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인택 발언, 조선·한겨레 엇갈린 반응
        2009년 09월 10일 0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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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에 대해 9일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현안 보고에서 "북측의 방류가 실수냐, 의도적이냐"는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은행 등 해외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또는 기업경영환경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언론보도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MBC(사장 엄기영)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9일 엄 사장의 업무보고를 받고 오는 11월까지 엄 사장의 ‘액션 플랜(Action Plan·행동 계획)을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10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복지예산 깎아 영어교육>
    국민일보 <금융위기 1년…다시 ‘탐욕’이 꿈틀댄다>
    동아일보 <‘라세티’ 기술유출 러서 복제차 판매중>
    서울신문 <현통일 "북 의도갖고 방류">
    세계일보 <하남 미사, 중복투자·국고손실 논란>
    조선일보 <"북, 8월에도 물폭탄">
    중앙일보 <현인택 장관 "북한 의도 갖고 방류">
    한겨레 <권력기관, 인권침해 ‘시정권고’ 아예 뭉갠다>
    한국일보 <"북, 의도갖고 방류">

    통일부 장관 대북관이냐, 말실수냐

       
      ▲ 중앙일보 9월10일자 1면.  
     

    현 장관은 9일 국회 현안 보고에서 북 ‘의도’의 근거로 "북한이 이번에 무단 방류를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며 "(이는) 사고나 실수에 의한 방류가 아니라 의도적 방류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공(水攻)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관계 당국이 정보를 판단 중이다. (정보를) 검토한 후에 답변할 기회를 갖겠다"고만 답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이날 "북한은 지난 8월27일 1차 수공을 단행했다"며 "당시 북한이 초당 7400t의 물을 2시간 동안 방류하는 바람에 (임진강) 군남댐 건설현장 일대의 물이 불어나 크레인이 잠기고 임시 교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그 점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박 의원의 이 지적을 1면 머리기사 <"북, 8월에도 물폭탄">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 옆에는 수난사고로 희생된 한 어린아이가 사고 전날 밤 모래섬 위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배치했다.

       
      ▲ 조선일보 9월10일자 3면.  
     
       
      ▲ 한겨레 9월10일자 4면.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 이은 3면 기사 제목을 <"북, 실수도 사고도 아니었다…의도적이었다">로 뽑았다. 중앙일보의 3면 머리기사 제목은 <비판여론 의식한 통일장관 "북한 선량한 이웃 아니다">로, 조선일보와는 뉘앙스가 달랐다. 반면 한겨레는 4면 해설기사 제목을 <통일장관 말실수? 대북관 반영?>으로 뽑고 "현 장관의 이날 발언은 말실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북의 ‘의도’가 ‘수공’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로 이해되는 상황에서, 단지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는 의미로 이를 써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기업경영환경 순위, 중앙일보를 보면…

    세계은행은 183개국의 기업 활동 환경을 조사해 9일 내놓은 ‘2010 기업 환경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이 19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6면에 실은 관련기사 제목을 <한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 첫 20위 내에>로 달았고, 서울신문도 4면 관련기사 제목을 <한국 기업환경 4계단 상승 19위>로 뽑으며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일보다.

       
      ▲ 동아일보 9월10일자 6면.  
     

    중앙일보는 10면 기사 <이건 이렇습니다 / 하루 새 오르락 내리락 국가 경쟁력 순위 왜>에서 "한국이 세계은행이 평가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1년 만에 네 계단이나 상승하자 정부는 상당히 고무됐다"며 "하지만 불과 하루 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여섯 단계나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난 5월 발표된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57개국 가운데 27위로 나타났다. 각 기관의 평가마다 순위가 들쑥날쑥하다. 어떤 기관은 순위를 올리고, 다른 기관은 떨어뜨려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관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신뢰도를 인정받는 곳은 WEF와 IMD·세계은행 정도다. 세 곳 모두 특정 국가가 기업하기에 얼마나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평가한다.

    기업이 잘돼야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고, 국민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취지에서다. 평가 문항도 고용과 세금·규제·인프라·교육 여건 등 기업을 운영하는 데 얼마나 편리한 환경인가를 따져 묻는다. 하지만 평가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 전체 문항 가운데 WEF는 3분의 2가량, IMD는 절반 정도를 해당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설문에 의존한다. 세계은행은 설문이 아예 없다. 문제는 CEO들이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느냐를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가를 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 중앙일보 9월10일자 10면.  
     

    … 응답자들이 기업·정부·인프라 등 모든 분야를 두루 꿰고 있지 못할뿐더러 설문 회수율도 20%에 미치지 못해 평가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많은 요인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평가 항목에는 의료나 사회안전망·소득분배 같은 사회복지 분야가 빠져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국가경쟁력 순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통 데이터 서비스 매출액 상승 이면엔…

    전자신문은 1면 기사 <이통 데이터서비스 ‘가파른 상승’>에서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서비스 가입자당 월평균 수익(APRU)은 8000원에 육박해 전체 ARPU의 2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데이터 ARPU가 1만원을 돌파, 총 ARPU의 4분의 1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 전자신문 9월10일자 1면.  
     

    지난 2000년 데이터서비스 매출액 비중이 전체의 1.3%(900억원), 2001년에 3.3%(1000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급성장한 수치다. 데이터서비스의 비중이 모두 20%를 넘는 미국·홍콩·영국·호주 등과 비교해 모바일인터넷 후진국으로 분류됐던 한국이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점이라는 평가라고 전자신문은 전했다.

    전자신문은 "데이터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단말, 애플리케이션, 요금제 등이 고루 발전한 결과"라며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국내에서도 모바일 앱스토어가 상용화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장 큰 장벽인 요금 문제가 최근 데이터·정보이용료 통합정액제 출시 등으로 해결되는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가 64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데이터 서비스 매출액과 관련된 다른 기사도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5면 기사 <T스토어 "요금 만만찮네">에서 "SK텔레콤이 국내 첫 모바일 오픈마켓인 ‘T스토어’를 9일 출시한 가운데 이를 이용해본 이용자들이 요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스토어는 사실상 이통사 무선인터넷으로만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데 데이터정액제 요금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이용할 경우 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게임 ‘부루마불’의 경우 프로그램은 공짜지만 데이터요금이 4000원이 넘는다.

       
      ▲ 디지털타임스 9월10일자 5면.  
     

    이용자들은 1KB당 3.5원인 요금을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적용되는 KB당 1.8원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SKT 쪽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디지털타임스는 또한 "앱스토어는 본래 스마트폰에서 유래한 것인데 스마트폰의 와이파이를 통한 내려받기를 차단한 상태여서 무선 인터넷 요금을 안거나 번거롭게 PC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T 쪽은 "와이파이 접속 차단은 내달부터 해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방문진, 엄기영 사장 일단 지켜보나

    엄기영 MBC 사장은 노사 간 단체협약 가운데 노조가 국장 인사를 사실상 좌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이달 중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같은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해 MBC 경영진이 주요 프로그램을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엄 사장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의 MBC 개혁 ‘액션 플랜(Action Plan·행동 계획)’을 보고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MBC노조 인사개입 조항 폐지 100분 토론 의견조작 재(再)조사">에서 "노조의 인사권 개입을 규정하고 있는 단체협상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MBC의 체질을 ‘노영(勞營) 방송’에서 일반 회사들처럼 경영진이 책임지는 구조로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방문진 이사들은 설명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9월10일자 1면.  
     

    한 방문진 이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쯤이면 엄 사장이 오늘 내놓은 주요 ‘액션 플랜’의 결과가 대부분 나올 것"이라며 "만약 결과가 미흡하다면 엄 사장이 약속한 대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러 신문도 방문진이 엄 사장을 일단 지켜보는 것에 무게를 실었으나, 경향신문은 2면 관련기사 제목을 <방문진, 엄기영 MBC 사장 유임 선회>로 달았다.

    경향신문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이어 엄 사장까지 강제로 밀어낼 경우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현재 경영진이 제대로 한다면 무리해서 경영진을 교체해 갈등을 키울 이유가 있느냐"는 한 여당 추천 이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말이기도 해서, 엄 사장 거취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PM 재범 퇴출과 ‘사이버 즉결심판’

    2PM의 리더이자 미국 시민권을 가진 교포 3세 가수인 재범(본명 박재범)이 몇 년 전 연습생 시절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이 스페이스’에 올린 "한국인이 싫다", "돌아가고 싶다" 같은 글 내용이 문제가 돼 팀을 탈퇴하고 결국 미국으로 돌아갔다.

    조선일보는 34면 데스크칼럼 <재범군(君) 사이버 즉결심판>에서 "그가 영어로 쓴 문장을 보면 불쾌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한국에서 대중 스타를 꿈꾸었다면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더 조신해야 했을 것"이라며 "문제는 원칙 없이 변덕만 심한 우리의 인터넷 문화"라고 지적했다. 최승현 엔터테인먼트부대중음악팀장은 이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극적으로 발췌 인용된 말 하나 때문에 거의 사형 선고에 가까운 재판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 만에 당사자가 소속 그룹을 탈퇴하자, 이번에는 역시 4년 전에 쓴 다른 글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 방금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어. 나 한국에서 일 년쯤 살아보고 싶어. JYP 연습생 말고 그냥 평범한 한국 사람으로. (이곳이) 어떤가 보고 싶고."(www.xanga.com)….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그에 대한 동정론 쪽으로 여론이 흘러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 말이 서툴렀던 10대 가수지망생 시절 박재범군은 자신이 별 뜻 없이 내뱉었던 넋두리 때문에 4년 만에 눈물을 머금고 한국을 떠나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고, 지금 다시 동정론이 퍼지고 있다는 점에 더 난감해할 것 같다.

    … 재범은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던 연습생 시절의 몇 마디에 분노해 결국 그를 매장시키는 대중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혹시 민족주의를 곧 ‘타자 배척’으로 인식하는 몇몇 인터넷 워리어들이 우리 대중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젊은 가수의 퇴출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조선일보 9월10일자 34면.  
     

    이날 조선일보 외에도 한국일보 등 여러 신문이 ‘재범 퇴출’과 관련된 기사와 주장을 싣고 문제를 조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칼럼과 달리 국민일보 사설 <2PM 재범 사태에서 본 인터넷 폭력>의 "그들(네티즌들)이 내세우는 애국심이 혹시 반미(反美)의 변형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는 ‘사족’이나 ‘기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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