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생활 반영하는 새 경제지표 필요"
        2009년 09월 10일 09: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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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가지 중요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KDI는 ‘경제전망 수정’에서 수출 감소세가 완화되고, 내수의 개선 추세도 지속되면서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하였으며,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0.7%로 올려 잡고, 내년 경제성장율도 4.2% 정도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KDI, 금융연구원, 조세연구원 등의 공동 작업을 통해 작성한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서 2008년 9월 시작된 금융 불안과 세계경제 위기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따라서 금융시장의 안정세와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 같은 전반적인 경제 회복 신호에 따라 국내 경제정책도 재편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마치 출구전략을 위한 사전작업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보고서가 제출되는 의미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위의 두 보고서는 모두 일반 국민들의 피부에는 별로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러한 중요 경제 전망들 내부에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 자체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삶과 거리가 먼 지표들

    각종 경제지표에 나타나는 외형상의 경제가 아무리 성장하여도 결국 대기업과 자산가들에게만 이익이 될 뿐, 일반 국민의 삶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어려워진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여러 가지 지표들이 나아지고 있고, 국제수지의 개선과 외환보유고의 증가 등으로 경제의 외형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상의 수치들은 나빠질 때는 국민의 삶에 분명히 영향을 끼치는데 비하여, 이상하게도 그것이 좋아질 때는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왜 이런 것일까? 이것은 애당초 이러한 지표들 자체가 국민의 삶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국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부동산 소유자, 주식 부자 등에게만 직접적으로 와 닿는 지표를 중심으로 경제 전망치가 구성된다는 것은 박정희 시대부터 시작된 개발독재와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은 지난 9월 2일 국회 경제정책포럼에서 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윤장관은 “(국가의 장기 경제성장을 위한 4대강 개발 등)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예산으로 써 버리고 말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목공사는 투자이고 복지는 소모적 활동이라는 인식이 윤장관과 정부를 지배하고 있는 기본인식인 것이다.

    토목은 투자 복지는 소모?

    이렇게 기존의 인식 틀을 재생산하는 거시경제 지표들을 중심으로 평가와 전망이 이뤄지는 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더 참아야 한다’는 기존의 정부 홍보 논리에서 우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사고가 대한뉴스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추세에 따라 저성장 자체를 인정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새로운 추이에 맞는 새로운 경제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단기적으로 성장 관련 경제지표가 앞으로 아무리 좋아져도 국민들의 삶과는 상관이 없고, 실제로 지표상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져도 더 이상 서민들의 생활이 직접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 경제 운영의 목표치로 설정하는 경제지표 자체를 바꾸고 새로운 지표를 통해 국가경제 이전에 국민의 삶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표 개선의 필요성

    이를 위해 첫째, 국민생활과 관련된 경제지표를 만들고 정비하여, 이를 중심으로 경제 전망치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서민 생활 관련 경제지표도 있고, 아직은 국가 통계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지표들도 있다. 이를테면, 잘 알려진 엥겔지수를 활용할 수도 있고, 가계 수입 중 평균 가처분소득의 비율 및 소득 분위별 가처분소득액 조사 등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주택담보 대출의 이자율이나 주거비 비중 등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고, 보육비 및 유아교육비 부담률, 대학생 자녀를 둔 가구의 가구 수입 중 학자금 지출 비율, 노인 부양 가구의 매달 부양비용 등도 중요한 통계치로 활용될 수 있다. 가구 평균 민간보험 납부액이나 가구 소득 대비 부담률 등을 표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부가 이러한 지표들을 국가 운용의 중심적인 통계 자료로 채택하도록 요구해 나가야 한다.

    두 번째로는 경제운영의 목표와 방향을 외형적인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쪽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국민들이 매일 매일의 삶에서 고통을 받으면서도, 국가의 정책 목표를 자기 개인의 삶의 개선 문제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치인들의 잘못이지만, 이에 동조한 학자들의 잘못도 크다. 이제는 보육, 의료, 교육, 일자리, 주거, 노후보장 등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지표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경제 운용 성과를 평가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논의의 중심을 국가라는 전체의 움직임이 아니라,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개선으로 바꾸어야 한다. 국가 재정운영의 목표도 국민의 삶을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를 개선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하고, 선거를 통한 국민들의 평가도 이 새로운 지표의 개선 실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생활 측정 가능한 지표로

    지표의 개발과 운용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많은 판단들을 지표상의 통계에 의존한다. 재개발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내주고, 결과적으로 주거비 부담만 증가시키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거에서는 뉴타운 개발 공약을 지지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또, 감세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에게는 손해가 되는 데도 불구하고 증세를 통한 복지확대 정책 보다는 감세 정책을 주도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서민들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들은 대개 국가라는 전체적 차원의 통계와 지표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GDP라는 통계지표는 미국 상무성 연구원 쿠즈네츠가 개발한 것으로 단순히 경제의 외적 성장만을 표시해주는 지표일 뿐이다. 우리가 이러한 지표에 매몰된다면, 국가경제는 발전하는데 우리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는 황당한 모순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우리는 새로이 국민의 삶을 반영하는 지표를 창조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와 통계를 창조하지 못 한다면,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국민의 삶은 더 이상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2009년 9월 10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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