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항의와 울분은 '외딴섬'이 됐다"
    By mywank
        2009년 09월 01일 08: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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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유족들이 1일 오후 다시 삼보일배에 나섰다. 그동안 수차례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발걸음을 청와대를 향해 옮겼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하기 일수였다. 또 전날에는 16명이 연행되고 파출소 앞에서 밤을 지새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유족들에게 삼보일배는 청와대로 향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도 있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8개월이 다 되도록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그 8개월을 알리기 위해, 삼보일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오후 유족들과 진보신당 당직자들이 용산참사 해결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전날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이어, 이날 삼보일배에는 노회찬 대표를 비롯한 진보신당 당직자들이 유족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경찰은 삼보일배가 시작되는 덕수궁 대한문 주변을 봉쇄하며, ‘섬’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했던 유족들은 어느새 철저히 고립되고 말았다.

    대한문 앞에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울려 퍼졌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유족들의 모습을 한번 바라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으며, 일부 함께하고자 했던 이들도 경찰의 봉쇄를 뚫기에는 힘겨워 보였다.

    조희주 용산 범대위 공동대표는 경찰들을 향해 “이명박 정부는 단 한마디 소통도 허락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고, 임기란 전 민가협 상임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한 뒤 이 대통령이 화합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또 다시 속지 말자”며 울분을 토해냈다.

       
      ▲경찰이 삼보일배에 나선 참가자들을 둘러싸며 감금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삼보일배 참가자들을 채증하기에 바쁜 경찰들 (사진=손기영 기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겨울에 벌어졌던 일이 가을이 다 되도록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다섯 분의 시신이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얼어붙고 있다”며 “정상적인 소통방법이 가로막히니까, 우리의 뜻을 알리기 위해 유족들이 몸을 던져 삼보일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경 유족들과 진보신당 당직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하지만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불과 50m도 지나지 않아, 이들은 경찰에 가로막혀 땅바닥에 주저 앉아야 했다. 참가자들은 거칠게 항의했지만, 해산 경고 방송과 서울광장의 음악소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참가자들은 둘러싸며 1시간 가까이 감금하기도 했으며, 이용길,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 등 8명이 연행됐다. 함께 삼보일배에 나선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우리가 테러리스트냐”며 오열했고, 평소 지병이 있던 고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는 탈진해 쓰러지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1일 저녁 대한문 앞에서는 ‘용산참사 해결 촉구 추모예배’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3시간 가까운 실랑이 끝에, 저녁 7시경 유족들과 진보신당 당직자들은 청와대로의 삼보일배를 중단했다. 용산 범대위 측은 “유족들의 심신이 지쳐서,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삼보일배 투쟁은 이날로 마무리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들은 ‘미련한 걸음’을 앞으로도 계속 내딛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저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해결 촉구를 위한 추모예배’에 참석한 유영숙 씨는 <레디앙> 기자에게 “우리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고 세상이 눈을 뜨고 우리를 바라보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희망을 향한 삼보일배에 계속 나서겠다”고 말하며, 촛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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