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비용 고효율'의 전쟁 하청산업?
    By 내막
        2009년 09월 05일 05: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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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지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쟁산업의 기하급수적 성장과 함께 활짝 문이 열린 용병 시장. 마이크 무어의 영화 <화씨911>에서 언급되기도 했던 전쟁 수행 회사와 용병들의 실체를 현장에서 파헤친 책이 나왔다.

    『용병: 전쟁 산업을 실행하는 그림자 전사들』(원제 : Licensed to Kill, 로버트 영 펠튼 저, 윤길순 역, 교양인, 23000원)은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며 반군과 테러 조직, 비밀 작전의 실체를 파헤쳐 온 탐사 저널리스트 로버트 영 펠튼이 ‘용병’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21세기 전쟁 산업의 실체를 보여준다.

    저자에 의하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쟁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용병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한국 역시 국방개혁 2020에 의해 민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명분을 내세워 군사 업무가 점점 민간 기업에 아웃 소싱되고, 정부는 비용 절약과 함께 정치적 책임과 비난까지 기업에 떠넘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이제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은 군사 민영화의 현장인 용병 시장의 폐해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경제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군사적 작전에 따른 잘못, 윤리적 책임까지도 아웃소싱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민간보안회사나 직원이 의심스러운 행위에 연루되거나 문제가 되면 계약을 취소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용병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그 세계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청부인으로 활동하는 용병들은 하루 500~600달러에 이르는 높은 일당을 받는다. 하지만 높은 보수만큼이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며, 유사시에는 정부와 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청부인은 정부가 언제든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일회용군인,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그림자 병사이기 때문이다.

    산업화된 전쟁과 이를 수행하는 용병기업, 그리고 그림자 전사 용병들. 저자는 용병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악당과 거물들의 군대’인 현대 용병 기업의 실태를 고발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가 낳은 기형적인 전쟁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전쟁마저도 산업화·기업화하는 인간사회의 악덕함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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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로버트 영 펠튼(Robert Young Pelton)

    캐나다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고 탐험가이다. 그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며 반군과 테러 조직, 준군사조직의 내부로 직접 들어가 심층 취재하는 탐사 보도 전문 저널리스트로 유명하다.

    1996년에 탈레반 지도부와 텔레비전 인터뷰에 성공했고, 2000년에는 러시아와 전쟁 중이던 체첸에 들어가 체첸 대통령과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를 취재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만을 골라 다니는 데다 취재원과 밀착해 생활하는 방식 때문에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1998년 우간다 폭탄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았으며, 2003년에는 마약 산업을 취재하다가 콜롬비아 반군에게 납치되어 열흘 만에 석방되기도 했다.

    놀라운 균형 감각과 날카로운 통찰력, 차가운 유머가 유감없이 발휘된 『용병』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현재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등지를 여행하며 해적들과 해적 소탕 작전에 뛰어든 민간보안기업을 취재하고 있다.

    이 외의 저서로 『The World’s Most Dangerous Places』, 『Come Back Alive』, 『Three World’s Gone Mad』, 『The Adventurist』 등이 있다.

    옮긴이 윤길순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했으며, 중원문화사 편집장을 지내는 등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좋은 책을 골라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힘써오고 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 동안 옮긴 책으로 『세계 패션사』,『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건축 이야기』,『작은 집이 아름답다』,『아름다운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체 게바라 핸드북』,『나눔』,『티나 모도티』,『앙코르와트』,『내 영혼의 달콤한 자유』,『산파일기』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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