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소득 과세 논쟁 보수-진보 다 틀려"
        2009년 09월 01일 08: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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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2009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내년부터 전세 보증금에 대한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또 상가 임대인에게도 임대차 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고 임대료를 합산해 과세하겠다고 하자 반대가 보통이 아니다.

    반대의 주안점은 건물주들이 낼 세부담이 주택과 상가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관계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한국에선 당연한 말이지만, 임대차보호제도가 완비된 선진국에서는 완전히 틀린 말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현대 세정의 원칙에서 볼 때 이런 임대소득이 아직까지 과세되지 않았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현존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막대한 액수의 불로소득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현대 세정의 원칙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과세반대론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 같은 논리로 건물주들의 과세회피론을 부추기는 것이다. 또한 임대소득을 태연히 탈세했던 임대사업자가 당당히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전근대적(?)인 나라를 그대로 두자는 얘기다.

    한국은 주택임대차제도에서 약자인 세입자의 보호에 가장 낙후된 나라이다. 비단 세금 탓이 아니라도 계약기간만 만료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임대료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올 여름에도 한국은 주기적인 전세대란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의 임대차제도는 임대인에게 매우 유리해 사실상 건물주보호제도라고 비난받고 있다. 주택의 경우, 임대료 인상에 대한 규제는 단 24개월간의 계약기간 내에 12개월이 지나야 5% 이상은 인상할 수 없다는 것뿐이다.

    24개월이 지나 계약연장을 할 경우에는 상한선 자체가 없다. 또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는 전환이자율을 시중금리의 세 배가 넘는 14%로 하도록 허용되고 있다. 건물주들은 마음대로 전세보증금을 인상할 뿐만 아니라 전세 월세 중 유리한 쪽을 언제든 택하며 막대한 불로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내동댕이친 채 앞뒤가 바뀐 과세전가론이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적 언론까지 장식하고 있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 할 것이다.

    임대료 인상 규제하는 독일의 임대차 제도

    주택임대차보호제도는 특히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 각국에서 발전되어 있다. 이중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주택임대차보호제도를 살펴보자.

    독일의 주택임대차제도는 임대료 변동과 관련하여 지수식(연방통계청의 가계물가지수 연동), 계단식(일정기간동안 1년 단위로 임대료 또는 임대료 인상분을 미리 약정), 유사임대료(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유사차임)방식만을 인정하여 임대료의 인상 또는 폭등 때문에 발생하는 서민들의 고통이나 경제적 악순환 현상을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더라도 구체적으로 명시된 중대한 사유 또는 정상적인 사유가 없는 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즉 한 번 세를 들어가면 반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완벽한 임차인보호 외에도 임대차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특수법원을 설립, 운영함으로써 임대차분쟁을 신속히 해소하고 있다.

    이런 보호장치가 완비되어 있기 때문에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조그만 다락방이라도 빠짐없이 모든 임대재산은 등록이 의무화되어 있고 그 소득에 따라 과세가 이루어져도 세입자에 대한 전가를 빌미로 하는 임대소득과세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전세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왔지만 진지하게 논의된 적은 한 번도 없다.(심지어 필자가 재직하던 민주노동당에서도 좌파가 주도권을 쥐든 우파가 쥐든 상관없이 대표신년사나 정기국회 대표연설에 이 법안이 주요하게 거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의 좌우파, 임대차 보호에는 무관심

    주 내용은 10년간의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공금리수준의 보증금 전환이율 적용, 임대료인상율 5% 상한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개정되기를 여야 정치권에 강력하게 촉구해 본다. 적어도 입으로라도 민생을 우선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면.

    경기대책으로 시급한 재정확충뿐만 아니라 과세의 원칙도 정립하고 서민인 세입자의 생활안정도 꾀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주택임대차보호제도의 선진화를 외면한다면 서민지향의 파라다임전환이라는 한나라당의 언설은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에 불과할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모처럼 임대소득과세의 필요성을 내놓았지만 ‘강부자’들의 분노와 여론조작 때문에 중도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 법안의 개정과정에서 이념으로 분식된 터무니없는 권력투쟁을 종식시키고 민생을 토대로 한 정치의 복원을 꾀할 수 있는 지름길을 만들어나가기를 진정으로 기원해본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과 그 아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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