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팽개쳐진 '대타협 합의'
    By 나난
        2009년 09월 07일 02: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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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7일, 77일간 가동이 멈췄던 공장의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공장 점거농성을 푼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노사 대타협은 실종됐다. 끝까지 공장을 지키며 “함께 살자”고 외쳤던 450여명의 조합원들은 “사회적 합의를 파괴할 바엔 차라리 모두를 구속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장 점거농성을 벌였던 조합원들은 일체 공장 출입이 봉쇄됐다. 비해고 조합원 73명은 대기 발령을 받았으며, ‘살아남은 자’들은 강도 높은 노동환경에 내몰렸다. 사측과 일부 조합원들은 오는 8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민주노총 탈퇴 조합원 총회를 강행한다.

    쌍용차지부 박금석 지부장 직무대행은 8일 예정된 조합원 총회와 관련해  “민주노총 탈퇴에 대해 현장 조합원들은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회사 측의 의도대로 표가 집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측은 어떤 형태로든지 민주노총 탈퇴 총회 투표에 개입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결과에 상관없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 의도대로 표 집계될 것”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7일, 노사 대타협 실행을 요구하며 노조파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모두가 ‘마무리 됐다’고 여겼던 쌍용차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부는 “많은 것을 내어주고 합의를 이뤘지만 올바른 회생을 위해 이뤄냈던 노사대타협 정신이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노사합의가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쌍용차 노사는 지난달 6일 ‘분사 및 희망퇴직 52% – 무급휴직과 영업직 전환 등 고용 흡수율 48%’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사측은 공장 점거 조합원에 대한 형사상 책임에 대해 "최대한 선처"를, 민사상 책임에 대해서는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는 시점에 재논의"를 약속했다.

    하지만 공장 점거 해제 후 경찰은 노조 집행부 등 71명을 구속시켰고, 이에 노사는 실질적인 실무협의를 이루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공장 출입은 물론 노조 사무실 출입 마저 봉쇄 당했다. 여기에 사측은 노조 간부 등 470여명을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쌍용차지부는 "사측은 옥쇄파업 중 발생한 시설물 파손과 생산차질을 이유로 지난 6월 22일 191명과 7월 25일 282명에 대해 각각 50억원씩 모두 1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며 "노조 간부의 경우 두차례의 손배해상청구 대상에 모두 포함돼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쌍용차 사측 관계자는 "지난 5월 22일부터 조합원이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생산에 차질이 생겨 5월 한 달만에도 1천724억원의 매출 손실을 빚었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수록 피해액이 커져 손해배상 청구액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부에 따르면 노동부 근로감독관까지 동행해 조합 출입을 시도했지만 사측은 이들의 출입마저 저지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여기에 공장에 복귀한 노동자들에게는 강도 높은 노동과 감시감독이 행해지고 있다.

    출입봉쇄, 전환배치, 휴게 축소…

    지부는 “사측은 강도 높은 노동과 노조와 사전 협의 없는 전환배치, 휴게시간 축소 등 단체협약까지 무시한 숨 막히는 현장 통제를 자행하고 있다"며 공장 안 분위기를 설명했다. 여기에 사측은 편성률(이론적으로 라인에서 최대한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량 대비 실제 차가 만들어져 나오는 비율) 85%였던 라인은 96%로, 69%였던 곳은 88%까지 상향 조정하며 노동강도를 높였다.

    지부는 "부당 전환배치에 항의하면 사측은 ‘넘치는 게 대기자들’이라며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협박한다"며 "지부 차원에서 시정을 요구하자 ‘지금 지도부는 신경 꺼라. 다음 지도부에서 해볼 테면 해보라’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노조탄압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측의 노조 말살 정책은 일부 조합원들의 ‘민주노총 탈퇴 총회’ 추진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쌍용차 박영태 공동관리인의 민주노총 탈퇴 추진 발언이 있은 뒤 일부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탈퇴를 안건으로 하는 조합원 총회를 소집했다.

    이에 오는 8일, 사측의 조합원 공장 출입 봉쇄로 정리해고 및 무급휴직자를 포함한 공장 밖 1,300여명의 조합원을 제외한 조합원들만의 총회가 열린다. 이에 지부는 “규약 규정상 총회 소집권자인 쌍용차지부 지부장 직무대행이 총회 소집을 추진하는 조합원을 만나 정식으로 소집 요청을 하면 이를 수용해 지부에서 총회를 열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총회를 소집한 조합원들은 총회 소집의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속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은 “지부장 직무대행이 총회 소집 요청을 받겠다고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총회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합법적으로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대타협합의 이행 촉구

    이에 쌍용차지부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소한 농성했던 조합원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노사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모든 사람이 연행되고 구속되더라도 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대타협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말했다”며 “노조의 요구 역시 법과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지부와 공장 점거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에 대해 “노조는 저항할 수밖에 없으며, 사측과 정부는 탄압하고, 노조는 또 다시 저항하는 악순환을 이명박 정부가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쌍용차지부는 공장 출입이 봉쇄된 상태에서 공장 안이 아닌 공장 밖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에 지부는 7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와 산업은행 일대에서의 1인 시위를 포함해 평택과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대국민 선전전을 펼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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