭게 시행되는데, 그 예산만 9046억 원입니다. 그래서 대학생 재정지원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장학금 예산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장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무상장학금이 없어집니다. 년 200만 원씩 생활비 무상지원이 새로 시행되지만, 년 450만 원의 무상장학금이 사라집니다. 취업후 상환 학자금대출제도가 생기면서 장학금은 줄어드는 겁니다.

이런 이유들로, 앞으로 2년 후부터 나올 이명박 정부에 대한 OECD 교육지표는 현상유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서열과 경쟁의 교육정책, 2등은 기억하지 않는 풍토 등을 고려한다면, “대학등록금 앞에서 은메달, 정부 재정지원 뒤에서 은메달”보다는 금메달이 바람직합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다른 입장에서 본다면 말입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