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는 커서 된 게 그거예요?"
        2009년 09월 05일 1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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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등장한 지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같은 절규를 하고 있다. 20년 전 행복이 성적순은 아니라며 절규했던 10대들은 자신들의 어린 자녀들을 밤늦도록 학원에 보내면서도 아이들에게 “그것이 행복”이라며 자신들을 정당화 한다.

       
      ▲책 표지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김순천, 동녘, 13,000원)는 희망에 부풀어야 할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여전히 부모와 사회의 억압 속에서 절망과 좌절하는 상황을 그들의 입을 통해 기술한 책이다. 르포작가 김순천 씨가 인터뷰를 하고 책을 엮었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서울에 살건 지방에 살건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에 순응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교실은 이미 붕괴되었다고 단언한다. 이 전제를 무시하고는 그 어떤 것도 논의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전제하에 아이들에게 맞는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뷰에 응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키워주지 못하는 현실이 싫다”며 현실이 바뀌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커서 뭐가 될 거냐’고 하는 어른에게 “아저씨는 커서 된 게 그거예요?”라고 거침없이 쏘아붙이는 아이들은 현실에 대한 절망감만 느껴가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저자는 "왜 10대 청소년들은 이런 우울한 현실을 견뎌야 할까?", "왜 계속 좌절하고 또 좌절해야만 할까?", "왜 제대로 된 대안 하나 내놓지 못하는 걸까?"며 안타까워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보면 앞으로도 이런 현실은 계속 반복될 것만 같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가 변화해야 10대들의 현실도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해가면 우리의 교육 현실도 덩달아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밝고 희망찬 꿈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이상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당연한 논리가 아이들의 입에서 외쳐지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14명의 10대들의 인터뷰를 그대로 담았다. 인터뷰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루어졌으며, 인터뷰에 응한 10대들은 각각 다른 유형의 학교와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어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2명의 학부모와 7명의 전문가의 인터뷰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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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김순천

    르포작가 및 르포문학 강사. 사람들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는 말들의 소통을 꿈꾸고 있는 김순천은 그동안 젊은 르포작가들과 함께 청계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을 담은 『마지막 공간』,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부서진 미래』, 이랜드 노동자들의 이야기인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철거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 공간 이야기인 『여기 사람이 있다』등의 책을 펴냈다.

    시민, 대학생, 자활기관에서 일하는 분들, 쉼터의 아이들에게 인문학 글쓰기 워크숍을 하고 있으며 EBS 다큐 프라임 <성장통> 3부작 자문 및 작가로 참여했다. <한겨레21>에 특집 연재 글과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글쓰기 교육과 ‘사회적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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