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개혁진영의 정운찬 호들갑
    By 내막
        2009년 09월 09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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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7일 한 강연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연애는 민주당과 하고, 결혼은 한나라당과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럼 정 후보자가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3불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던 것은 그냥 ‘사랑싸움’에 불과했단 말일까. 대학서열 철폐가 포퓰리즘이라고까지 말했던 그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정 후보자를 두고 “논에 장미를 옮겨 심은 격인데, 꽃이 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참을 오버한 것이다.

    이른바 야당과 진보개혁 진영의 호들갑과 달리 보수진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침묵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영용 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도실용을 표방한 이 대통령의 생각과 정 후보자의 생각이 오히려 맞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샛강’ 사이를 잇는 오래된 디딤돌

    한국 대학의 거시경제학 교과서로 널리 읽히고 있는 『거시경제론』(정운찬 지음) 서문에서 정 후보자는 스스로를 ‘케인시언’이라고 표현했으나, 정 후보쪽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경제학파 규정을 넘어, 당면한 현실 경제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 이명박 대통령과 충돌하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 본인 또한 지난 9월 3일 총리 지명 직후의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학자로서 그동안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을 한 건 사실이지만, 과거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최근에 (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대통령과 나는 경제를 보는 시각이 크게 차이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정 후보자는 오래전부터 거시경제 정책을 구사하는 고전적 케인스주의와 구분하여, 미시적으로 경제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 공정한 룰을 만들어 집행함으로써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시장을 지켜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개입주의를 ‘개혁적 케인스주의’라고 지칭했다. 간단히 말해, 그의 경제철학은 시장의 적자생존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구조조정만은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케인스주의에도 다양한 버전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이러한 경제철학과 신자유주의 경제철학 사이에 무슨 큰 강이 흐르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다. 샛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디딤돌 몇 개면 충분하다.

       
      ▲ 최광은 사회당 대표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총장께서 대선에 뜻이 있다면 내가 출마하지 않고 총장을 돕겠다”는 말까지 꺼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디딤돌이 꽤 오래전부터 깔려 있었다는 이야기다.

    ‘중도실용’, ‘친서민’ 레토릭에 한 방 먹은 사람들이 ‘정운찬 카드’ 한 방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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